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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마다 함부로 버리는 쓰레기 때문에 골치예요.
골목마다 함부로 버리는 쓰레기 때문에 골치예요. ⓒ 손현희
마을마다 쓰레기 문제가 이만저만 골칫거리가 아닙니다. 우리 마을(경북 구미시 사곡동)은 둘레에 공장이 많은 곳이라 그런지 흔히 말하는 '원룸 밀집지역'입니다. 그러다 보니, 한 곳에서 오래 머무르는 사람은 그다지 없고, 언제 이사 왔나? 싶으면 또 어느새 이사를 가버려서 이웃이 자주 바뀝니다. 그래서인지 집집이 쓰레기 문제로 골치를 썩고 있습니다.

@BRI@아파트에서는 정문 앞쪽이나 뒤쪽에 쓰레기를 따로 모으는 곳이 있고, 부녀회에서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반상회도 열어서 알리기 때문에 그런대로 쓰레기를 잘 버릴 수 있습니다. 또 나뉘어 버리는 것도 잘 됩니다.

그러나 우리 마을처럼 원룸지역에서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쓰레기 버리는 곳이 마땅치 않고, 서로 자기 집 앞에다 남이 와서 버리는 걸 싫어합니다.(이건 누구라도 그럴 겁니다.)

이러다 보니, 다툼이 일어나는 것도 자주 본답니다. 말할 것도 없이 '분리수거'도 잘 안 되지요. 또 골목길에 CCTV를 따로 걸어놓고 오가는 사람들 눈살을 찌푸리게도 합니다.

쓰레기 때문에 CCTV까지 설치하고

골목마다 쓰레기 때문에 몸살을 앓더니, <환경감시원>이라고 밝혔으나 일반인이 쓴 듯 보이는 경고문이 붙기까지 했다. 밑에 <단속중, 쓰레기 실명확인중>이란 글이 눈에 띈다. 오죽했으면...
골목마다 쓰레기 때문에 몸살을 앓더니, <환경감시원>이라고 밝혔으나 일반인이 쓴 듯 보이는 경고문이 붙기까지 했다. 밑에 <단속중, 쓰레기 실명확인중>이란 글이 눈에 띈다. 오죽했으면... ⓒ 손현희
두 해 앞서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 왔을 때, 마을 사람들이 모두 골목 전봇대 밑 너른 터에 쓰레기를 버리더군요. 나도 아무 생각 없이 거기가 쓰레기 버리는 곳이라고 여겨 종량제 봉투에 잘 담아 묶은 뒤, 남들처럼 그곳에 버렸습니다. 그랬더니, 그 전봇대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집 주인이 나와서 쓰레기를 못 버리게 하는 겁니다.

내가 아무렇게나 버리는 것도 아니고, 쓰레기봉투에 깨끗이 잘 담아서 버리는데 왜 못 버리게 하는 걸까? 하고 이상하게 여기며 물었더니, 거긴 자기 집 앞이니까 이 집에 사는 사람만 버릴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럼 어디에 버려야 되냐고 되물었더니, 자기 집 앞에 버려야 한다고 말하더군요.

마을 골목길에 CCTV까지 내걸고 오가는 사람들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마을 골목길에 CCTV까지 내걸고 오가는 사람들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 손현희
쓰레기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사람이 전봇대 쪽을 바라보게 CCTV를 내걸어 두었다. 왠지...감시 받는 느낌.
쓰레기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사람이 전봇대 쪽을 바라보게 CCTV를 내걸어 두었다. 왠지...감시 받는 느낌. ⓒ 손현희
건물 안에서 본 CCTV, 전봇대 쪽을 바라보도록 두었다.< CCTV 작동중 >이란 글씨가 눈에 띈다.
건물 안에서 본 CCTV, 전봇대 쪽을 바라보도록 두었다.< CCTV 작동중 >이란 글씨가 눈에 띈다. ⓒ 손현희
그 사람은 나름대로 쓰레기 때문에 꽤나 오랫동안 골머리를 앓아 온 거 같았습니다. 하는 수 없이 내 집 앞에다 쓰레기를 버렸지만 며칠이 지나도 치워가지 않는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원룸 지역은 집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대게 1층에는 차를 세워두게 되어있습니다. 쓰레기를 거기에다 버리면 차가 드나들지도 못하고, 쓰레기가 이리저리 채여서 잘 묶어놓은 봉투가 찢어지기 마련입니다.

또 골목에 아무렇게나 세워두는 차도 있고 해서 청소차가 지나가면서도 미처 보지 못해 치우지 못합니다. 이렇다 보니, 사람들이 골목 가장 너른 터가 있는 전봇대 밑에 쓰레기를 갖다 버리는 겁니다. 며칠을 지켜봐도 쓰레기가 그대로 있어 어쩔 수 없이 그 전봇대에 다시 갖다 버렸습니다.

그런데 몇 달 앞서부터 그 집 건물에 CCTV가 걸려 있는 게 보였습니다. 아마 쓰레기 때문에 지친 집임자가 생각다 못해 그렇게라도 하면 쓰레기 버리는 사람이 없어질까 해서 그런 거 같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이 살면서 쓰레기가 안 나올 수는 없고, 마땅히 버릴 데도 없으니 참 답답한 노릇입니다, 오죽하면 CCTV까지 걸어둘까? 싶기도 하지만, 세상이 너무 메마르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도대체 어디에 버리라는 말이야?

도대체 지정된 장소가 어디라는 거야?
도대체 지정된 장소가 어디라는 거야? ⓒ 손현희
<쓰레기는 지정된 장소에 적법하게 배출해야 합니다.>

이런 경고문을 골목마다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전봇대나 벽에 위 사진과 같은 경고문이 많이 붙어 있습니다. 쓰레기는 지정된 장소에 버리라고 하는데, 도대체 어디에 갖다 버려야 할까? 이 경고문을 아무리 살펴도 쓰레기 버릴 마땅한 장소는 안 적혀 있더군요. '지정된 장소'를 찾다가 구미시청 누리집(http://gumi.go.kr)에 가서 찾아보니, "도대체 지정된 장소가 어디에요?"

나 뿐 아니라 다른 이들도 나와 똑같은 걸 묻는 물음이 여럿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생활위생과'에서 올린 글에 <쓰레기 배출 방법>이 따로 있어서 읽어보았습니다.

이 글을 보면, 쓰레기 버리는 장소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자기 집 대문 앞에 버리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위에서도 말했지만 자기 집 앞에 마땅히 버릴만한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올린 사람을 찾아 물어보기로 마음먹고 구미시청 생활위생과 담당자한테 전화를 해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라고 밝히고 물었습니다.

- 정확하게 쓰레기 버릴 지정된 장소는 어디인가요?"
"따로 지정된 곳은 없습니다. 아파트는 주민들이 따로 모으는 곳을 정해서 하고 있지만, 원룸밀집지역엔 따로 그런 곳이 없지요. 그래서 자기 집 앞에 버리고, 문전수거를 원칙으로 합니다."

- 그렇다면 쓰레기를 버릴 때는 내 집 앞에 버리는 게 맞네요?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수거에) 문제점이 많이 있어요. 반상회를 해서라도 그 골목 사람들이 뜻을 모아서 한 곳을 정해놓고 쓰레기를 버리면 될 텐데, 그것도 쉽지 않은 게 누구나 자기 집 앞에 쓰레기 버리는 걸 싫어하니까 어려운 일이지요."

나는 더 자세한 걸 알고 싶어 환경부에 전화해서 물었더니, 따로 법을 정한 건 아닌데,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나와 있을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이번에는 내가 사는 마을 상모사곡동 사무소에 전화를 했습니다. '생활위생과' 폐기물 담당자는 자세하게 이것저것 일러주었습니다.

아직 조례로 만들지는 않았고, 곧 조례를 만들 계획이 있다고 하면서, 요즘 새로 바뀐 경고문을 골목마다 걸어두었는데, 거기엔 쓰레기 버리는 시간도 해지고 난 뒤부터 24:00시까지 따로 정하여 적어 두었다고 얘기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마을에서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것 때문에 민원이 자주 들어오면 동사무소에서 CCTV를 걸어두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골목에 있는 건 개인이 한 게 맞더군요.

마을 이웃이 골목 앞에 있는 CCTV를 보고 "저건 사생활 침해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누구나 올바른 방법으로 쓰레기를 버리는 게 옳다고 여기지만, 감시카메라까지 걸어둔 걸 마뜩치 않게 여기고 있습니다. 개인이 감시카메라를 걸어두는 게 법에 어긋나는 건 아닌지 궁금해서 마을 파출소에도 전화해서 물어보니, 법에 어긋나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경고문'도 알아듣기 쉽게 만들어주세요!

새로 만든 '경고문'에는 쓰레기 버리는 시간까지 적혀 있어요.
새로 만든 '경고문'에는 쓰레기 버리는 시간까지 적혀 있어요. ⓒ 손현희
아무튼 마땅히 쓰레기 버릴만한 곳이 없어요. 참 어처구니없는 일입니다. 이런저런 까닭이야 많이 있지만, 자기 집 앞에 버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또 이런 문제로 이웃끼리 얼굴 붉히는 것도 참 답답한 일입니다.

CCTV까지 걸어두고 오가는 사람 눈살 찌푸리는 것은 더욱 보기에 좋은 모습이 아닙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올바른 시민의식'을 가지고 바르게 쓰레기를 버리는 것도 매우 소중하지만, 관청에서도 제대로 된 법을 새로 만들어서라도 이 쓰레기 문제를 좀 더 또렷하게 풀어나가면 좋겠습니다.

또 하나 부탁이 있어요. 골목마다 붙어 있는 '경고문'을 만들 때, 제발 알기 쉽고 또렷하게 만들어주길 바랍니다.

위에서도 소개했지만, <쓰레기는 지정된 장소에 적법하게 배출해야 합니다>, <장소:종량제봉투에 넣어 집앞에 배출(문전수거를 원칙으로 함)>이렇게 모호하게 알리지 말고, "쓰레기는 해지고 난 뒤, 종량제 봉투에 넣어 자기 집 앞에 내 놓으세요"라고 했다면, 많은 사람들이 '지정된 장소'가 어디인지 헤매며 헛갈리지도 않았을 테고, 스스로 바르게 버리려고 애썼을 겁니다.

관청에서 하는 말을 보면, 매우 딱딱하고 어렵습니다. 굳이 그렇게 할 까닭이 있을까요. 누구나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해주시면 더욱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2006 나만의 특종' 응모글입니다.
한빛이 꾸리는'우리 말' 살려쓰는 이야기가 담긴 하늘 그리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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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오랫동안 여행을 다니다가, 이젠 자동차로 다닙니다. 시골마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정겹고 살가운 고향풍경과 문화재 나들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지요. 때때로 노래와 연주활동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노래하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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