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6일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 2006 대한민국 만화애니메이션캐릭터 대상 시상식에서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이 양영순 작가에게 만화대상을 시상하고 있다
지난 6일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 2006 대한민국 만화애니메이션캐릭터 대상 시상식에서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이 양영순 작가에게 만화대상을 시상하고 있다 ⓒ 홍지연
'탁월한 작품성'과 '새로운 시도'. <양영순의 천일만화>가 문화관광부(장관 김명곤)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원장 서병문)이 선정하는 2006 대한민국 만화대상에 최종 낙점을 받은 이유였다.

<누들누드>와 <아색기가>를 통해 섹스에 대한 엄숙주의를 파괴, 이른바 '명랑 포르노'의 대가가 된 양영순이 선택한 첫 장편은 리처드 F. 버턴 판으로 유명한 <천일야화>. 성경이 그러하듯 누구나 많이 읽은 듯하지만 결국 완독한 사람은 별로 없는 이 작품을 만화화 하자는 출판사의 제안에 그는 흔쾌히 응했다.

@BRI@<천일야화>는 그가 어릴 적 열심히 읽었던 책이다. 양 작가는 이 작품이 이른바 '야한' 이야기로서 부각되는 것이 안타까웠고, "흔히들 생각하듯 외설적인 이야기가 아닌 사람의 사랑 이야기로서" '양영순식' <천일야화>가 새로이 태어났다.

1001일의 밤 동안 샤라자드가 샤리아르 왕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기본 설정 외에는 결코 같은 것을 찾아낼 수 없는 색다르고 기기묘묘한 이야기들, 감정몰입도가 높은 온라인 스크롤 만화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감칠맛에 누리꾼들은 열광했다.

<1001>이라는 제목으로 2004년부터 1년간 포털사이트 파란에서 연재되는 동안에는 하루 최대 3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만화를 위해 사이트에 발도장을 찍었고, 매회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다. 최근에는 6권으로 묶여 출판되기도 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그의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는 분명 매력적인 장치이지만 결국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하는 어려움이 컸다고. 밤마다 머리를 쥐어뜯었던 고통 속에서 아버지와 딸의 눈물겨운 사랑, 남녀간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 진한 형제애 등 5개가 중심 이야기가 탄생했고, 1001회 동안 새로운 곁가지 이야기들이 뻗어나갔다.

2006 대한민국 만화대상에 빛나는 <양영순의 천일야화>
2006 대한민국 만화대상에 빛나는 <양영순의 천일야화> ⓒ 양영순
'뒷통수를 내리치는 상상력'과 '고도의 비유와 은유'라는 그의 주무기는 여전했지만 "근 10년간 콩트만 했던 차에 사람 이야기를 통한 감정전달이 쉽지 않았다"고 그는 솔직히 고백한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는 그간 단편적인 웃음에 천착했던 양영순이 비로소 보여준 이 첫 장편은 원전이 그러했듯 이야기를 통한 인간의 감정 분출과 치료에까지 성공한 듯 보인다. 그의 오랜 고민이었던 '진정한 이야기꾼'으로의 발돋움이 시작된 셈이다.

<1001>을 연재하면서 다소 위축됐던 그의 마음도 이번 수상으로 다시금 평정을 찾아가려 한다. 그는 "진정 스스로 이야기꾼으로서 재주가 있는지 의심스럽고 부끄럽지만 시치미 떼고 뭔가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독자들이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갖고 싶은 생각이 드는 만화책"을 그리기 위해 앞으로도 그는 자신의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CT News에도 실렸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