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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남소연

- 현재 당의 진로를 놓고 벌이는 당·청 갈등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보나.
"우리가 갈등을 겪고 있는 이 모든 구조는 정당의 정책과 노선이 먹히지 않는 지역적 연고로 행해지는 투표 행태 때문이다. 지역주의 정당은 한국 정치의 제1차적 규정 요소다. 이를 무시하고 만들어진 당이기 때문에 참 어렵다. 지역을 대체할 만한 뭔가 강력한 지지를 얻어낼 수 있는 구심을 만들어내기가 어렵다. 그러나 돌아갈 수 없다.

'호남의 지지기반을 회복하자는 건데 뭐가 어때서?', '어떻게 호남과 영남의 단결이 똑같나' 이렇게 물을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지역적 기반과 연고를 주장하지 않으면서도 우리가 제1당이 됐듯이, 호남의 민주 역량을 믿어야 한다. '우리 지역은 저 당이다'라는 연고주의에 호소하지 말고, 정(情)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소위 김대중 대통령의 '적자'라면서 대북평화 노선을 바꾸자고 한나라당과 논의하는 세력들과 호남에서 싸워야 한다. 그런 원칙적인 입장을 갖고 대할 때 우리는 설 수 있다. 시민사회를 포함한 개혁세력의 지지기반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어떠한 서로 간의 연대, 정책·지지의 교환이 가능한 지 터놓고 얘기해보자."

@BRI@- 대선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도 외면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전통적 지지기반을 회복하자고 했을 때의 가장 큰 문제는 승리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현실적 승리의 길도 아닌 데다가, 우리가 만들고자 했던 명분과 노선을 애매하게 만들어 버린다. 어떤 경우든 간에 원칙적인 약속만큼은 놓치지 말아야 한다.

낮은 지지율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먼저 중심을 잡아야 할 과제들은 지루한 영역들이다. 이라크 파병, 사법개혁, 새만금 간척사업, 평택기지 이전,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자유무역협상(FTA), 2030 복지플랜 등의 의제들을 하나씩 정립해 나가야 한다. 무한투쟁을 벌일 것이 아니라 2007년 대선이 끝나고 2008년부터 노 대통령이 해왔던 과도기를 극복하는 협상에 나서야 맞다."

"신당=지역당' 오해? 김근태 스스로 자처한 것"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열린우리당은 탄핵으로 제1당이 됐지만 그만큼 노선과 정체성이 다양한 의원들이 모였다. '짬뽕 정당'이란 인상도 준다. 차제에 노선과 정책에 따라 갈라서는 게 맞지 않나.
"87년 분열의 패배, 90년 3당합당이 왜곡시킨 한국 정치구조를 복원하기 위한 정계 개편은 정당하다고 본다. 논의가 그런 식으로 된다면 좋겠다. 하지만 그 문제를 제기하고 화답하는 존재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건 먼 얘기가 돼버렸다. 열린우리당은 '어디로 갈 것이냐' 심각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열린우리당의 출발 목표에 대해 깊이 있는 전망을 가질 때에만 이를 극복할 수 있다. 매번 승리만 얘기하지 마라. 눈앞을 가린다. 당장 뭔가 해서 이윤을 남겨먹으려고 하지만 사 주는 사람이 없다."

- 김근태 의장은 '신당=지역당'이라는 규정에 대해 모욕감을 느낀다고 했다.
"진보개혁 세력의 결집을 위해 우리당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논의를 열어놓겠지만 당장 지지기반을 쉽게 선택하는 모양으로 가면 안된다. 득보다 실이 많다. 그래서 원칙 얘기를 하는 건데 '왜 내 논의를 그렇게 몰고 가느냐'고 언짢게 생각했다면 그것은 그 분이 오히려 자기 논의가 오해받을 수 있다는 것을 직시해서 논의를 다시 진행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 내용 없이 신당 얘기를 계속 던지니까 오해를 받는 것 아닌가."

- 그렇다면 흩어진 호남의 민주역량은 어떤 식으로 복원해야 하나. 민주당에 대한 평가는.
"우리가 어떤 정책과 노선에 입각해 새로운 정당과 정치노선을 갖고 갈 때 그건 그 분들이 선택할 문제다. 우리가 그걸 미리 규정하고 남의 당에 대해 뭐라 할 필요가 없다. 그 분들이 선거과정에서 자기 당의 정체성을 얘기했기 때문에 우리가 얘기할 건 없다.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에 대해 얘기하고 지지를 얻으면 된다."

- 김근태 의장은 '지역주의 타파'가 유일한 과제는 아니라고 했는데.
"지역주의 타파를 외친다고 그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열린우리당의 정책을 잘 다듬어서 선전·홍보하고 한 걸음씩 나가면 그게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길이다. 그것을 하자는 거다."

- 비슷한 내용인데 왜 이렇게 싸우는 건가.
"지난 9월부터 당을 깨야 한다고 당 지도부가 말해왔는데 어떻게 깨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말을 해야 하지 않나. 답도 없이 당이 표류하고 있다. 어떻게 하자는 건가. 구체적으로 힘이나 흐름으로 입증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정당은 시대의 대세와 기운을 모아서 흘러가는 것이다.

안타까운 건 김대중 대통령을 지켰던 노무현이란 정치인이 있었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무엇을 얼마나 잘못했다고 노무현과 함께 하겠다는 얘기가 수세에 몰리는 발언이 되어야 하는가. 이런 구도를 만든 것 자체가 문제다. 책임 있는 당 선배들의 문제다. 노 대통령을 지키면서 참여정부와 함께 하는 행위가 원칙에서 크게 어긋나는 일인가. 일부 언론들이 설정한 '친노 대 반노'의 구도가 당내에서 그대로 통용되는 현실에 대해 이해할 수가 없다. 김대중 대통령을 지키지 못했다면 대북평화 노선도 없었고, 정권 재창출도 없었고, 개혁세력의 미래도 없었던 것 아닌가."

- 지금 열린우리당의 모습으로는 안 된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 것인가.
"답과 대안 없이 쉽게 (당을) 깨서는 안된다. 답과 대안을 준비하고 흐름을 만들어서 가야 한다. 시민사회세력이 평민련을 만들었고, 김대중 대통령은 그 토대 위에 계속 당을 '버전 업'시키면서 마지막에는 '젊은 피 수혈론'까지 제시했다. 정권교체라는 가치를 놓고 끊임없이 동참을 호소했고 세력들이 명분을 가지고 동참했다. 중심이 있어야 한다. 중심이 없으면 깨고 모이자고 얘기를 할 수 없다. 파트너가 없을 때에는 자기가 부족한 것을 계속 채워야 한다. 평민련과 꼬마 민주당의 통추 시절처럼 기치와 명분을 가져야 얻는 것인데, 현재 우리는 어떤 대안이 있나. 스스로 자기 당이 실패했다고 간판을 내리겠다는 데 누가 지지하나. 그런 점에서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분노한다."

- 당 지도부도 의원들의 의견을 취합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한다는 것 아닌가.
"집에 있는 당원 입장에서 황당했다. 우린 어떤 사람들이냐? 공동체의 의리와 약자에 대한 배려, 이런 것을 강조하는 혈액형의 사람들이 모여서 진보개혁세력이라 하는 것 아닌가. 이 사람들은 유일하게 명분과 가치를 갖고 정치한다. 승리하는 자는 나눠 먹을 게 많다. 여당과 야당은 역사적 체질이 다르다. 지금 기회를 잃어가고 있다. 그러면 당도 죽는다. 이럴 때일수록 원칙을 지켜야 한다.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못간다'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국민이 어떤 때 감동을 하나? 군불 지필 때 숟가락 들고 달려들면 감동이 오나? 이 혼란 상태에 대해서 정말 무책임하다. 현실적인 흐름이 정계개편을 필요로 하고 우리당 가지고 안 된다고 했을 때, 대안의 실체가 아직 없다. 그런 상태에서 전당대회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자는 것마저도 (안 된다고) 싸우고 있느니… 정상적인 절차를 밟고 있지 않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 긍정적으로 보면, 이 과정을 통해 열린우리당이 추구했던 목표와 원칙이 좀더 조정되고 타협되는 과정이 아니겠느냐 그렇게 생각한다."

"스스로 당의 간판을 내리겠다는데 누가 지지하겠나"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신당파와 당 사수파 간 대립이 극단적으로 흐르고 있다. 갈라서나.
"단정적으로 얘기하고 싶지 않다. 큰 지각변동 과정에서 다들 헤매는 상황인데 무조건 욕하고 싶지 않다. '힘들지만 참자'는 얘기 외에는 못하겠다. 이럴 때일수록 원칙을 지킬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니네 어떻게 이길래...' 무수한 문제제기를 받았지만 넘을 수 없는 선은 지키면서 지내왔다. 오히려 내적으로 단결해 주도세력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책임정치가 구현되지 않는다.

노 대통령이 '동교동'에게서 어떤 대접을 받았나? 그런데도 (김대중 대통령의 재임 기간 동안) 확고히 지켜줬다. 한 차례 흔들림도 없었다. 당 지도부들은 노 대통령과 함께 장관하면서 내각도 공유했던 분들 아닌가. 물론 대통령의 의제가 모두 옳을 수는 없다. 대통령의 의제 설정이 완벽해서가 아니라 이미 대선이라는 투표형태를 통해 이슈를 설정하는 사람의 위치를 정해놓았다. 어떻게 1:1 토론을 해서 대통령이 다 따라갈 수 있겠나.

김대중 대통령의 여러가지 노선에 대해서 당내에 왜 갈등이 없었겠나. 개혁파라는 사람들이 노 대통령에게 '동교동 비판해라', '당풍 쇄신해라', '김대중 대통령의 노선 중에서 대북 퍼주기, 밀실외교, 이거 다 문제 있지 않냐'는 등 얼마나 문제제기를 하라고 했는 줄 아나? 하지만 노 대통령은 개선하고 지양했다. 그렇게 역사와 정치 세력은 계승되고 발전하는 것이지, 이런 식으로 뚜껑 열어서 내부적으로 얘기하면 김이 다 빠져버려 밥이 안된다."

- 지지층에서도 '비노' 정서가 있다. 그건 현실 아닌가.
"(예전에) 부산에서 선거하면서 택시기사들에게 민주당 지지를 부탁했다가 얼마나 많은 봉변을 당했는지 아나. 지역감정이 극에 달했던 그 시절에 노 대통령은 '영남에서 30년 동안 정권을 잡지 않았나. 이제 5년 호남 분(김대중 대통령)이 하는 건데 너무 각박하게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하고 다녔다. 노 대통령이 부산시장에서 떨어졌을 때, 한 양식 있는 시민이 인터넷에 '노무현씨 나 당신 좋아하는데 왜 거기(호남)에 서 가지고 동네사람들(영남) 힘들게 해요'라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거기서 지키면서 했다."

- 지지층이 모이지 않는 원인 중에는 '인물이 없다'는 점도 있다.
"난 역사에 대해 굉장히 낙관적이다. 혼란과 위기는 영웅과 지도자의 몫을 크게 만든다. 한강 전선이 아니라 낙동강 전선에서 용이 나온다. 프랑스가 독일쪽 아래로 몰렸을 때 잔다르크가 나왔지, 영국 해안가로 몰렸을 때가 아니다. 사람들의 의기와 명분이 모아지는 에너지의 어떤 정점에서 역사를 움직이는 힘이 나온다. 우리는 고난 중에 있다. 지금 서로가 탓하면서 싸우고 있지만 누가 이 문제를 풀 수 있느냐고 생각하겠지만 (인물이) 나타난다."

- 자신감이 있어 보인다. 눈 여겨보는 사람이 있나.
"역사의 해안가에서 지금 날개 달고 날 채비하는 사람 많다. 바람이 없기 때문에 뜨지 못하는 거다. 이 갈등과 고난을 반드시 지지자들, 국회의원 중심으로 보면 낡은 정치다. 물론 그들이 선출된 대표자이기 때문에 주요한 의결권은 존중해야 되겠지만 동시에 4년마다 그 판을 갈아엎고 뽑는 것은 당원과 대중적 흐름이다.

그 흐름에 호소하고 당길 수 있는 힘을 갖지 못하면 정치를 못한다. 그 흐름이 언제 생기냐. 평상시 모두 생업에 종사하고 있을 땐 언론권력이 최고지만, 다시 사람들이 '정말 한심해서 못 보겠다' 할 때가 온다. 대선의 이슈와 정책 의제에 대해 두 눈 뜨고 보기 시작하는 때다. 엘리트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이 사회가 움직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래서 한나라당이 실패하지 않았나. 명분에 호소하지 못하면 어떤 정치든 다 실패한다."

- 지금 상황으로 봤을 때 여당으로 들어올 '예비주자'들이 많지 않을 것 같은데.
"지금은 비교 대상없이 일방적으로 '집권여당이 다 책임져라' 그러지만 이 구조 안에서 다음 대통령 후보가 나오는 게 아니다. 대선 때가 되면 다음 5년의 대한민국은 무엇이냐고 후보에게 묻기 시작한다. 그 땐 한나라당 후보들이 참여정부 꼬투리 잡아서 점수 못 딴다. 자기 것으로 승부해야 한다. 지금 조급증을 낼 이유가 없다."

- 지금 당내 유력주자인 정동영 전 의장과 김근태 의장은.
"그 누구 선배 정치인 중에서 살아온 위력, 능력, 성실성, 재능 면에서 뒤질 일이 없다. 나는 우리 진영 안에 이명박 전 시장이나 박근혜 전 대표 못지 않은 선배들이 많다고 본다. 다만 지금 판이 형성되지 않아 제대로 힘을 받지 못해서 그렇지 한나라당과 대적할 선배들이 많다."

- 현재 당이 처한 어려움에 대해 인식의 차이가 너무 크다. '열린우리당은 정치실험이었다', '옳았지만 실패했다', '비극은 분당에서 비롯되었다' 등등. 정동영·김근태·천정배 등 이른바 여권의 차기주자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그런 인식에 반대한다. 지금 상황을 갖고 실패했다고 본다면 실패한 게 맞다. 그래서 이미 끝나버렸으니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는 그런 인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열린우리당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 노 대통령과 차기 주자들 사이가 너무 멀어져버린 것 아닌가.
"정당과 정치는 늘 위태위태하다. 단정하지 않는다. 단정할 필요가 없다. 신영복 선생님의 '강의'란 책에 나오는 관계론과 같다. 뭐든 독립되어서 원래 그럴 수밖에 없는 고정적 성질을 지닌 것은 없다고 본다. 사람은 늘 관계와 상황 속에서 변화할 수밖에 없다.”

- 김근태 의장은 이번엔 작심한 모양새다. 특히 대통령과 책임 있게 논의하기 위해 면담을 4번이나 요청했지만 번번히 거절당했다고 한다.
"(기존의 언론보도에서) 보는 바와 같다."

- 노 대통령은 당에 대한 불신이 깊게 깔려 있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대통령의 국정운영 파트너로서 당이 책임지고 가는 게 부족하다. 이번 편지에도 언급돼 있다. 정부 정책이 나오면 일부 언론이 비판하고, 그걸 다시 여의도(국회)에서 정부를 향한 공격으로 이어가는 오래된 기득권 구조가 있다. 특히 인사문제에 대한 비판이었다. 김영삼 정부의 인사는 '군화발을 대신한 등산화'라며 민주산악회를 비판했고, 김대중 정부에 와서는 호남 편중인사라며 도배질을 했다.

이 정부 들어와서는 '386-코드인사'라고 한다. 청와대 386은 20% 가량 된다. 어떤 회사나 어떤 사회 조직도 마찬가지 아닌가. 386 세대가 조직의 중견 책임자로 활동할 나이다. 386이 어떤 책임있는 자리에서 일했나? 나도 386이지만 감옥 갔다와서 애 보고 있다. 386이 모두 짱돌 던진 386이 아니다. 그 시대가 함양하고 있는 자양분이다. 386이 IT강국을 만들고, 문화계 한류를 만들어낸 시대적 역량을 갖고 있지 않나."

"386, 노무현만큼 뜨거운 지지 받을 자신 있나"

- 언론의 386 비판은 정치권에 맞춰져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새로운 세대와 호흡을 하면서, 나보다 18년 윗세대지만 우리 세대를 움직여서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 우리 세대는 과연 어떤가? 386세대의 대표주자라고 하는 역사적 이력으로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나? 대중의 흐름에 얼마나 부합하고 있는가 반성해야 한다. 정치권 386 중에서 누구 하나 원칙을 지키면서 싸우고자 하는 사람이 없다.

민주화운동 세력이 반드시 고쳐야 할 몇 가지가 있다. 미래에 대한 관념적 모델을 제시하는 것으로는 안 된다. 현실의 정책 의제와 이슈를 가지고 자기 입장을 분명히 해나가야 한다. 난 오히려 정치권 386에 되묻고 싶다. 당신들은 노무현만큼 뜨거운 지지를 받을 자신이 있는지, 그걸 무엇으로 할 것인지. 그런 정도 질문만 던지겠다.

원칙을 갖고 정치를 하지 않고 선거와 정치라는 게임의 논리에 입각해서 정치를 바라보는 것 같다. 지금 시대, 김대중 대통령을 못 지키고 노무현 대통령을 못 지키면 개혁 세력의 미래는 없다. 어디 가서 뭘 찾겠다는 건가. 동년배의 정치인을 볼 때마다 마음이 비참해진다. 친노·반노·비노란 얘기를 왜 해야 되나. 노 대통령과 노무현 주변에 있는 사람이 무슨 부정을 일으켰나, 아니면 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나. 같이 지켜줘야 할 것 아닌가. 여당이 흔드는 데 우리가 무슨 수로 버티나. 왜 내가 대통령에 대해 해명을 해야 하나.

역사의 힘은 자기의 신념으로 대중 앞에서 얘기할 때 생기는 거다. 그게 대중정치인의 길이다. 정치를 하겠다는 순간,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지도자는 어떤 혼란 상황에서 자기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5년 전 김대중 대통령과 국민의 정부가 없으면 우리가 없듯이 이 정부의 실패를 뒤에서 발길질하면 우리의 미래가 어디 있겠나."

- 노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저를 전격 방문해 오찬을 함께 하자, 김혁규 의원은 '정계개편의 동력은 두 전·현직 대통령에게서 나온다'고 말한 바 있다. 동의하나.
"두 어른의 만남에 대해 뭐라 말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다만 분명한 것은 노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평화 노선과 정권교체의 역사적 의미를 지켰다. 아직도 노벨평화상 기념식과 6·15 기념식을 광주에서 성대하게 하지 않나. 자꾸 지역감정을 선동하려는 사람들이 대북송금 특검을 갖고 배신했다고 주장하는데 옳지 않다. 대선자금 수사마저도 그 상황에서는 수사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 최장집 교수의 노 대통령 비판은 신랄했다. 사실상 탄핵을 받았다며 개혁세력에게 결별을 촉구했는데.
"최장집 선생님은 늘 운동으로서의 민주주의, 정당에 의한 민주주의 시대로 넘어가야 한다는 말을 하셨다. 정당의 중요성을 늘 강조했다. 그런 교수님 입장에서 정당 정치가 약화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걱정이다. 저는 딱 그렇게만 이해한다. 그리고 그 문제(노 대통령에 대한 비판)는 반드시 성공해서 선생님께 배운 민주주의로 보답하겠다. 걱정하지 마시라고 다짐하고 싶다."

- 2007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이라고 보나.
"평화와 복지의 가치다. 평화는 포용정책을 동북아의 지역적 평화와 번영으로 발전 계승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조건 민족·자주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미국하고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질서·번영을 갖고 얘기해야 한다. 이것에 대해 냉전적으로 대응하면 한나라당의 실수다. 복지는 성장과 대립 개념이 아닌 동반 성장론, 생산적 복지론으로 봐야 한다. 이런 원리에 입각해서 주택, 교육, 대외정책이 나오지 않겠냐.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동체의 책무에 주목하는 것이 진보개혁 세력의 '혈액형'인데 그 범주 내에서 정책의 목표가 나오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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