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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홍릉 수목원에서
지난 10월 홍릉 수목원에서 ⓒ 최일화
나는 과거 문화면 기사를 죽 훑어보았다. 시가 연재기사로 다루어진 적은 없나 해서 옛날 문화면 연재기사를 훑어보았던 것이다. 있긴 있는데 신통치 않았다. 기자가 직접 쓴 창작시도 아니고 타시인의 시를 한편 소개하면서 이런저런 해설과 감상을 붙이는 형식이었는데 그 기사의 형식도 시각적으로 어설프고 채택한 시도 나의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다.

왜 편집부에서는 문화면에 시 코너를 하나 배치하지 않을까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연재기사를 한번 신청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연재기사를 쓰려면 어떠어떠한 조건에 합당해야 한다는 안내를 보고서는 해당이 안 되는 것으로 판단 생각을 거두었다. 그렇지만 내 시를 발표하고 싶은 생각을 버릴 수는 없었다. 그 동안 수백 편을 써서 시집으로도 냈지만 전혀 주목받지도 못하고 지금은 그대로 사장된 채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내 시를 다시 읽으며 발표해볼 궁리를 했던 것이다.

2005년 1월 인도 캘커타 마더 테레사 수녀님이 세운 임종의 집에서 같이 봉사활동을 한 대학생들과 함께
2005년 1월 인도 캘커타 마더 테레사 수녀님이 세운 임종의 집에서 같이 봉사활동을 한 대학생들과 함께 ⓒ 최일화
멋진 자연풍경을 디카로 찍어 시 한편에 사진 한 장을 잘 배치하면 그런대로 훌륭한 문화면 기사가 될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사진 한 장을 구태여 넣어야 하나 하는 의문이 생겼다.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시각적 효과를 꾀하는 것도 좋지만 관건은 시의 내용일 것 같았다. 사진을 보고 내 시를 읽을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 섰다. 시만 좋으면 사진이 없어도 충분히 독자의 공감을 자아낼 것 같았다 .

그래 사진 없이 시 한 편을 보내며 간단하게 시작노트를 붙여 독자와의 공감의 폭을 넓히고자 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계속 연재할 계획으로 <시가 있는 오솔길-1>이라는 연제 제목을 달아 첫 시를 올려보았던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확인해 보니 내 기사가 잉걸기사로 채택되어 문화면 목록에 올라있지 않은가. 내 시가 기사로 채택되었다는 안도감과 함께 시를 발표할 공간을 찾은 것 같아 여간 기쁜 것이 아니었다.

필자의 산책코스 인천 해양생태공원에서
필자의 산책코스 인천 해양생태공원에서 ⓒ 최일화
이렇게 시작된 개인적인 연재물 <시가 있는 오솔길>에 이제 100번째 시를 올렸다. 물론 이 시들은 전에 썼던 시도 있고 새로 써서 발표한 시도 있다. 될 수 있으면 그 계절에 어울리는 시를 올리려고 했지만 계절과는 상관없는 시가 대부분이다. 꾸준하게 400~500명의 독자가 읽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올린 지 오래된 시들도 꾸준하게 조회수가 늘어 700~800명 선에 이르는 걸 보면 독자들의 호응도 좋은 편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쉬운 점이라면 필자로서는 조회수도 더 많고 댓글도 많이 달리고 스크랩도 많이 해갔으면 하는데 그렇지 않은 점이라고 할까. 독자들은 아마 궁금할 것이다. 도대체 최일화라는 시민기자가 어떤 사람일까? 아마추어 시인일까, 그냥 아마추어 시민기자인가? 정식 문단에 등단한 시인인가 궁금할 것이다. 실제 직업은 무엇일까도 궁금하기도 할 것이다.

필자의 자전거 코스 인천 해양생태공원에서
필자의 자전거 코스 인천 해양생태공원에서 ⓒ 최일화
오마이뉴스 어디에도, 기사 말미에도 혹은 블로그에도 나에 대해서 자세히 소개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단 한번 처음 기사를 올릴 무렵인 재작년에 한 기사의 말미에 '최일화 기자는 고등학교 영어교사이며 인천에서 활동하는 시인입니다'라고 간단하게 내 소개를 한 적이 있지만 독자들은 아무도 그것을 기억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

발표한 시가 상당한 분량이 되고 보니 가끔 엉뚱한 욕심을 가져보기도 한다. 시집을 전문 출판하는 많은 출판사가 있을 텐데 내 시를 읽고 출판이라도 제의해 온다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을 해보았던 것이다. 물론 그런 제의는 한 번도 없었다. 한편 시집 발간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 생각과 느낌을 진솔하게 표현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지난 5월 인천 해양생태공원에서 찍은 아카시아꽃
지난 5월 인천 해양생태공원에서 찍은 아카시아꽃 ⓒ 최일화
이제 100번째의 시를 연재하고 나는 잠깐 생각을 해본다. 같은 제목으로 계속 연재를 할 것인지 아니면 잠시 쉬면서 향후 계획을 생각해볼 것인지? 아니면 제목을 바꿔 다시 첫 번째 시부터 다시 연재를 시작할 것인지, 아직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좀 더 시각적 효과와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사진 한 장을 함께 넣을 것인지도 아직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100편의 시를 발표하고 내가 받은 원고료는 얼마 안 된다. 한번도 MS나 ST기사로 채택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100편 모두 잉걸기사였던 것이다. 그래도 감사한 건 100편의 시를 올렸는데 단 한 번도 채택되지 않은 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비록 원고료는 얼마 안 되지만 내 시에 합당한 가치는 인정받은 셈이 아닌가?

지난 5월 인천 해양생태공원에서 찍은 아카시아꽃
지난 5월 인천 해양생태공원에서 찍은 아카시아꽃 ⓒ 최일화
혹자는 생각할지 모른다. 시는 종이신문에 혹은 문학전문지에 발표해야 제격이라고. 혹은 시는 원고료를 두둑하게 받고 발표해야 한다고. 그렇지 않다. 인터넷 매체가 날로 급부상하고 있는 이때 인터넷 매체를 통하여 독자들은 당연히 훌륭한 시를 접할 수 있어야 한다. 문학사에 길이 남을 좋은 작품이 인터넷 매체를 통하여 발표되는 풍토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곧 결정을 내려 계속 시를 독자들에게 선보이려 한다. 어쩌면 아무런 변화 없이 그대로 연재가 계속될 공산이 크다. 부족한 시이지만 다시 한 번 손질하여 독자에게 친근감 있게 다가가려고 한다. 계속 사랑과 관심을 가져주시면 본 시민기자에겐 큰 영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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