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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금성산성 산성리 가는 길
금성산성 산성리 가는 길 ⓒ 조명자
산성리 가는 길은 단풍도 고왔습니다. 투명하고 맑은 빨간색이 너무나 고운 옻나무는 단연 단풍의 왕이었지요. 노란 싸리잎, 더 샛노란 참나무 이파리, 화려함의 극치 단풍나무는 별로 없었지만 그래서 더욱 다정했습니다. 수더분한 시골처녀의 노란 저고리, 다홍치마처럼….

원색의 빨강이 아름다운 옻나무
원색의 빨강이 아름다운 옻나무 ⓒ 조명자
아, 그리고 이게 웬일입니까. 복스러운 계집아이 볼처럼 앙증맞은 '용담'꽃을 보았습니다. 게다가 계곡 아래쪽으로 군락지도 있었습니다. 남색의 복주머니 꽃이 매우 예뻐 흡사 만 원짜리 복권에 당첨됐을 때 그 기분이었습니다(그 이상 당첨된 게 없었거든요^^)!

가을 야생화의 여왕 용담꽃
가을 야생화의 여왕 용담꽃 ⓒ 조명자
곱게 늙는 인간은 그리 드문데, 나이 들수록 젊음이 따르지 못하는 품위와 멋스러움이 어우러진 사람을 만나기는 하늘의 별 따기인데, 자연은 어째 그리 젊고, 늙고 가리지 않고 모두 아름다운가요.

가을, 가을, 가을...
가을, 가을, 가을... ⓒ 조명자
수몰마을 '산성리' 자리가 내려다보이는 곳입니다. 저 건너편에 추월산이 보이고 높고 낮은 산자락이 산수화 한 폭이더군요. 그러나 저 물속에 태자리가 있었고, 조상님 묏자리도 있었고, 납작 엎드린 초가집 쾌쾌한 단칸방에 배 쭉 깔고 엎드려 군고구마 까먹던 추억도 있을 텐데, 그 그리움은 어찌하나요.

산수화 한 폭, 담양호
산수화 한 폭, 담양호 ⓒ 조명자
1974년 수몰될 때 가구수는 53가구, 그리고 300명의 주민이 정든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답니다. 고향을 등지며 마지막으로 동구 밖 성황당 터에 모셔졌던 신단만 모셔왔더군요. 수령 600년 마을 지킴이 느티나무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물과 함께….

마을 어귀 서낭당터 지킴이
마을 어귀 서낭당터 지킴이 ⓒ 조명자
1974년, 지적부에서 영원히 사라진 산성리의 역사가 여기 있습니다. 차가운 회색 대리석 한 조각에. 그 대리석 한 조각이 고향이 되어 수몰마을 이주민들의 쓸쓸한 가슴을 달래주겠지요?

산성리의 모든 것이 이 곳에...
산성리의 모든 것이 이 곳에... ⓒ 조명자
돌아오는 길, 잔자갈을 의지 삼아 깜찍한 자태를 한껏 뽐내는 쑥부쟁이꽃의 연보라색이 어찌나 투명한지 한동안 내 발걸음을 잡았습니다. '작은 것이 더 아름답다!' 삐쭉 키만 큰 다른 것들 보란 듯. ‘아! 나도 쟤를 닮고 싶다!’

연보라색 쑥부쟁이꽃
연보라색 쑥부쟁이꽃 ⓒ 조명자
하늘, 하늘엔 뭉게구름이 두둥실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내일모레 비 소식이 있더니, 그 준비작업이 시작된 모양입니다.

가을 하늘 뭉게구름
가을 하늘 뭉게구름 ⓒ 조명자
도반이 앞서 갑니다. ‘도반(道伴)’, 먼 길을 함께 가는 짝입니다. 비 오고, 바람 불고, 눈보라도 치고. 험한 길 함께 가려면 허구한 날 좋기만 하겠습니까? 밉기도 하다, 없으면 못살 것 같기도 하다, 귀찮아 어디 당겨버리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어디 가 이만한 도반을 다시 구하겠습니까? 소설을 쓰다 마지막엔 원점으로.

우리네 인생이 그렇게 살다 가게 돼 있는 것 같습니다.

도반이 앞서가네.
도반이 앞서가네. ⓒ 조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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