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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버트 리드의 <예술의 의미>는 초판(1931)과 개정판(1968)을 거친 것으로 당시 초판은 BBC에서 발간하는 주간 문예지 <청취자(Listener)>에 연재했던 글들을 모은 것이다.
허버트 리드의 <예술의 의미>는 초판(1931)과 개정판(1968)을 거친 것으로 당시 초판은 BBC에서 발간하는 주간 문예지 <청취자(Listener)>에 연재했던 글들을 모은 것이다. ⓒ 에코리브르
'예술'이란 무엇일까? 허버트 리드가 정의하는 예술이란 "마음을 기쁘게 하는 형식을 창조하려는 어떤 시도"이다. 또한 리드는 '예술'을 어떤 면에서 '인간 본능의 표현'으로 보는 듯하기도 하다(특히 '원시 예술'을 보는 관점에서는. 꼭지9 '형식과 표현'을 읽어볼 것. 그의 형식론 즉 형식의 가치는 복잡성의 정도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창조한 본능에 근거한다).

리드가 정의하는 '미감'이란 무엇이고 또 '미'란 무엇일까? 그가 말하는 '미감'이란 '유쾌한 관계들에 대한 감각'이며 '역사의 흐름 속에서 나타나는, 아주 불확실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격동의 현상'이다. 그리고 '미'란 '감각지각에서 맺어지는 형식 관계의 통일과 조화'라고 할 수 있다.

리드는 "예술이 반드시 미는 아니"라고 말한다(꼭지10 '황금분할'이라는 글에서 그리스인이 예술과 미를 동일시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오히려 예술과 미를 동일시하기 때문에 우리가 예술/예술품을 감상할 때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예술이 곧 미라는 가정은 미적 인상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에게조차, 그리고 예술이 미가 아닌 특정한 상황에서도 무의식에 자리한 센서처럼 작동한다. 예술이 반드시 미는 아니다. 그러므로 예술이 곧 미라는 말을 지나치게 반복하거나 요란스럽게 떠들어서는 곤란하다. (19쪽)

'황금분할' 즉 '기하학적 비례'와 미를 직결시키는 것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예술은 기하학적 비례라는 우주의 구조에 내재한 질서정연한 척도에서 미묘한 차이로 벗어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벗어남의 범위는 마치 시인이 리듬과 운율을 변화시키듯이 규율이 아닌 본능과 감수성으로 결정된다고 말한다.

'패턴'은 우선 인간이 타고난 원시적 본능의 발현으로 보고 있다(꼭지15에서 리드는 '패턴'을 '일정한 한계가 지어진 관계의 틀 내에서의 규칙성을 암시하는' 것이라 단순 정의한 후 '균제'와 '복잡성'을 이끌어낸다). 그러면서 어떤 패턴을 사용하여 예술작품을 구성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계로 짠 카펫'의 경우까지 예술작품으로 보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비록 따로 꼭지를 두어 설명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매스'라는 개념을 몇 번 더 보게 된다(17쪽 하단에는 '전체에서 큰 분량을 점하는 단일의 색 또는 빛의 넓이'라 주를 달아놓고 있다). 나는 이것을 '주목하게 하는 바'로 이해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시를 읽다가 특정한 시구에 시선이 고정된다거나 하는 것, 또 미술작품을 감상하면서 어떤 특정 위치에 시선이 머무르거나 하는 그런 것처럼 말이다.

나는 다음 구절에서 예술품은 시대의 소산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예술가의 목적의식적 이탈과 상징화 욕구에 의해 예술작품이 이루어진다고 하여) 예술작품의 모든 것이 필연적으로 예술가에게 귀속되지는 않는다. (중략) 우리가 받은 인상은 어느 정도 역사와 종교,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34쪽)

'형식'에 대한 정의는 간명하다. 예술작품의 형식(외형)을 운동선수의 체형에 비유하고 있는 부분은 물론 단적인 비유는 아니겠지만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는 있을 것이다.

형식은 규칙성이나 균제, 혹은 고정된 비례를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는 운동선수의 체형을 얘기하듯 예술작품의 외형을 얘기한다. 불필요한 군살이 없는 운동선수는 좋은 형식으로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즉 근육이 탄탄하고, 자세가 바르고, 움직임이 간결할 때 그렇다. 조각상이나 그림에도 그렇게 적용해 볼 수 있다. 이를테면 어떤 그림을 볼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살펴보자. 그 그림이 훌륭한 작품이라면, 그림을 관조할 때 우리는 거기에서 감동을 받는다고 말할 수 있다. (39쪽)

대부분 우리가 들어본 바 있는 '감정이입'이란 개념은 어떻게 풀어놓고 있을까? 확인하여 보자. 리드는 미학자 테오도르 립스의 용어를 가져와 풀어준다.

립스의 '감정이입'이라는 용어는 '공감(共感)'의 유사어로서 영어로는 'empathy'이다. '공감'이 무엇을 함께 느끼는 것이라면, '감정이입'은 무엇 안으로 들어가서 느끼는 것이다. (중략) 즉 우리 스스로를 예술작품의 형식 안으로 투사할 때 우리의 감정은 우리가 본 것과 우리 마음속에 자리를 차지한 여러 측면들에 따라 결정된다. (41~42쪽)

7쪽부터 9쪽에 걸쳐 있는 그림 목록을 살펴보고 비록 인쇄 상태의 작품들이기는 하지만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해당 면을 펼쳐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보람이라면 보람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 지은이: 허버트 리드 / 옮긴이: 임산 / 펴낸날: 2006년 11월 8일 / 펴낸곳: 에코리브르 / 책값: 1만 6500원


예술의 의미 - The Meaning of Art

허버트 리드 지음, 임산 옮김, 에코리브르(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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