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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토론회가 '부동산 가격 폭등 원인 찾기와 대안모색'을 주제로 지난 11월 27일 오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장에서 열렸다.
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토론회가 '부동산 가격 폭등 원인 찾기와 대안모색'을 주제로 지난 11월 27일 오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장에서 열렸다. ⓒ 오마이뉴스 김시연

11월 29일, 한나라당의 최고중진연석회의는 홍준표 의원이 대표 발의한 '대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촉진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이하 대지임대부 분양주택 법안)을 공식 당론으로 채택하였다. 지금까지 소수의 부동산 부자를 옹호해 온 한나라당으로서는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 셈이다. 한나라당이 '아파트 반값 공급'이라는 구호에 매력을 느끼는 걸 보면 대선이 가까워졌음을 실감하게 한다.

이 방식은 애초에 토지정의시민연대(이하 <토지정의>)가 '토지임대-건물분양'이라는 이름으로 제안했던 것으로, 부동산 불로소득은 토지에서 생기므로 토지를 매각하지 말고 임대하여 불로소득을 지속적으로 환수하자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반면 홍준표 의원의 제안은 분양가를 싸게 한다는 데 초점이 있기 때문에 양자 간에 세부적 내용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큰 틀에서는 같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토지정의>는 다음과 같은 10가지 의견을 제시한다.

# 1. 현실적 의의

현재 수도권을 비롯하여 전국의 주택공급률이 100%를 넘어서고 있는 반면 무주택자의 비율은 거의 50%에 달하고 있다. 이는 주택이 '거주' 목적이 아닌 '투기' 또는 '투자' 목적으로 소유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게다가 주택 가격도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상승하고 있어 무주택 서민의 주택 마련 기회는 점점 희박해져 가고 있다. 간혹 주택을 분양 받은 경우가 있다고 해도 분양가가 턱없이 높아 서민들이 자기 집을 갖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같이 주택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왜곡시키고 무주택 서민의 '내 집 장만' 기회를 봉쇄한 중요한 원인은 바로 현 주택분양 및 공급제도의 오류에 있다.

이런 측면에서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대지임대부 분양주택법안'은 현 주택분양 및 공급제도의 오류를 시정하기 위한 조치의 하나로 큰 틀에서 환영할 만한 것이다. 이 법안의 현실적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주택을 토지(대지)와 토지에 부착된 건물로 구분하여, 그 중 시간이 흐르고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가치가 상승하기 때문에 부동산 투기의 본질적 대상이 되는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반대로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감소하는 건물은 분양함으로써, 부동산투기를 근절할 수 있다. 둘째, 주택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공급할 수 있다. 셋째, 현 분양시스템에서 과도하게 높은 초기 분양가를 대폭 감소시킴으로써 무주택 서민이 현재보다는 훨씬 쉽게 자기 집을 소유할 수 있다.

# 2. 소유권 철학

올바른 주택 정책을 확립하는 것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는 잘못된 재산 분류 방식에 의한 잘못된 사고의 관습이다. 오늘날의 관습은 소유의 대상이 되는 모든 물건을 철학적인 근거도 없이 법률적으로 '동산'과 '부동산'으로 구분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자연스러운 물건의 구분은 노동의 생산물과 자연의 부존물로 가르는 것이다. 이를 경제학의 용어로 표현한다면 부(富)(노동의 생산물)와 토지(자연의 부존물)이다.

대지와 그 위에 부착된 건물인 주택은 법적으로 모두 같은 부동산에 속한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성격상 대단히 다르다. 주택은 인간의 노동에 의해 생산되며 경제학상 부의 범주에 속하지만, 대지는 자연의 일부이며 경제학상 토지의 범주에 속한다.

부의 본질적 성격은 노동의 구체적 결과라는 점, 인간의 노력에 의해 생긴다는 점, 그리고 그 존재와 부존재 및 증가와 감소는 인간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이에 반해 토지의 본질적 성격은 노동의 결과가 아니라는 점, 그리고 인간의 노력과는 물론 인간 자체와도 무관하게 존재한다는 점이다. 사유 재산의 진정한 대상은 노동의 생산물이기 때문에, 노동 생산물이 아닌 토지는 사유 재산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자연적 정의(正義)는 부의 사유(私有)를 인정하고 토지의 사유를 부정한다.

이 중 부의 사유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에 관습으로 정착해 있기 때문에 토지의 사유에 대한 부정에 관해서만 상술하면 다음과 같다. 모든 인간의 토지에 대한 권리의 평등성은 공기를 호흡하는 권리의 평등성처럼 명백하다. 모든 인간은 창조주의 하사품을 평등하게 향유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으며, 또 자연이 공평하게 제공하는 모든 것을 평등하게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이것은 자연적인 권리이며 양도할 수 없는 권리이다. 이것은 모든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면서 취득하는 권리이다. 압구정동의 졸부의 집에서 태어난 아기와 상도동의 철거민의 집에서 태어나는 아기는 모두 평등한 토지권을 천부인권으로 부여받고 태어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소유권 철학의 측면에서 대지는 공유하고 주택은 사유하는 것이 정의롭고 자연스럽다. '토지임대-건물분양' 방안이 이와 같은 소유권 철학을 우리 사회에 널리 전파하는 촉매제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런 소유권 철학은 다가올 통일 한국의 주택 모델의 철학적 기초가 된다. 남한의 대부분의 주택은 토지와 건물을 모두 사유ㆍ분양하는 형태로써 불로소득과 투기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반면에 북한의 대부분의 주택은 토지와 건물을 모두 공유ㆍ임대하는 형태로써 집에 대한 주인의식의 부재와 알뜰한 관리의 결여라는 문제가 존재하고 있다. 이런 폐단을 일소하는 바람직한 통일 국가의 주택 모델은 바로 '토지임대-건물분양' 방안인 것이다.

# 3. 재원 조달

'토지임대-건물분양' 방안이 실시될 경우, 기존의 방식처럼 조성된 택지를 매각할 수 없기 때문에, 토지수용비와 택지조성비에 필요한 초기 재원이 필요하다. 초기 재원은 연금 또는 기금 등을 사용하는 것은 좋다. 연금이나 기금의 경우, 안정적인 수익이 창출되어야 하는데, '토지임대-건물분양' 방안은 토지의 속성상 사회가 발전함에 따른 지대(토지임대료)의 지속적인 상승효과를 볼 수 있어 지대를 장기적으로 환수하게 되면 적절한 수익이 창출되어 투자비를 충당할 수 있을 것이다. 싱가포르가 실행 중인 '토지임대-건물분양' 방안의 경우, 주택개발청(HDB: Housing Development Board)은 연기금에 해당하는 중앙노후연금(CPF: Central Provident Fund)을 활용해 재원을 충당하였는데, 2006년 5월 현재 싱가포르 국민의 82%가 HDB 아파트에 살 만큼 큰 성공을 거두었다.

연기금을 투입한 후 지대가 폭락할 경우, 연기금의 부실로 직결되어 또 다른 사회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연기금 투입 반대론도 있다. 그러나 지대가 폭락하는 경우는 전쟁이나 강진 등에 의해 폐허가 되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런 극히 예외적인 경우까지 고려해야 한다면, 연기금 외에도 국가 공공 재정을 투입하는 어떤 사업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대한주택공사 산하 주택도시연구원의 보고서(HURI FOCUS 4호, 2005년 8월)에서 주장한 '토지임대-건물분양' 방안은 지대 완전 환수가 아니라, 개발 전의 저평가된 지대만 공공이 환수하고 개발 이후 인구증가와 사회발전에 의해 나날이 증가하는 지대 상승분은 개인 소유로 하자는 것인데, 이런 불철저한 지대 환수 방식에 의해서도 수익성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 보고서 중 '토지임대-건물분양' 방안을 행정중심복합도시에 실시할 경우의 사업 타당성 검토 항목에 의하면, 순수익은 약 2400억 원이나 발생한다.

또한 장기 채권을 발행하여 성공시킨 사례도 있는데 이 경우에도 지대 수입은 매우 안정적이다. 도시개발의 세계적인 성공사례로 꼽히는 미국 뉴욕 맨해튼 남부의 '배터리 파크 시티'(Battery Park City)의 경우도 '토지임대-건물분양' 방식을 채택하여, 총 92.6에이커의 토지 중 42%인 38.1에이커에 1만4000세대의 주택, 9%인 8.7에이커에 사무실(나머지 토지는 공원ㆍ광장ㆍ도로)이 공급되었는데, 초기 투자 재원은 장기 채권으로 충당하였다. 배터리 파크 시티 개발공사가 거두어들인 지대 등의 수입은 1999년 한 해에만 1억4600만 달러였는데, 이 중 채권 상환, 공공 투자, 시설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제외하고도 남는 금액을 공공 주택 기금 등의 명목으로 뉴욕시에 돌려주기까지 하였다(이상 배터리 파크 시티 관련 내용은 김기호ㆍ김대성,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의 전략과 기법에 관한 연구 - 뉴욕 배터리 파크 시티와 런던 도크랜드 개발 사례를 중심으로』, 대한건축학회논문집 계획계 18권 10호(통권168호), 2002년 10월을 참조).

# 4. 택지 확보

택지 확보를 위해 모든 공공 택지개발 사업에 대한 적용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고, 민간 택지개발 사업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를 검토할 수 있다. '토지임대-건물분양' 방안이 일부 사업에만 국한될 경우에는 부동산을 재테크의 수단을 겸하는 것으로 인식해 온 사람들이 외면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앞으로 공공기관이 주관하는 모든 토지 조성 사업에서 이런 방식을 채택한다고 법에 명시해야 한다. 그래야만 신규 분양을 원하는 실수요자가 "기다려봤자 다른 기회는 없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또 민간건설사가 주관하는 사업에서 '토지임대-건물분양' 방식을 채택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필요하다. 이 경우에는 불로소득이 공공으로 환수되는 것은 아니지만 제도를 정착시킨다는 점에서는 고려할 수 있다.

# 5. 토지 보상비 인하 방안

공공기관이 토지를 조성할 때 국공유지를 활용하는 경우보다는 민간 토지를 매수 또는 수용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이때 원 토지소유자로부터 토지를 너무 높은 가격으로 매수 또는 수용하면 결국 초기비용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토지 임대료도 높아질 수 있으므로 '토지임대-건물분양' 방안의 연착륙에 지장을 준다.

토지보상법(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는 당해 공익사업 때문에 오른 땅값은 보상해서 안 된다는 당연한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67조 2항. 70조 3항). 하지만 이상하게도 같은 법 70조 4항에 의하면, 보상액을 산정하는 기준 금액은 사업지역 지정이 된 그 해의 공시지가가 된다. 그 이전에 당해 사업에 대한 기대로 인해 땅값이 올랐더라도 그대로 보상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70조 4항을 개정하여 당해 공익사업으로 인해 땅값이 오른 경우에는 '그 해가 아니라' 적어도 3년은 소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6. 건물 분양가 인하 방안

건물 분양가가 너무 높으면 '토지임대-건물분양' 방안의 정착이 어려울 수 있다. 건설사가 건물 분양가를 부당하게 고액으로 책정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분양원가 공개가 이루어져야 한다.

# 7. 토지임대료 이원화와 환매권

영업용 토지나 중상류층을 위한 주택의 경우에는 시장임대료에 따라 책정하여 토지 불로소득을 완전히 환수하여야 한다. 그러나 무주택 서민 등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의 경우에는 주택복지 차원에서 지대를 낮추는 방안도 병행할 수 있다. 다만 이런 경우에는 전매를 통한 불로소득을 차단하기 위해서 환매권을 정부가 계속 보유하여야 한다. 싱가포르에서는 환매권을 5년간만 정부가 보유하지만 그 기간을 정하지 않는 것이 옳다.

# 8. 무주택 서민에 대한 주택매입자금 지원

무주택 서민 등 저소득층의 경우, 지대 감면 규정 외에도 초기 주택 매입비용이 많이 저렴해지더라도 이를 마련하기 힘든 경우가 있으므로 주택매입자금 지원 규정도 필요하다.

# 9. 지대 재평가

지대 산정은 매 5년 정기 조정을 원칙으로 하고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 수시 조정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 10. 기술적 반대론자들에 대한 비판

'토지임대-건물분양' 방안에 대해, 그 원론에 대해서는 별 언급 없이 몇 가지 기술적인 문제들을 제기하며 반대하는 소위 전문가들이 있다. '토지정의'는 위에서 이들이 제기하는 기술적인 문제들에 대한 해결 방안들을 제시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술적인 문제들을 고집하며 반대하는 논자들이 있다면, 이들은 진정한 대가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진정한 대가라면, 먼저 원론적으로 옳은지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그리고 원론이 옳다면 그 다음 기술적 문제는 원론의 하위에 종속시켜서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원론이 옳다면 기술적 문제는 기술적으로 해결하면 되는 것이다.

기술적 문제들도 중요하나 원론만큼 중요한 것은 아니다. 원론에 대해서는 모호한 태도를 취하면서 오직 자기가 아는 편협한 기술적 문제를 들어 반대하고, 그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전혀 하지 않는 소위 전문가들이 앞으로 제대로 된 전문가들, 대가다운 전문가들로 거듭나서 우리 사회에 진정으로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이상과 같은 10가지 의견 제시를 맺으면서, 지금까지 토지불로소득 환수에 대한 일관된 철학으로 '토지임대-건물분양' 방안과 부동산 보유세 대폭 강화 방안을 역설해 온 '토지정의'는, 한나라당에 대해 '대지임대부 분양주택 법안'에 이어, 부동산 보유세 대폭 강화도 공식 당론으로 채택하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한나라당이 토지불로소득 환수에 대한 일관된 철학을 갖춘 개혁적 정책 정당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공식 논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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