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케이블채널 tvN의 ‘라이크어버진’진행자 옥주현씨.
케이블채널 tvN의 ‘라이크어버진’진행자 옥주현씨. ⓒ 우먼타임스
[채혜원 기자] “한 달 쇼핑비는 보통 7백에서 8백만원 정도 쓰는 것 같아요. 명품을 소비할 경제적 능력이 되지만 부모님의 도움을 받는 것도 사실이죠.”

“결혼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학벌과 부모님 직업이죠. 사실 결혼과 연애를 별개로 여기는 경우도 많아요. 연애만 즐길 수 있는 남자들은 `보이토이(boy toy: 장난감 같은 남자라는 뜻)’라고 부르죠.”

‘된장녀’ 이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귀족녀’들의 말이다. 한 달에 1천만원에 가까운 돈을 쇼핑을 위해 소비해도 아무런 걱정이 없는 이들이 사용하는 명품 가방과 화장품을 고스란히 소개한 것은 다름 아닌 CJ미디어의 종합오락채널 tvN의 ‘옥주현의 라이크어버진(Like A Virgin)’이라는 프로그램.

가수 옥주현이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신개념 여성 토크 버라이어티쇼’라는 타이틀을 걸고 10월 9일부터 방송되고 있다. 대한민국 젊은 여성들을 위한 리얼리티 쇼가 없는 만큼 이 프로그램은 여성들의 이슈를 다룬다는 점에서 젊은 여성들의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여성 토크쇼에 정작 여성은 없다는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첫 방송부터 ‘귀족녀’를 등장시킨 데 이어 2회 방송분에서도 ‘꿈의 D컵’이라는 주제로 여성의 속옷을 다루면서 특정 브랜드의 란제리 쇼를 펼쳐 시청자들의 비난을 면치 못했다.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S라인 가슴 만들기’라는 주제에 맞게 체형에 맞는 속옷 입는 방법이나 몸매 관리법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지 않고 성형외과 전문의를 등장시켜 “여성이 가슴이 작으면 성형수술을 해야 한다”는 멘트를 여과 없이 방송했다.

패션 트렌드가 아닌 고가 화장품의 가격과 효능을 소개하고 특정 계층의 소비 행태를 알려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한 ‘라이크어버진’은 지난달 방송위원회로부터 ‘해당 방송 프로그램 중지’와 ‘시청자에 대한 사과’ 조치를 받았다.

조회 수가 5천회를 넘어 시청자게시판 ‘베스트 1’으로 뽑힌 글에서 ‘smfvma’란 아이디의 네티즌은 “여성을 위한 토크쇼라고 해서 관심을 갖고 지켜봤는데 트렌드에 관한 정보는 없고 위화감만 조성해 방송을 보는 내내 울화통이 터졌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개국한 tvN은 ‘라이크어버진’외에도 도마 위에 오른 프로그램들이 많다. 여성전문 솔루션 프로젝트라는 타이틀을 내건 ‘섀도 우먼(shadow woman)’은 여성문제 해결 프로그램. 박나림 아나운서와 전문가 패널이 진행하는 이 프로 역시 해결책 모색은 없고 고통 속에 빠져 있는 여성들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15살 때 성매매 업소로 팔려가 20년간 성매매에 종사한 여성, 사귀던 남자로부터 스토킹을 당한 여성 등의 사연을 구체적으로 소개만 할 뿐 어떻게 상처를 극복하고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지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었다.

‘리얼스토리 묘(猫)’라는 프로그램도 룸살롱을 르포 형식으로 보여주면서 잘못된 향락문화에 대한 비판 없이 업소 여성들이 성매매로 돈을 어느 정도 받는지 등에 대한 내용만 방송해 비판을 받았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모니터분과 관계자들은 “tvN의 프로그램들은 신귀족주의를 지향하고 있으며 보기 드물게 만든 시사 프로그램에서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동정적 시선에 머물러 있다”며 “재미있으면서 격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취지에 맞게 귀족주의와 선정성을 앞세우는 일을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댓글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