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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입소한 아들 경국이와 아내
이날 입소한 아들 경국이와 아내 ⓒ 서종규
12시30분 정도 되니 계단 절반 정도 사람들이 들어차기 시작했습니다. 군인들도 나와서 입영식 예행연습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긴장하며 일제히 그곳을 바라봤습니다. 비는 계속 내리는데도 비옷을 입은 군인들이 나와서 줄을 맞추며 방향 전환하는 구령까지 모두 그대로 연습을 합니다.

사람들 모두가 긴장한 듯한 표정입니다. 이제 곧 저 연병장에 내려갈 아들들을 생각하는 것이겠지요. 사회를 보는 군인이 입영식에 대한 안내 방송을 합니다. 곧 입영식이 시작되니 가족 간의 인사를 나누라고, 입영식 후에는 가족 간의 만남이 없다고.

모두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가볍게 어깨를 두드려 주는 아버지도 있고, 꼬옥 안아주는 어머니도 있습니다. 입에서 떨어지는 말은 별로 들리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이별의 순간은 다가오고, 내리던 비는 그치지 않았습니다.

오후 1시가 되자 입영식에 앞서서 입영하는 장병과 가족들을 위한 군 생활 안내 비디오 방영이 시작됩니다. 서로 존중하는 군생활의 모습을 보여주며, 서로 말을 주고받으며 인사하는 모습과 내무반 생활, 식사의 모습 등이 변화된 우리 군의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군악대가 입영식 준비를 하고
군악대가 입영식 준비를 하고 ⓒ 서종규
비디오 방영이 끝나자 이제 입영병들이 연병장에 집합합니다. 비가 내리기 때문에 판초우의를 나누어 줍니다. 금방 군인으로 탈바꿈합니다. 연병장에 대열을 갖추고 모이자 늠름한 대한의 군인으로 변합니다.

군악대의 연주로 시작된 입영식은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 연대장 환영사,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들에 대한 인사 등으로 진행됩니다. 경례를 하는 모습이 완전한 군인이 된 것 같습니다.

기수단 입장에 이어
기수단 입장에 이어 ⓒ 서종규
판초우의까지 입어서 누구인지 잘 구분이 되지 않지만 가족들은 어디에 서 있는지 찾아보려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봅니다. 눈시울이 붉어진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서로 손가락을 가리키며 저기에 있다고 외쳐보지만 연병장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모두 똑 같은 모습니다.

30여 년 전에 입영하던 때에는 지역 집결지의 기차역이었습니다. 광주역에 멈추어 있던 입영 열차에 올라타자 수많은 사람들이 플랫폼에서 발을 동동거리고 있었습니다. 기차 안에는 벌써 무섭게 생긴 헌병들이 꼼짝도 못하게 악을 지르고 있었답니다.

늠름한 모습은 벌써 군인이 되었고.
늠름한 모습은 벌써 군인이 되었고. ⓒ 서종규
지루하게 멈추어 있던 입영 열차가 서서히 움직이며 김을 품어 내자 플랫폼에 손을 흔들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앞쪽으로 내닫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손을 흔들며 달려오던 사람들이 모두 멀리 사라지고, 기차역도 사라지자 헌병들이 무섭게 다가왔습니다.

'모두 대가리 박아.' '고개 든 놈 누구야. 너 이리 나와서 바닥에 대가리 박아.' 등등 처음으로 들어보는 무시무시한 명령에 겁먹어 창 밖도 내다 볼 수 없었답니다. 그렇게 꼼짝도 못하고 기합만 받다가 도착한 연무역에서 줄을 맞추어 훈련소까지 걸어갔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마지막 들어가는 모습까지도 찍고 싶어
마지막 들어가는 모습까지도 찍고 싶어 ⓒ 서종규
요즈음은 훈련소로 바로 입소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부모들이 승용차에 자식을 태우고 논산으로 향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같이 온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승합차로 10여명의 가족들이 함께 오는 사람들도 있었답니다.

1시까지 모이기 때문에 12시 경에 도착한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식당을 향합니다. 훈련소를 들어가는 길목엔 많은 식당들이 있었습니다. 식당 입구마다 안내원들이 자기 식당으로 들어오라며 입영하는 가족들을 끌어 들입니다.

입영 전 훈련소 부군에서 하는 마지막 식사
입영 전 훈련소 부군에서 하는 마지막 식사 ⓒ 서종규
역시 식당도 사람들로 만원입니다. 점심 식사라 가볍게 갈비탕 한 그릇이 족할 것 같은데 일부러 갈비며 불고기를 시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가족들 가운데는 어김없이 모자를 쓰고 있는 젊은이 한 명이 있고요.

요즘은 입대하는 장정들의 머리가 그리 짧지 않습니다. 스포츠머리 정도이지요. 30여 년 전에는 빡빡 깎은 머리였습니다. 어쩌다가 더벅머리로 군에 들어 온 사람도 더러는 있었습니다. 그들은 당연히 많은 기합을 받고 군 이발소로 끌려갔습니다. 모두 고통스럽게 참아내야만 깎이는 이발기로 빡빡 머리가 되어 내무반으로 돌아 왔습니다.

입영식을 마치자 장정들이 막사 쪽으로 행진을 하려고 합니다. 계단에 있던 젊은 사람들은 손에 든 디카나 휴대폰을 들고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손을 흔들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도 보이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어느 여성도 보입니다.

대열이 모두 막사 쪽으로 사라지자 사람들이 뒤돌아서기 시작합니다. 모두 붉어진 눈시울을 닦으며 연신 사라진 막사 쪽을 바라다 봅니다. 계단에 주저앉아서 계속 울고 있는 어느 여성이 보입니다. 안타깝습니다.

군에 보내는 가족이나 연인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겠지요. 아쉽고 안타깝고 눈시울에 번지는 눈물까지 모두 서운한 마음들이지요. 뒤돌아 오는 길목에 있는 교회에 들어가 자식의 무사한 군생활을 위해 기도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반쯤 열려진 문틈으로 보입니다.

연인을 보내는 안타까움에 주저앉고
연인을 보내는 안타까움에 주저앉고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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