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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학교 이야기"
"풀무학교 이야기" ⓒ 부 . 키
"더불어 살기 운동(같이 살기 운동)은 혁명이다. 민족의 성격을 바로 잡으며 우리 정신을 살리고 세계 전체를 구원하는 길이다."

씨알 사상으로 유명한 함석헌 선생의 말이다. 더불어 산다는 것, 함께 어울리며 산다는 것은 쉬운 것 같으면서도 쉽지 않다. 관념적으론 늘 생각하면서도 실제 생활을 함에 있어서는 행동화되지 못하는 게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더불어'라는 말엔 개인의 이해타산이 없거나 적어야 하는데 우리 사는 세상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주변을 관심 있게 살펴보면 '나'가 아닌 '우리'라는 공동체를 이루며 땀방울을 흘리는 곳이 있다. 작은 학교, 생명 사상을 기르는 학교인 풀무학교도 그 중의 하나다. 풀무학교의 교훈은 '더불어 사는 평민'이다. 개인주의에 매몰된 요즘의 시대에 더불어 사는 평민을 기름을 교훈으로 삼아 행동화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모두가 위로위로 올라가 평민이 아닌 귀족을 꿈꾸는 시대에 평민을 가르치고 평민을 배우며 실생활에 적용하며 산다는 것은 어쩌면 특별한 교육이라 할 수 있다.

그럼 풀무학교에서 말하는 '더불어 사는 평민'이란 무얼 의미할까? 저자 홍순명 선생은 '하나님과 이웃과 흙과 더불어 사는 삶'이라고 말한다. 헌데 더불어 살아감을 꼭 이웃과의 관계에서만 보지 않는다. 더불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하고 더불어 사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즉 머리와 가슴과 손이 따로 놀지 않고 하나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인데 이는 지식과 실제능력과 가치관이 따로 놀지 않고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란다.

어찌 보면 우리는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따로 놀고, 가치관과 지식이 유리된 채 살아가는지 모른다. 다만 그러한 것들을 크게 인식하지 않고 지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풀무학교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가르치고 있다는 것은 우리 교육에서도 한 번 쯤 돌아볼 일이라 본다.

또한 풀무학교에서 중요시하고 있는 게 생명교육이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며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체험하고 생활에서 실천하고자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것은 홍순명 선생의 삶의 가치관이 그대로 교육에도 적용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교육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다. 단편적인 지식이나 기술 전달은 지엽적인 것이다.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바른 인생의 목표를 자각시켜야 한다. 바른 인생관의 확립이 교육의 첫째 목표이다. 농부, 정치가, 의사가 되기 전에 인간이 되어라. 인간의 바른 목표는 사랑의 실천이다. 그리고 자기 생명을 소중히 여기듯 남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생명 지상주의의 바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만드는 것이 21세기의 바른 국가와 세계를 재건하는 선결 과제다. 지금이 바로 자연을 파괴하고 생명을 경시하는 경제 제일주의 가치관과 그에 추종하는 교육을 근본적으로 개혁할 때이다."

저자가 일본 '애농회'를 창시한 고다니 씨의 <애농 구국의 책>이란 책의 내용을 발췌한 이 글엔 우리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어느 정도 제시해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 우리 교육 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이나 공존의 삶을 살아가는 생명의식을 고취시키기 보다는 경쟁과 개발논리의 하나인 파괴의 교육을 한 것은 아닌가 생각할 때가 있다.

그렇다면 고다 씨의 생각이나 풀무학교의 개교정신이 담겨 있는 "일만 하면 소, 공부만 하면 도깨비. 일도 하고 공부도 하는 사람이 되자."라는 말은 교육의 진정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노동이 없는 공부는 자칫 관념으로 빠져들기 쉽다. 또한 체험이 결여된 지적 탐구는 정신과 육신과의 부조화를 가져와 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데 장애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가끔 꿈을 꾼다. 세상다운 세상을 만들어 살아갈 꿈을. 그러나 그 꿈은 경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이룰 가능성이 있는 꿈이 아닌 백일몽에 그치곤 한다. 헌데 홍순명 선생님은 대안학교인 풀무학교의 설립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모습과 풀무학교에서 하는 일(학습, 체험, 발표) 등을 적은 글을 통해 그 꿈을 백일몽이 아닌 진짜 꿈으로 보여주고 있다.

자자는 책을 통해 '나'가 아닌 '우리'가 서로 어깨동무하고 웃으며 걷는 세상, 여유롭지는 않지만 서로를 챙겨주는 사람을 만드는 교육, 그 교육의 작은 소망들을 소박하게 펼쳐 놓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풀무학교 이야기"는 어렵지만 우리 교육의 대안의 하나로써 생각해볼 만하다 할 것이다.

홍순명 선생님이 들려주는 풀무학교 이야기 - 첫째 묶음

홍순명 지음, 부키(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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