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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우병 쇠고기 피해자 증언대회'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민주노동당 주최로 열렸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국에 수입되는 쇠고기는 우리가 잘 모르는 쇠고기다. 검증할 수가 없다."

미국 소비자연맹 소속으로 광우병 전문가이자 의사인 마이클 핸슨씨가 내린 결론이다. 그는 "미국은 해마다 약 3700만 마리의 소를 도축하고 그 중에서 40만 마리만 광우병 검사를 한다"며 "전에는 도축 소의 1%를 검사했는데 지금은 고작 0.1%만 한다"고 주장했다.

다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되었다. 지난 2003년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서 중단됐다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의 4대 선결 조건 중 하나로 쇠고기 수입이 전제되면서 정부는 서둘러 '30개월 미만의 살코기'에 한해 수입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1차분 9톤이 들어와 검역 절차를 거치고 있다.

조만간 미국산 쇠고기는 음식점, 병원, 회사, 학교 급식 등을 통해 우리가 섭취하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모른다'는 것이다.

일본처럼 확실한 이력추적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도 아니고 원산지 표시제를 일부 시행하지만 전국 음식점의 1%도 안되는 수준이다. 알권리와 선택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은 상태다. 그래선지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7%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불안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23일 민주노동당 주최의 '광우병 증언대회'가 열렸다. 미국, 일본에서 전문가들이 모였다. 인간광우병으로 딸을 먼저 보낸 영국인 깁스씨도 나왔다. 미국 현지 취재를 통해 광우병 감염 소의 국내 유입 가능성을 고발한 이강택 PD(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쇠고기' 연출)도 자리를 함께 했다.

[영국] 자넷 깁스 "엄마, 내 다리가 웃겨"

▲ 인간광우병(vCJD)으로 사망한 영국 소녀 조안나의 어머니 재닛 깁스가 광우병의 위험성에 관해 증언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조안나는 명랑하고 활달한 아이였어요. 악단에서 활동하고 경비행기, 말 타기, 조정을 즐기는 매우 활달한 아이였지요. 그런데 13살 되던 해 이상한 점이 발견되었어요. 시무룩하고 생기가 없고 노 젓는 것도 서툴렀어요. 사춘기 증세인가 생각했죠.

그런데 어느 날 학교 수학시간에 컴퍼스로 자기 손을 찌르기 시작했어요. 옆에 있던 친구가 보니 조안나의 표정이 끔찍했대요. 집에서 칼이나 컵으로 가족들을 위협하기도 했구요.

그 다음엔 걷는 것도 이상해지고 말도 어눌했어요. '엄마 내 다리가 웃겨'라고 하더니 휠체어가 필요한 상황이 됐죠. 무도병이 왔어요. 다리가 멋대로 춤을 추는 증세죠. 저는 운전을 할 때 조안나가 제발 가만히 있기를 바라는 기도를 했어요. 자리를 박차고, 차문 밖으로 나가고 그랬거든요. 정신 이상도 깊어졌어요.

집안에서도 저를 줄곧 따라다니고 인형을 늘 가지고 다녔어요. 어린아이로 퇴행하는 거였죠. 또 밤이면 공포에 떨며 소리를 치는데 제가 달려가면 저를 마치 괴물 보듯 밀쳐냈어요. 이 때까지만 해도 왜 이런 증상이 나오는지 진단이 나오지 않았어요.

결국 조안나는 침대 위에서만 생활하게 되었고 요실금 증상, 음식을 삼키지 못해 위장을 뚫어 튜브로 음식물을 넣어줘야 했지요. 결국 침도 삼킬 수 없는 지경이 되더니 인공호흡기로 생활했고 2003년 1월 1일 사망했어요. 15살 나이였죠. 할 수 있는 치료는 없었어요. 기도를 하거나 시골길 드라이브, 마사지, 수 치료 정도.

조안나의 가장 친한 친구 3명은 딸아이가 죽은 뒤 치료를 받아야 했어요. 충격 때문이었죠. 조안나를 한번 만나러 오기까지 그 아이들의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광우병이 얼마나 파괴적인 병인지 알아야 해요. 나중에 엄청난 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미국] 마이클 핸슨 "미 정보요원들 총들고 검사기록 압수"

▲ 미국소비자연맹 마이클 핸슨 대표.
ⓒ 오마이뉴스 이종호
"미국식품의약청(FDA)에서는 '30개월 이상의 소에게서 나오는 뇌와 척수'를 동물 사료로 써서는 안된다고 결정했어요. 하지만 불충분합니다. 뇌와 척수 이외의 부위에서도 광우병 전염성 물질이 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

유럽연합과 일본처럼 식용동물에게는 어떤 종류의 동물 단백질도 사료로 쓰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부위뿐만 아니라 나이도 문제입니다. 영국에서는 30개월 미만은 물론 20개월 된 소에게서도 광우병이 발병한 사례가 있어요. 현재 사료 금지조항에 따르면 30개월 미만 소의 뇌와 척수를 포함한 부위를 닭과 돼지 사료로 쓸 수 있도록 했는데, 잠복기에 있는 광우병은 별다른 증세를 나타내지 않기 때문에 수혈 등을 통해 감염될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소의 나이를 체계적으로 기록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소를 조사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해요.

모든 소에 대해 광우병 검사를 해야 합니다. 유럽연합은 24개월(영국), 30개월(독일 등) 이상 된 소는 100% 검사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미국은 0.1%에 불과하죠. 그것도 무작위 샘플이 아니라 농장주가 하고 싶어하는 소를 가져와요. 죽은 소가 85%인 적도 있어요.

지난 7월 애리조나에서 있었던 일인데, 한 농장주가 문제가 있는 다량의 젖소를 검사하기 위해 가져왔어요. 그런데 35명의 정보요원들이 총을 들고 들이닥쳐 1만1500장의 검사기록들을 압수해 갔어요. 농장주를 잡아들이고 가족들을 협박했지요. 그 때가 일본과의 수입재개 승인이 난 이틀 뒤의 일이었지요.

광우병이 발생한 뒤로 소가 소를 사료로 먹는 일은 금지하고 있지만 교차 감염의 가능성은 여전히 높습니다. 소의 피를 추출해 말린 것을 송아지에게 단백질 섭취를 위해 먹입니다. 피에도 광우병 전염인자가 있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어요.

또 닭장 바닥의 폐기물 중 연간 20조 파운드가 소의 사료로 사용되는데 이 폐기물 중 30%가 닭 모이라는 조사결과가 있습니다. 닭 모이에는 소고기가 섞어 있거든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일본] 카네코 키요토시 "'안심'할 수 있어야 진짜 리스크 관리"

"소는 더이상 초식동물이 아니다"

소는 초식동물이다. 풀을 먹고 커야 맞다. 하지만 실제 소는 육식동물로 사육되고 있다. 동물의 뼈와 살을 갈아 만든 육골분 사료와 피로 만든 영양제, 성장 호르몬, 항생제, 신경안정제를 먹고 큰다.

빠른 시간, 더 무게를 나가게 하기 위한 '공장식 축산업'의 결과다. 소가 소를 먹는 일도 생겨났다. 소가 먹는 사료는 소의 살과 뼈로 만들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생겨난 게 20세기 말 신종 전염병인 광우병이다.

학계에서는 광우병의 원인 물질로 '프리온'이라는 단백질을 꼽고 있다. 프리온은 모든 동물들이 가지고 있는 핵산이 없는 단백질인데 '변형된' 프리온이 광우병의 원인물질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변형 프리온은 360도의 고온에서도 병원성이 전혀 소실되지 않으며 자외선 등 강력한 소독에도 결코 죽지 않는다.

현대의학은 아직 이 단백질이 어떻게 인간과 소를 미치게 만들고, 종국엔 죽음에 이르게 하는지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일본도 한국과 함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했다. 하지만 조건은 한국과 다르다. 일본은 우리보다 훨씬 유리한 '20개월 미만의 쇠고기'를 수입한다. 일본은 100% 광우병 검사를 하고 확실한 이력추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소비자가 선택한 쇠고기의 출생부터 도축까지 사육지와 도축일자, 농장주, 전출입 날짜 등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리실 산하의 광우병조사위원회 의장대리인 카네코 키요토시 교수는 수입 재개 조치에 항의하며 사퇴했다.)

2003년 8월 식품안전위원회가 발족했습니다. 2001년 9월, 10월 일본에서 광우병이 확인된 후 2년이 지난 시점이었지요.

그런 와중 2003년 12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국내에 타전되었습니다. 우선 국내 대책을 재검토하기 시작했고 그게 끝나기 전에는 미국산,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재개도 심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우리의 평가를 기다리지 않고 수입재개를 합의해 버렸습니다. '20개월 이하인 소'에 대해 한정했지만 그조차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위원회는 미국산 수입 소에 대해 '뿌리'부터 평가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사료 관리 문제, 도살장에서의 위험부위 제거 문제, 그리고 검사 체계까지 모두 검증한다는 것이었지요. 그렇게 국민에게 설명하고 소비자들도 믿어 주었는데 정부 입장은 180도 상반된 것이었어요.

국내는 삼중의 안전기준을 갖추고 있는데 미국에 대해서는 국내와 달리 이중 기준을 적용하더군요. 사료 규제 문제는 미비하니 심의하지 않아도 된다, 위험부위를 제거하는 문제, 또 20개월 이하의 소가 확실한 지에 대해서도 '미국에서 지켜지고 있다고 가정해 달라'는 전제로 당국에선 설득했습니다. 과학적 평가가 어려운 조건에서 저는 부끄러웠습니다.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식품에 대한 '안전'은 '안심'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안전은 과학적인 위험도 평가를 하는 것이고 안심은 사람의 감정의 문제인데 이 둘은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소비자들과 신뢰 관계를 쌓지 않으면 무슨 말을 해도 역효과만 납니다.

일본인의 60% 이상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합니다. 그것이 현재 미국의 광우병에 대한 일본의 감정입니다. 전혀 '리스크 소통'이 안되고 있는 거죠. 안심 단계까지 가야 진짜 리스크 관리인 것입니다. 부처를 아우르는 '식품 안전·안심 위원회'는 어떨까요.

[한국] 이강택 "한국, 잠시 이러다 말 것이다"... 미국의 낙관

▲ '얼굴없는 공포, 광우병-미국 쇠고기 보고서'를 제작한 이강택 KBS PD.
ⓒ 오마이뉴스 이종호
"사실, 제가 했던 것은 부실한 문제제기에 불과합니다. 이제 뚜껑을 여는 정도지요. 사실 두렵기도 했습니다. 과학을 동원한 시비가 있을 때 대응할 수 있을까, 미국측에서 거액의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까, 아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으려면 명목상 이혼을 해야 하지 않을까(웃음) 하는….

기우가 아닙니다. 미국의 사육농장, 도축장은 접촉이 철저하게 봉쇄되어 있습니다. 워낙 외진 데 있고 야간작업을 하는 곳도 많아서 도저히 찾아낼 수가 없습니다.

미국 농무부에서 척 램버트 차관보를 만났을 때 '미국인도 다 먹고 있다'고 말하더군요. 램버트는 육우협회에서 15년 동안 일했던 사람인데 한국과의 수입재개 협상의 대표를 담당했습니다.

그는 저에게 '초기에 언론 보도가 지나가면 그 다음엔 잘 풀릴 것'이라고 아주 낙관했습니다. 이러다 말 것이라는 건데, 어디에서 그런 오만이 나오는지, 도대체 한국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어이가 없었습니다.

사실 미국의 식육기업들은 만만한 상대가 아닙니다. 곡물 메이저로 알려진 '카길'사는 쇠고기 2위 생산업체인데 시간당 400마리를 도축할 수 있는 도축장을 갖추고 있고 사료 시장과 항생제 등을 생산하는 제약 자본을 갖춘 기업입니다. 거대한 괴물과 같습니다.

제가 취재 갔을 때 미국에선 이미 벌써 뼈 있는 쇠고기도 수입될 거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돌아와 우리 정부에 확인하니 아니라고 합니다만, 문제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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