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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경실련 회원들이 아파트거품빼기를 주장하며 광화문에서 텐트 시위를 벌이고 있다.
21일 오전 경실련 회원들이 아파트거품빼기를 주장하며 광화문에서 텐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정연경
21일 오전 11시,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마당에 8개의 텐트가 쳐졌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아파트값거품빼기촉구 및 10만서포터즈모집 가두캠페인'을 벌이며 텐트 퍼포먼스를 펼친 것이다.

높은 빌딩 사이로 보이는 텐트는 이색적이었다. 경실련의 박병옥 사무총장은 "텐트는 우리의 집을 상징한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텐트를 칠 땅조차 없고, 텐트와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며 이번 퍼포먼스의 의미를 밝혔다.

"서민의 내 집 마련 꿈 아직 멀었다"

경실련 회원들이  '아파트값거품빼기촉구 및 10만서포터즈모집 가두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경실련 회원들이 '아파트값거품빼기촉구 및 10만서포터즈모집 가두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 정연경
이번 캠페인은 경실련의 박병옥 사무총장의 발언으로 시작되었다. 그는 "지난 11월 15일 발표된 부동산 대책은 실질 투기수요를 억제하는 장치가 아니다. 정상적인 통로로 내집을 마련하는 서민의 꿈은 실현되려면 아직 멀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경실련은 ▲공공보유주택 20%로 확충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및 후분양제 이행 ▲실수요자 위주의 주택담보대출 개혁 ▲재개발, 재건축의 공공성 회복을 요구하며 "이제는 국민이 나설 수밖에 없다"는 의지를 보였다.

경실련의 이종수 상임집행위원장은 대국민 제안서를 통해 "참여정부는 하늘이 두쪽나도 집값을 잡겠다더니 이제는 꿈과 희망도 가질수 없다. 이러한 원인은 집값을 낮출 정책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정부가 개발업자와 개발 관료에 둘러싸여 국민 모두가 원하는 주택 정책을 외면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지난 11.15 부동산 정책은 또다시 공급 확대만을 주장한 개발업자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며 "정부는 강남의 중대형 아파트 재건축 등 개발업자의 요구는 적극 반영하면서 도저히 자신의 힘으로 집을 살 수 없는 30% 국민의 요구는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거리를 지나던 한 시민은 "우리나라가 공산주의 국가냐"며 후분양제 도입, 분양원가 공개 등의 구호를 외치는 경실련 회원들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많은 시민들은 간간히 떨어지는 빗방울 속에서도 발걸음을 멈추고 '아파트값거품빼기 10만서포터즈 모집'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온라인 시위 병행..."국민은 투기 광풍에 돌기 직전"

텐트 안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경실련 회원들
텐트 안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경실련 회원들 ⓒ 정연경
박 사무총장과 이 상임집행위원장을 포함한 경실련 회원 6명은 텐트 속에 들어가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두명씩 세 개의 텐트에 나눠 들어간 경실련 회원들은 "지금 바로 하늘에서 아파트가 떨어진대도 살 수 없는 사람은 절대 못 사는 것이 우리나라의 주택 정책이다", "사람 사는 집으로, 돈벌이 그만!" 등의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무언의 시위를 벌였다.

퍼포먼스를 지켜보던 김지영(28)씨는 "결혼을 앞두고 있어 집값 문제에 더욱 관심이 간다. 아파트값 거품이 제대로 빠질 수 있는 정부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퍼포먼스가 벌어지고 있는 뒤로는 '아파트값거품빼기촉구 및 10만서포터즈 모집' 서명운동이 계속 되었다. 서명에 동참한 권혁신(40)씨는 "평소 집값 문제에 불만이 많았다. (집값 문제에 대한) 시민연대운동이 마땅히 계속 되어야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재경부 홈페이지에 올라오고 있는 항의글들
재경부 홈페이지에 올라오고 있는 항의글들 ⓒ 정연경
한편, 이날 거리 퍼포먼스는 아파트값거품빼기에 대한 온라인 시위와 함께 이루어졌다. 경실련은 21일, 재정경제부 게시판에 부동산 정책에 항의하는 1차 온라인 국민행동을 벌인다고 밝혔다. 이는 게시글의 제목 말머리에 ▦↘의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는 아파트를, ↘는 거품을 빼자는 의지를 나타낸다.

21일 현재 재정경제부 참여마당의 자유발언대 게시판에는 ▦↘을 말머리로 하는 항의글이 700여건 올라온 상태다. 닉네임 '먼그날'로 글을 올린 한 시민은 "국민들은 투기 광풍에 돌기 직전이다"라며 "온국민을 사기 도박판에 몰아넣을 작정이십니까? 지금 이 아수라장이 정상적인 사회라고 보시는지요"라고 답답한 심정을 밝혔다.

또한 항의글을 올린 손기석씨는 "분양원가 공개하고 1가구 2주택자의 불로소득을 차단하라!"라는 제목의 글에서 "부동산 대책은 바보가 아닌 이상 공급자 위주의, 가진자들을 위한 정책이라는 것을 안다"며 "부동산 투기 및 임대로 엄청난 부를 쉽게 축적하는 망국적인 기득권 세력들에 대한 엄정하고도 가혹한 조세 정책이 실시되어야만 이번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실련의 이러한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은 온·오프라인에서 계속될 예정이다. 오는 25일 오후 4시에는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 1차 국민행동이 있다.

경실련 시민입법국장 이강원씨는 "23일 온라인에서도 한번 더 국민행동이 있을 예정이다. 또 25일 1차 국민행동 이전에 한번 더 국민의 의지를 보이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논의 중에 있다"고 앞으로의 일정을 밝혔다.

"가격 안정에 대한 정부 의지 확고해져야"
[인터뷰]경실련 이종수 상임집행위원장

-텐트를 친 이유가 무엇인가?
"텐트는 집없는 서민들을 대변한다. 시민의 힘으로 정부의 (집값) 정책을 바꾸고자 거리로 나섰다."

-아파트값이 올라가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제대로 진단 못하고 처방 역시 제대로 못하기 때문이다. 8번에 걸친 부동산 정책은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보냈다."

-이러한 정책에 대한 대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원칙대로 돌아가야 한다. 공공주택부터라도 원가 공개를 하는 것이 시급하다. 중장기적으로는 어느 나라에도 찾아보기 힘든 선분양제를 후분양제로 바꿔야한다."

-15일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아파트값이 약간 주춤하고 있는데.
"시장이 관망적인 자세로 돌아선 것이다. 아직은 기본적으로 건설 관료들이 업자들로부터 포획된 정책을 끼워넣기 하는 것이 많아 근본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가격 안정에 대한 정부 의지가 더욱 확고해져야 한다." / 정연경

덧붙이는 글 | 정연경 기자는 <오마이뉴스> 인턴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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