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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양희은, 화가 김점선
가수 양희은, 화가 김점선 ⓒ 여성신문
[박윤수 기자] 자타가 공인하는 개성 강한 예술가들, 가수 양희은(54)씨와 화가 김점선(60)씨가 우정으로 뭉쳐 화제가 되고 있다. 김점선씨는 양희은씨가 최근 내놓은 35주년 기념앨범 ‘양희은 35’의 표지와 속지 그림을 그렸으며 12월 14일과 15일 오후 8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콘서트에도 참여한다.

두 사람은 어린아이와도 같은 천진난만함과 순수함을 간직한 사람들. 특히 김점선씨는 장영희 서강대 교수의 시집, 소설가 박완서씨의 동화집 등에 삽화를 그리거나 예술가 친구들과의 인연과 인터뷰를 엮은 책 ‘김점선 스타일’을 펴내는 등 예술가들과의 협업과 친분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최근엔 디자이너 이광희씨의 20주년 패션 전시회 참여, 롯데백화점 ‘에비뉴엘’에서의 자선 바자, 보건복지부 금연 포스터 제작 등 전방위 활동을 펼치고 있다.

두 사람은 “양희은은 ‘노래하는 김점선’이고 김점선은 ‘그림 그리는 양희은’”이라고 서로를 얘기한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두 달 전 양희은씨가 진행하는 방송에 김점선씨가 초대 손님으로 참여하면서부터. 만난 지는 얼마 안 됐지만 50대 중반에 들어선 양희은씨와 올해 환갑을 맞은 김점선씨는 같은 세대를 사는 여성으로서의 느낌을 공유하며 오랫동안 만난 사이처럼 가까워졌다.

김점선씨는 35주년 기념앨범의 표지와 속지를 꾸며달라는 부탁에 흔쾌히 승낙했고 음반을 화사한 꽃 그림으로 채웠다. 양희은씨는 “어렸을 땐 나무를 좋아했고 꽃을 꺾어 꽂아놓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요즘엔 꽃시장에서 꽃을 사고 싶어지더라”면서 “아무래도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보다”라며 웃었다.

이번 공연은 특히 영상에 신경을 썼다. 막이 오르면 무대 삼면을 둘러싼 스크린을 통해 김점선 화가의 그림들과 이번 앨범의 중심 소재인 꽃 영상이 화면 가득 수놓아지며 양희은씨의 목소리와 어우러질 예정이라고. 귀와 눈이 동시에 즐거운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양희은씨는 자신의 노래 가사를 직접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앨범에 담은 12곡의 노래도 모두 그의 인생과 경험에서 나온 것. ‘인생의 선물’에는 늙어가기에 대한 생각이, ‘임진강’엔 북한 출신의 실향민이 겪는 아픔이 표현돼 있다. 16년, 17년을 같이 살아온 자식 같은 강아지들을 먼저 보낸 아픔을 ‘내 강아지’에, 9년 전 류머티즘을 앓는 남편을 간병하며 쓴 ‘당신만 있어준다면’에는 함께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그려냈다.

그에게 노래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라디오. 71년 시작해 81년 유럽 배낭여행을 갔을 때와 결혼 후 미국에 있으면서 라디오를 쉬었던 시간을 뺀 27년 동안 녹화방송 한 번 없이 라디오를 진행해왔다. 특히 99년부터 8년간 해오고 있는 MBC 라디오 ‘여성시대’는 그에게 ‘인생학교’와도 같은 곳이라고. 그는 “윤리 도덕 선생 같은 상투적인 말로 가르치려 들 때가 오면 그때가 마이크를 놓아야 할 때가 아닐까”라고 얘기했다.

50대에 들어서면서 그는 “노후에 대한 고민이 숙제로 다가온다”고 했다. 둘이서 집을 지키는 ‘늙은 신혼’을 보내야 하는 요즘, 어떻게 나이 들어갈 것인가에 대해 ‘여성시대’에 도착하는 사연들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고. 그는 나이를 먹으니 “겉이 아닌 안을 들여다 볼 여유가 생기고 작고 소박한 것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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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성신문은 1988년 국민주 모아 창간 한국 최초의 여성언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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