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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부터 24시간 영어뉴스 방송을 시작한 알 자지라 방송의 카타르 도하 본사 전경.
지난 15일부터 24시간 영어뉴스 방송을 시작한 알 자지라 방송의 카타르 도하 본사 전경. ⓒ EPA=연합뉴스

무자비한 공격과 피의 보복 악순환하는 중동지역

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존 아비자이드 미 중부군 사령관이 18일 알 카에다가 추구하는 호전주의를 1920~30년대 유럽을 강타했던 파시즘과 비교했다.

자신의 저서 <멀고도 먼 전쟁> 강연회를 위해 방문한 하버드 대학 케네디 스쿨에서 "이스라엘과 아랍의 긴장이 완화되지 않을 경우 파시즘으로 인해 세계 전쟁을 치를 수밖에 없었던 쓰라린 과거와 마찬가지로 제3차 세계대전의 발발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다.

같은 날 UN총회는 유럽 연맹국 모두가 찬성표를 던진 가운데 찬성 156, 반대 7, 기권 6으로 이스라엘로 하여금 군사행동을 즉각 금지하고 가자 지구로부터 병사들을 철수시킬 것을 요구했다. 미국, 이스라엘, 호주를 포함한 태평양 도서 국가 일부만이 반대표를 행사했다.

UN 표결 이후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가자 지구에서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2명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어 최근 임명된 이스라엘 극우파 장관 베이테누 아비그도르 리버만 당수는 "팔레스타인 수상 이스마일 하니야와 외무장관 마흐무드 자할이 사망자 명단에 포함됐어야 했다"고 발언하여 팔레스타인은 물론 아랍 전체를 연일 자극하고 있다.

세계의 경찰을 자임한 미국의 현역 장성이 주둔지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상황을 세계대전 발발의 징후로 해석하는 가운데, 가자 지구에서는 연일 이스라엘의 폭격과 공습으로 시민들의 희생이 발생하고 피의 보복을 다짐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 가자 지구를 포함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오늘의 현실이다.

알 자지라 스튜디오에 나타난 두 젊은이들

이런 가운데 지난 15일 방송을 개시한 영어 뉴스 채널 알 자지라 도하 스튜디오에 뜻 밖의 두 젊은이가 찾아왔다. 대담 프로그램 진행자 리즈 칸을 만나 자신들이 소속된 '평화를 위한 전투원들(Combatants for Peace)' 활동을 널리 알리기 위해 어려운 발걸음을 한 것이다.

요나단 샤피라라는 이스라엘 공군 예비역 장교와 팔레스타인 출신 슐리만 알 카팁이다. 요나단 샤피는 숱한 출격과 공습으로 단련된 이스라엘 공군 장교였으나 현재는 '평화를 위한 전투원들' 모임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저는 수주일 전까지 이스라엘 검은 독수리 헬리콥터 비행 편대에서 팔레스타인 공습에 누구보다도 열성이던 파일럿이였습니다. 속죄일을 앞두고 호출 받은 자리에서 이스라엘 공군 사령관으로 부터 제 보직이 해임되었고 더 이상 이스라엘 공군에서 헬기를 몰 수 없음을 통보 받았습니다.

더 이상 불법적이고 비도덕적인 명령을 받아들이지 않겠노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이 화근이 되었으니만큼 모든 책임은 제게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3년간 무슨 일이 제 주변에서 있었는지 간단하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이 지역에서 무려 2289명이나 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이 중 439명은 채 18살도 되지 않은 아이들입니다.

196명의 이스라엘 시민들이 팔레스타인 로켓, 자살 폭탄 등으로 숨졌습니다. 방위대 소속 군인들도 180여 명이나 죽었습니다. 이스라엘과 협력한다는 명목으로 86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같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의해 살해되었습니다..."


지난 4월 10일 열린 '평화를 위한 전투원들' 발족식 행사 장면.
지난 4월 10일 열린 '평화를 위한 전투원들' 발족식 행사 장면. ⓒ www.combatantsforpeace.org
"비도덕적 명령 불복종 선언하자 해임" - "이스라엘 민족 고통에 공감"

요나단과 동행한 슐리만 알 카팁은 팔레스타인 출신이다. 14살에 이스라엘 병사를 칼로 찔러 15년 형을 언도받고 10년 이상을 감옥에서 보냈으니 인생의 절반을 이미 감옥에서 보낸 셈이다. 수감 생활 중 뜻한 바가 있어 현재 요나단과 함께 '평화를 위한 전투원들' 모임을 위해 활동 중이다.

"제가 파타 운동에 몸을 던진 건 12살 때입니다. 돌멩이를 던지거나 슬로건을 쓴다거나 화염병을 준비하는 일들을 주로 했습니다. 14살 때 저는 친구와 함께 이스라엘 병사를 칼로 찔렀습니다.

저는 15년을, 제 친구는 18년을 언도 받았습니다. 수감 생활 후반기에 저는 자나드 감옥으로 이동되어 교도소내 도서관에서 일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대학에도 가 본 적이 없었던 저는 교도소 스터디 그룹에 매일 참가하며 유태 민족에 대한 역사를 공부할 수가 있었습니다. 이스라엘 민족이 겪고있는 고통을 알게 되었습니다. 1997년 10년 5개월의 형기를 마치고 저는 오늘 이 곳에 서 있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사망자가 발생하고 피의 복수가 계속되는 적대 국가의 30대 두 젊은이 들이 방송국 스튜디오 한 테이블에 마치 오래된 친구 마냥 나란히 앉아 프로를 진행한다는 사실에 솔직히 조금은 놀라왔다.

전세계로 방송되는 알 자지라 스튜디오에서 이스라엘 정부를 야만 정부라며 공개적으로 질타하는 이스라엘 젊은이와 하마스의 자살 공격은 반드시 중단되어야만 한다는 인티파타 출신의 팔레스타인 젊은이는 조금도 두려워하거나 주저하는 기색이 없었다.

"미국은 UN 결의안을 28번 비토한 나라입니다. 미국의 비토가 없었다면 우린 벌써 평화를 이루었을 것입니다. 책임의 근원은 미국과 이스라엘에 있습니다."

놀랍게도 요나단의 발언이다.

쇄도하는 격려 이메일... "부모님들도 성원"

미국, 캐나다 등지로부터 수많은 격려 이메일이 스튜디오로 도착되고 어떻게 하면 같은 모임에 참가할 수 있는지를 묻는 전화가 쇄도하는 가운데 요나단은 예의 그 차분하고도 확신에 넘치는 어조로 가족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저희 부모님은 두 분 다 제가 하고 있는 일을 성원해주고 계십니다. 제 주변에 있는 많은 이스라엘 사람들은 저희가 하고 있는 일이 옳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제 바로 위 형은 저와 함께 이 조직에서 같이 일하고 있습니다."

'평화를 위한 전투원들' 모임은 1년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지난 4월 10일 120명의 회원과 서포터즈가 참여한 가운데 첫 모임을 가졌다. 이후 다수의 워크숍과 강연회를 열었으며 스웨덴, 덴마크, 미국 등지를 다니며 후원자를 모집하는 등의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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