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동기 모임 MT(뒷줄 오른쪽이 도형이)
동기 모임 MT(뒷줄 오른쪽이 도형이) ⓒ 나관호
늦은 저녁,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전화를 받았다. 오마이뉴스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내 연락처를 누군가 오마이뉴스에 문의한 모양이다.

"이도형이라는 친구 분이 연락처를 문의하셨는데요."
"아! 그래요. 제 친구인데요."
"제가 친구분 연락처 드리지요."

10여년 넘게 연락이 두절됐던 친구다. 도형이가 미국 유학을 떠난 후 학위를 마치고 한양대 교수로 들어왔다는 소식을 지면 통해 몇 년 전 접했었다. 30대에서 헤어졌다가 40대가 되어서야 만나는 친구가 되었다. 핑계겠지만 서로 자신의 일에 바쁘게 지내다 보니 마음속에 존재하는 친구였지만 연락을 못했다. 나를 수소문해 찾았다는 것에 미안하기도 하고 깜짝 놀랐다.

도형, 용선, 병조, 시혁이 졸업식에서 친구들과 함께
도형, 용선, 병조, 시혁이 졸업식에서 친구들과 함께 ⓒ 나관호
친구의 번호를 받아 전화를 했다.

"어이. 이 교수님!"
"나관호 목사!"
"잘 지냈어. 어떻게 알고 전화를 했어?"
"미국 있는 인환이가 전화를 했더라, 오마이뉴스에 기사가 많이 오른다고."
"그래, 인환이가? 미국에 있어!"
"미국에서 의사 생활해. 조지아에서 학위했지. 나 공부할 때 같이 미국 있었어."

10여년의 세월은 친구들에게도 나에게도 많은 변화를 준 것 같았다. 먼 이국땅에서 바쁘게 살면서도 한국 소식을 접하기 위해 인터넷신문을 열어보고, 그 과정에서 나를 생각하고 찾아준 인환이에게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학창시절 학교와 교회에서 만나 우정을 나누고 미래를 계획했던 친구들이 꿈대로 각자의 분야에서 자리를 잡아가도 있는 것이 행복했다.

다른 친구들의 얼굴도 스쳐갔다. 간간히 먼 자리에서 소식만 듣고 있다. 화가, 교수, 의사, 사업가, 지점장, 기자, 선교사, 약사, 직업군인, 목사, 금융컨설턴트 등 다양한 자리에 서 있을 친구들을 찬찬히 하나하나 그려보았다.

나는 음악을 좋아했었다
나는 음악을 좋아했었다 ⓒ 나관호
나 또한 간간히 여러 친구들 소식을 몇 단계 걸쳐 누군가에게 듣거나, 후배들 그리고 신문 방송을 통해 접할 때가 있었다. 이민 소식, 논문 발표, 교수 임용, 의료 세미나 주최 소식, 대령진급 소식과 개인전 소식 그리고 사업이 곤두박질했다는 소식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들려온다. 지점장 친구는 수십 년 만에 지난달 잠깐 만났다. 그 친구는 불룩한 배사장이 되어 있었고, 나는 머리숱이 적어 서로 보며 웃었다. 그리고 몸에 위기가 온 친구 소식도 접할 정도로 나이가 들었음을 느낀다.

도형이가 나를 찾은 것은 오랜만에 동기들 모임을 갖자는 제안을 하기 위해서였다.

"관호야! 요즘 바쁘니? 너 찾으려고 114에 다 수소문 했었다."
"그래. 사실은 너 교수 임용 됐을 때 몇 번 전화했었어."
"그래! 언제."
"응. 몇 번 했었지. 연결이 잘 안됐어."
"다음 주, 시간 잡을 건데 괜찮지?"

그 유명한 런닝 패션 축구
그 유명한 런닝 패션 축구 ⓒ 나관호
대학을 막 졸업했을 때 친구들은 '시온'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교제도 나누고 미래에 대한 꿈을 키워갔었다. 도형이는 회장, 나는 총무를 했다. 각자 위치에서 성장해 힘을 모아 국가와 사회에 빛이 되는 일을 하자고 다짐 했던 시절이다.

당시 정기적으로 열심히 모임을 가졌었다. 모은 회비로 구제도 하고, 유학 간 친구나 선교사로 나간 친구를 돕기도 했다. 애·경사에 충실했고, 만남이 영원할 것만 같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시간 앞에서 모든 것이 흐릿해졌다.

내가 도형이를 마음 깊은 곳에 두고 있는 것은 도형이가 나에게 삶의 큰 줄기 하나를 만들어준 친구이기 때문이다. 도형이는 부족하지만 성직자의 길에 들어서는 발판이 되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도형이는 내가 신앙과 인격을 훈련할 수 있는 길로 나를 인도했었다. 그때 내 삶의 변화는 놀라운 것이었다. 그래서 항상 도형이를 기억한다. 얼마 전 어느 신문과 방송 인터뷰에서도 나는 이 친구 이야기를 했었다.

고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교회 앞에서
고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교회 앞에서 ⓒ 나관호

선배들 모임에 따라 가서
선배들 모임에 따라 가서 ⓒ 나관호
깊숙한 곳에 놓여 있던 옛 앨범을 찾아보았다. 사진을 보니 시간의 흐름이 느껴진다. 얼굴 생김새, 헤어스타일, 옷차림 그리고 몸 매무새 모든 것이 변했다. 그러나 마음만큼은 제자리 걸음을 했겠지. 친구란 시간이 멈춰진 관계이기 때문이다. 시계 초침은 흘러가지만 마음 속 시계는 멈추어져 있다. 친구에게서 받은 전화 한통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반갑다! 친구야. 이번에 만나면 학창시절로 돌아가자. 그래서 인연의 끈을 놓지 말고, 젊은 날 약속했던 그 꿈과 이상을 이제 펼쳐보자. 그때처럼 같이 손잡고 달려가고 싶구나!

덧붙이는 글 | 나관호 기자는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뉴스제이 발행인, 칼럼니스트다. 치매어머니 모신 경험으로 치매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이다. 기윤실 선정 '한국 200대 강사'로 '생각과 말의 힘'에 대해 가르치는 '자기계발 동기부여' 강사, 역사신학 및 대중문화 연구교수이며 심리치료 상담으로 사람들을 돕고 있는 교수목사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과속운전은 살인무기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