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수능이 끝났다. 이 땅의 수많은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들이 혼연일체가 돼 벌인 몇 년간의 사투가 마무리되었다. 먼저 다들 수고하셨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 정말로 이런 힘든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의구심을 제기하면서도 열심히 공부한 아이들에게 대견하고 대단하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

하지만 수능을 끝낸 수많은 학생들은 입시 전략에 골몰하느라 또 한 번의 홍역을 치러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학부모님들과 선생님들도 이런 저런 자료와 대학 입시 홍보물들을 통해 우리 아이가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대학과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 대입수능고사가 실시된 7일 오전 서울 경복고등학교 앞에서 동성고등학교 후배들이 수험생 선배에게 합격을 기원하며 큰 절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시험도 시험이지만, 이제부터가 문제야!

현행 입시제도가 학생들에게 더 넓은 대학과 전공 선택의 기회를 부여한다고 하지만 실상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과연 그럴까라는 의문이 곧잘 제기된다.

"학생들의 선택 범위를 넓혀 준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예전보다 재수를 하려고 오는 아이들은 더 늘어난 것 같아."
"예전 학력고사 시절에야 한 번 떨어지면 거의 재수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현행 입시제도는 그런 점에 비추어 볼 때 분명 아이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준 점은 일리가 있는 것 같아."
"문제는 선택의 폭만 넓혀 주었지, 정말 그 선택의 폭이 우리 아이들에게 자신들의 적성과 능력을 제대로 고려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성이 없었지 않았나 싶어요."
"맞아요. 더 혼란감만 안겨 준 것 같아요. ○○선생님 말씀처럼 날로 재수, 혹은 삼수를 하려고 학교에 찾아오는 아이들은 예전보다 훨씬 늘어난 것 같아요. 뿐만 아니라, 곧잘 대학을 다니다가 전과를 하거나 편입을 하는 경우도 많고요."


정작 아이들의 선택권을 더 존중해 주었다는 점에서 현행 입시제도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분명 인정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은 실제 그 선택권이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는 게 여러 선생님들의 의견이었다.

특히 대학들의 자의적인 입시정책이 날로 늘어갈수록 일선 학교 현장의 입시제도는 혼란을 거듭하게 된다는 지적이었다. 수많은 대학들의 입시정책에 맞추면서 생기는 학교현장의 혼란이 고스란히 우리 아이들에게 전가된다는 것이다.

선생님 이런 것 저런 것 따질 여유가 없어요!

비단 이런 현상이 우리 선생님들만의 지적은 아니다. 아이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어 혼란을 유발시키고 있다. 특히 수많은 대학의 상술에 넘어가 수십 군데에 원서를 넣거나 시험을 치고도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지 못해 당황스러워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정시를 치른 후에도 자신의 진로와 적성보다는 대학의 입시홍보와 전략에 넘어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우선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고려해 소신 있는 지원을 해야 하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진 아이들은 우선 합격해야 한다는 생각에 자신의 소신을 접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 시험 잘 봤나?"
"예, 선생님 그런 대로 잘 봤어요. 근데 선생님 어디에 지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예전부터 네가 가려고 하는 대학과 전공이 있었잖아."
"근데 선생님 자꾸만 헷갈려요. 많은 아이들이 합격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하도 많은 곳을 지원하려고 생각하는 통에, 저도 자꾸 마음이 흔들려요. 다른 곳이 더 좋아 보이기도 하고…."


아이는 수능을 치르고 나서 마음이 꽤 흔들리는 모양이었다. 이런 저런 대학들의 홍보와 상술에 자신의 소신과 신념이 흔들리고 거기에 따라 소신지원도 마음에서 멀어져 가는 듯 보였다.

물론 이 아이만의 상황은 아니었다. 대다수 아이들이 대학들의 입시전략에 혼란스러워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단지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는 점에서 일리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정작 그 선택이 자신의 적성과 소질에 따른 합리적인 선택인지는 의문스러울 뿐이다.

아이들의 선택의 폭보다는 시간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현행 대학입시제도는 너무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처리해야 하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 이 조급함은 모두 우리 아이들이 정작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진중하게 고민할 수 있는 여유를 빼앗아간다. 특히 대학들의 입시홍보와 전략은 여기에 더해 우리 아이들의 선택의지를 오히려 꺾어 놓기도 한다.

짧은 시간 안에 무수하게 쏟아지는 입시 홍수 속에서 정작 우리 아이들이 자신에 대해 돌아볼 시간적 여유를 충분히 가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런 홍수 속에 자신을 잃어가기 십상이다.

이제 수능이 끝났다. 많은 아이들이 자신이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진학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정작 그런 아이들의 소신에 우리 교육현실이 과연 합리적으로 대응하고 있는지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돌아볼 때다.

몇 년을 입시에 지쳐버린 우리 아이들이 어른들의 얄팍한 입시 상술과 전략에 다시 한 번 상처 입는 그런 상황은 벌어지고 있지 않은지 다들 한 번 중지를 모아봐야 할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 한교에도 보냅니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