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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내 붙었던 '비운동권 공조 제안' 대자보. 이후 선관위의 징계를 받고 다른 자보로 대체되었다.
서울대학교 내 붙었던 '비운동권 공조 제안' 대자보. 이후 선관위의 징계를 받고 다른 자보로 대체되었다. ⓒ 정연경
"현재 50대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는 총 7개의 선거운동본부(선본)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 중 모모 4개 선본은 이른바 운동권이라고 분류할 수 있는 선본이며 저희와 모모 2개 선본은 비운동권입니다. 현재 많은 학우들이 비운동권 선본이 여러 곳 출마했다는 사실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저희 선본은 이 같은 학내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비운동권 선본 간 공조를 제안합니다".

오는 11월 21∼23일에 진행되는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선거를 앞두고 비운동권 선본임을 밝힌 한 선본이 비운동권 선본 간 공조를 제안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선본은 ' ○○ 선본, △△선본에게 비운동권 공조를 제안합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학교 곳곳에 붙였다.

이 대자보는 "(과거 비운동권 선본이 그랬던 것처럼)비운동권 간 상호 비방이 있지는 않을까, 비운동권 선본들의 자중지란으로 운동권의 대안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여러 곳에서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라며 "이 같은 학내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비운동권 선본 간 공조를 제안합니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가장 이상적인 공조는 후보를 단일화하는 것이겠지만 이는 총론에서 세부적인 내용에 이르기까지 많은 합의가 있어야하는 만큼 당장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힌 이 선본은 "때문에 비교적 합의가 쉬운 부분에서부터 공조를 제안한다"며 ▲ 비권간 부적절한 상호비방 금지 ▲아크로 유세 불참과 같은 정책적 공조 ▲공정한 정책 경쟁의 3가지 공조 정책을 제시했다.

선관위, "허위 정보 징계"...타 선본, 비운동권 공조 제안에 싸늘

해당 선본 홈페이지에 올라왔던 대자보의 내용. 표 부분이 허위 사실이라는 이유로 선관위의 철거 징계를 받았다.
해당 선본 홈페이지에 올라왔던 대자보의 내용. 표 부분이 허위 사실이라는 이유로 선관위의 철거 징계를 받았다. ⓒ 정연경
이 대자보는 선관위의 주의 1회 징계와 함께 철거를 권고 받았다. "각 선본의 정치성향과 소속에 대해 불명확하거나 사실이 아닌 내용을 자의적으로 기재했고, 이로 인해 해당 선본의 정체성이 훼손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선관위의 설명이다.

문제가 된 것은 타 선본의 정치적 성향을 표로 제시한 부분이다. 실제로 이 선본은 운동권 선본과 비운동권 선본을 나누기 위해 각 선본의 성향과 관련 학생회, 외부 조직을 나타낸 표를 함께 게재했다.

그러나 이 선본이 제시한 각 선본의 성향과 관련 외부 조직은 그릇된 해석이라는 타 선본들의 반론이 제기되었다. 선관위는 해당 자보물과 웹상 게시물을 철거할 것을 권고했고, 이 선본은 해당 대자보 위에 새로운 자보를 덧붙이는 것으로 권고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학내 몇몇 장소에는 새로 덧붙인 자보가 떨어져 이전 자보의 내용을 아직까지 볼 수 있다. 문제가 된 선본의 한 관계자는 "비운동권 공조 내용의 자보가 붙고 난 후 7개 선본의 선본장 회의가 있었는데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고 알고 있다"며 타 선본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았음을 암시했다. 실제로 비운동권 공조 제안이 나간 12일 이후 각 선본 홈페이지에는 이렇다할 입장 표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해당 선본의 정후보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공정경쟁과 비운동권 흐름의 활성화를 위해서 이 같은 공조를 제안하게 됐다"면서 "상호비방의 제한, 공정한 정책경쟁으로 (정책선거로 인해) 유권자의 권익을 증진하고 선거의 수준을 높일 수 있다"고 비운동권 공조를 제안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학생들 역시 이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임우섭(정치 05학번)씨는 "자신들은 비정치적인 행동으로 생각하겠지만 이미 운동권과 비운동권을 편가르는 것 자체가 정치적인 것"이라며 "기존 총학생회에 대한 반감은 알겠지만, 운동권과 비운동권의 편가르기 조장이 결국 학생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끌어낸다는 점에서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경제학부 05학번의 한 학생은 "황라열씨가 비운동권의 움직임에 크게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면서 "황라열씨가 탄핵되면서 비운동권 학생회 흐름에 위기가 왔고, (비운동권 공조 제안이) 그에 대한 대안을 찾고자 하는 움직임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운동권과 비운동권 대결 뚜렷

최근 들어 서울대학교에는 비운동권 선본이 당선되어 총학생회를 구성한 사례가 증가했다. 지난 84년 서울대 총학생회장 직선제가 부활된 이래 2000년까지 비운동권이 당선된 것은 99년뿐이다.

그러나 2003년 46대, 2004년 47대 총학생회에는 각각 박경렬(응용화학 98), 홍상욱(경제 99학번)씨를 총학생회장으로 하는 비운동권 '학교로' 선본이 2년 연속 당선되었고, 2006년 49대 총학생회는 자칭 '반운동권'이었던 황라열(종교 00학번)씨가 정후보인 'suprise' 선본이 당선되었다.

지난 49대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했던 'suprise' 선본은 당선된 후 황라열 전 총학생회장의 탄핵, 송동길 전 부총학생회장의 사퇴로 와해되기 전까지 중앙도서관 앞 집회 금지, 한총련 탈퇴 등으로 이목을 끌었다.

이번 50대 학생회장 선거에서는 비운동권을 자처하는 선본이 3팀이나 출마하면서 운동권과 비운동권으로 대비되는 구도는 더욱 확장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정연경 기자는 <오마이뉴스> 인턴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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