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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꿈 꾸니?
ⓒ 김은숙
효도가 가장 하기 쉽다고? 이런 말이 세상에 어디 있나. 물론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이다. 돌아가신 뒤에는 효도할 수 있는 방법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 내가 아기를 낳아 보니 세상에 가장 하기 쉬운 일이 효도인 듯하다.

나도 내 부모님께 이런 기쁨을 드렸던 것일까?

아기가 내 뱃속에 있을 때는 아기의 움직임 하나에 우리 부부가 즐거웠다. 아기는 그저 답답하니까 손 하나 뻗었을 테고, 자다가 다리 하나 쭉 편 건지도 모른다. 남편은 우연히 내 배에 손을 댔다가 그런 움직임을 느꼈고 그것 하나에 기뻐했다. 그렇지만 아기는 왜 그리 제 때 움직여주지 않는지 남편은 기다리다가 그냥 잠들곤 했다.

생각해 보니 뱃속 아기는 그저 팔 다리 움직이는 것으로도 부모에게 효도를 하는 것이다.

드디어 우리 부부가 부모가 되었다. 나는 엄마가 되고 남편은 아빠가 되었다. 그 이름이 갖는 행복과 책임감. 더불어 아기의 효도도 조금 어려워졌다. 그렇지만 나중에 할 수 있는 효도보다는 쉽다.

갓 태어난 아기의 효도는 잘 먹고 잘 자고 아프지 않은 것이다.

우리 아기는 참을성이 많아서인지 자주 울지도 않는다. 울고 보채지 않아서 내가 편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분유를 바꿀 때는 현재 먹는 분유의 비율을 점차 줄여가면서 바꾸는 거란다. 그런데 이 무식한 엄마는 그냥 확 바꿨다. 그런데도 탈 없이 넘어가 주었다. 예민한 아기들은 먹던 분유가 아니면 토하거나 설사를 하기도 한단다. 이럴 때는 아기가 그다지 예민하지 않은 것도 효도인 셈이다.

아기는 시간 되면 알아서 잠이 든다. 저녁 8시를 넘어서 밥 한 번 먹고 내리 잠을 잔다. 자다가 깨는 일이 없으니, 역시 나와 남편이 편하다.

내가 "아가"하고 부르면 양 볼에 보조개를 보이며 웃어준다. 그 웃음에 나와 남편 얼굴에 웃음이 피니 그보다 큰 효도가 어디 있나.

보조개가 있어서 좋고, 작은 눈이 똘망똘망해서 좋고, 긴 손가락과 발가락이 좋다. 앙다문 입술이 좋고 예민하지 않은 피부가 좋다. 그리고 딸이어서 더욱 좋다. 난 우리 아기의 모든 것이 좋다.

부모가 되어 보니 알겠다. 부모가 자식에게 바라는 것은 아주 작다는 것을.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효도하겠다는 말은 하지 말자. 돈을 많이 들여야 효도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면 효도가 보인다.

전화 자주 해서 외로움 덜어드리고 주말에 가서 바쁜 일 도와 드리고, 싸 주신 음식들 버리지 않고 맛있게 먹고, 맛있으니 더 달라고 떼도 쓰고. 또 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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