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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반포동 서울팔래스호텔에서 열린 조용필 서울 콘서트 '여행을 떠나요' 기자회견. 가수 조용필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15일 서울 반포동 서울팔래스호텔에서 열린 조용필 서울 콘서트 '여행을 떠나요' 기자회견. 가수 조용필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희수

"공연한다고 이렇게 기자회견 할 건 아닌데, 하도 홍보해달라고 해서 기자분들을 모셨습니다. 죄송합니다. 사실 방송을 안하니까 기자분들 만날 기회도 없어요. 올해도 다 가고 있는데 이런 기회라도 만나게 돼 반갑습니다."

15일 저녁 8시 서울 팔래스호텔 12층 라일락룸. '가왕' 조용필씨는 서울에서 모처럼 만난 기자들과의 감회를 밝히는 것으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그의 양옆에는 '위대한탄생' 멤버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그 뒤로 '2006 조용필과 위대한탄생의 음악여행 서울콘서트 '여행을 떠나요'라는 플래카드가 보였다.

조용필과 위대한탄생은 'Phil & Passion'이란 주제로 지난 4월 부천에서 시작해 제주, 천안, 전주, 창원 등 전국을 돌며 콘서트를 벌이고 있다. 지난주 안동 공연에 이어 다음달 8~10일 서울, 23~25일 부산, 그리고 30일 광주를 끝으로 전국 17개 도시 공연의 막을 내린다.

"이번 공연주제를 음악여행으로 잡았는데, 저희 음악을 통해서 그 노래가 불리던 그 시대, 그때로 다시 돌아가는 기분으로 32곡 정도를, 히트곡으로만 부르게 됩니다. 보통 공연 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곡도 몇 곡 부르곤 하는데 이번엔 특별히 히트곡으로만 무진장 달리려고 합니다. 공연을 오시려면 단단히 뛸 준비를 하고 오셔야 할 겁니다."

그는 지난해까지 7년간 매해 12월 '예술의 전당' 공연으로 팬들과의 송년인사를 대신해왔다. 그런데 이번 서울 공연장은 올림픽체조경기장으로 바뀌었다. "지난 몇년간 포맷과는 다른, 정말 콘서트('콘서트'라는 말을 두번 강조했다)를 해보고 싶어서"라고 했다.

그러나 '정말 콘서트를 하고 싶어서'라는 그의 해명에도 기자들은 그 배경이 궁금했다. 문화예술계 일각에서 '예술의 전당' 공연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온 까닭이었다.

"사실 지난 7년 동안 연습을 이중으로 했어요. 한 팀은 콘서트 위주 공연을 프로듀싱하고, 또 한쪽 뮤지컬 스태프들은 12월 공연 준비를 하고 그랬어요. 그렇게 7년을 하다 보니까 과연 얼마나 더 잘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개인적인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한두 해 쉬었다가 내후년 40주년 때 멋진, 또 다른 공연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동안 공부도 하고, 봐야 할 것, 연구할 것이 많기 때문에 당분간 쉬는 겁니다."

기자들은 집요했다. 그같은 결정이 전적으로 본인의 의지에 따른 것인지 물었다.

"나의 의지반 그쪽 사정반이죠. 제 문제도 있었지만 '예술의 전당' 쪽도 그동안 많은 여론이 있었고, 거기에 편성기획도 새로워질 수 있는 거고…. 사장이 바뀌면 어쩔 수 없는 거 아닙니까. 그래 저도 구태여 합시다, 맙시다 할 생각도 안했고. 저로선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이 40주년 공연이니까 거기에 대한 초조감도 있었습니다. 그래 이 기회에 나도 좀 쉬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춤을 잘 춰도 라이브로 노래 못하면..."

다음으로 그의 향후 계획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다.

- 40주년 공연 계획은?(그는 2008년 데뷔 40년을 맞는다)
"아직 얘기할 단계는 아닌 것 같은데 대충 보면 큰 공연들이죠. 작년에도 스타디움에서 했지만, 그런 대형공연으로 많은 분을 수용할 수 있는, 그래서 가격도 저렴하게. 그런 면을 고려하면서 때론 한 장소에서 이틀을 할 수도 있는 거고, 전국을 그런 식으로 할 거 같습니다."

ⓒ YPC프로덕션
그에 앞서 내년 9월께 정규 19집 음반을 발표할 예정. 2003년 <오버 더 레인보우> 이후 4년 만이다. 그와 관련 후배가수 이승철은 "조용필 형님께서 판매량에 얽매이지 않는 완벽한 음반을 만들어 위축된 가요계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얘기해왔다. 또 영화 <라디오스타>에는 "요즘은 용필이 형님이 앨범 내도 안된다"는 대사가 나온다. 이에 대해 그는 "왜 자꾸 나를 갖고 그래"라며 웃었다. 그리고는 속내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왜 음반을 발표하기 힘들어지느냐면, 방송을 안하기 때문에 발표해도 히트시키기가 굉장히 힘들어요. 방송매체를 타야 누가 알지 공연에서 부르는 것만으로는 안되기 때문에. 사실 앨범을 내놔도 히트가 되지 않으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 새 앨범에서 새 장르에 도전을 시도하는지?
"저는 새로운 장르에 대해선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민요, 가요, 록, 소울 뮤직 다 해봤는데 그건 저희 또래 정서입니다. 어렸을 때 자라면서 들었던 음악이 그런 거였거든요. 연습 안해도 마음은 이미 다 되는 거죠. 그러니까 그냥 부르면 되는 거죠. 만약 어릴 때부터 성악만 듣고 자란 분에게 <허공>을 부르라면 못 부를 거예요. 자라면서 레코딩된 정서가 있는 것 같아요."

그의 설명에 따르면 세계적인 히트곡들의 공통점은 두 가지. 우선 너무 쉽다. 그리고 악기를 간편하게 쓴다. 그 역시 그같은 음악을 담아내려고 한다고 했다.

- '대한민국 뮤직 페스티벌' 진척 상황은?(그는 지난 1월 후배 가수들과의 신년회 자리에서 각 장르를 포괄하는 대규모 라이브 공연을 제안했고, 후배들 역시 성공을 다짐했다.)
"지금 장소는 대충 60-70%는 돼 가고 있는 상태구요. 우리나라 최고의 기획사와 미팅도 몇차례 가졌고. 나는 내년으로 잡고 있어요, 빨리하고 싶은데. 워낙 방대한 기획이라 좀더 시간을 두고 좁혀가야 할 것 같습니다."

- 각 장르의 가수를 포괄하는 공연이 되는 건지?
"네, 그렇죠. 다만 선별을 해서 이 공연에 합류하려면 베스트 10에 들어야 되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또 전부 라이브를 해야 하니까 댄싱을 하면서 노래를 할 수 없으면 안되는거고, 댄싱을 하면서도 라이브를 할 수 있으면 되는 거고. 유명가수로서 관객동원 많이 할 수 있는 (웃음) 라이브 가수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거죠."

- 뮤지컬 준비 정도는?(그는 오래 전부터 자신의 곡만으로 이뤄진 뮤지컬을 기획해왔다.)
"사실 뮤지컬은 콘서트와는 또다른 작업입니다. 우선 제일 먼저 대본이 확실히 나와야 합니다. 지금까지 몇편 봤지만 저 자신의 취향과는 안 맞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여러 사람, 신인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와 내용을 구하고 있습니다. <맘마미아>도 대본 때문에 20년 넘게 연구해 무대에 올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마 저도 그런 거 같습니다."

"연말 가요대상에 끌려가면 안된다"

그는 '올해 가요 가운데는 두드러진 곡이 없는 것 같다'고 하자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저는 차안에서나 집에서나 항상 채널 두 개를 듣습니다. 하나는 102.7, 하나는 93.1. 102.7을 듣는 이유는 항상 음악을 접하고 있어야 하니까. 나이 들면서 음악적 유행에서 아무래도 뒤떨어지는 것 같아서죠. 듣다 보면 60년대부터 현재까지 히트곡이 전부 나오는데, 관객동원 1위가 롤링스톤즈, 2위가 U2, 폴 매카트니…, 그래요. 그런데 우리는 그런 감성적인 록이 잘 안나와요."

그는 "시대가 변하면서 10대, 20대 초반이 즐겨 듣는 음악을 이해하지만, 또 요즘 좋은 작곡가도 많은데 할 얘기는 아니지만"이라는 단서를 단 뒤 "우리 음악이 요즘 (세계) 음악의 패턴을 못따라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물론 요즘 가요계 침체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음악적으로 변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희도 내년에 음반 내놓는데, 새로운 음악을 장담은 못하죠. 장담은 못하지만, 저희 나름의 음악을 발표하려 합니다."

조용필과 위대한탄생은 올해 전국 17개 도시를 돌며 'Phil & Passion' 콘서트를 벌이고 있다.
조용필과 위대한탄생은 올해 전국 17개 도시를 돌며 'Phil & Passion' 콘서트를 벌이고 있다. ⓒ YPC프로덕션
그는 또 40년 가까이 그같은 작업을 계속해올 수 있었던 창작의 동인을 '음악적 충격'이란 말로 설명했다.

"어떤 음악에 나도 모르게 충격을 받게 되면 내 머리 속에 메모리가 되고, 내 음악이 돼버려요. 그럼 CD를 구입해서 듣고 연구하죠. 아, 나도 이런 음악을 만들고 싶다. 그럼 나중에 똑같진 않지만 비슷한 리듬으로, 악기 선택을 하게 되고… 외국음악을 듣더라도 우리가 만들다 보면 한국적인 음악이 나올 수밖에 없어요."

- 그렇다면 최근에 받은 '음악적 충격'이 있다면?
"충격이라기보다는 요즘 U2 음악을 좀 연구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해요. U2 음악이 악기편성도 적은데 전세계적으로 그토록 오랫동안 인기를 끌고 있는 게 충격적이예요. CD를 전부 사 놓고 잘 때도 틀어놓고 잘 정도예요. 왜 그렇게 듣느냐 하면, 듣는 것은 나름대로 입력이거든요. 그렇게 틀어놓고 살다 보면 그게 내 것이 되는 거죠."

올해 MBC는 연말마다 진행해온 가요시상식을 폐지했다. 내세우는 이유야 각기 다르지만, 비 이효리 세븐 등 인기가수들의 불참 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80~86년 '가수왕'을 내리 석권하던 그가 돌연 87년부터 불참을 선언한 까닭은? 그는 먼저 "사실 85년부터 안한다고 했는데 방송사 요청으로 86년까지 했다"고 당시 사정을 밝혔다.

"가수마다 생각이 다 다를 텐데 저는 연말 가요대상에 끌려가면 안된다 생각했어요. 그러면 방송도 많이 해야 하고, 그러다보면 자기가 하고 싶은 스타일로 음악을 할 수 없어요. 또 가요대상 못 받으면 그 다음해에 '간다 간다' 하거든요. 그런 두려움 때문에 수상을 포기하고 나의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또 사실 그해 제일 잘한 가수를 뽑는다는 건 어려운 문제예요. 프로덕션이나 방송사 관계도 미묘해지고. 그래선 전 별로 달갑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87년 이후 그는 일본에서 본격적인 음악활동을 시작했다. 많을 때는 1년에 100여 차례가 넘는 콘서트도 열었다. 그는 한국 가요가 '한류' 붐을 타고 있는 이유에 대해 "조금 비켜간 얘기"라면서 독특한 해석을 내놓았다.

"프랑스어는 둥글둥글 넘어가죠. 프랑스어는 그야말로 샹송에 맞는 발음이거든요. 중국말은 또 중국 민요에 잘 어울리는 발음이고. 한국노래를 영어로 부르면 어색하게 들려요. 일본말로 록을 부르면 굉장히 이상하게 들리죠. 일본 친구들과도 얘기해봤는데, 아시아에서 음악하기에 가장 좋은 발음은 한국말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랩을 하더라도 한국말이 제일 좋고, 발라드를 하더라도 한국말이 제일 좋고…."

한류 열풍에 대한 경계도 있지 않았다.

"지금 우리가 염려할 것은 기획력이라고 생각해요. 얼마나 길게 보고 앞으로를 기획하는가가 중요하죠.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기획력이 대단하거든요. 하지만 우리는 영화나 음악이 뛰어나죠. 그렇기 때문에 삼성처럼 앞을 보고 기획해나가면 할리우드도 진출할 수 있고, 한류가 전세계로 뻗어나가리라고 봅니다."

노래방에서 30곡을 부르다

그의 서울 공연에 뒤이어 '한국 록음악의 대부' 신중현씨가 12월 17일 은퇴공연(잠실 실내체육관)을 한다. 신중현의 음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기는 힘들어요. 그렇지만 신중현 선생하면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이시잖아요. 그러니까 더 오래하셨으면, 그래서 작곡도 더 많이 하셔서 후배들에게 더 많이 물려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조금 엉뚱한(?) 질문으로, 후배들로부터 존경받는 이유 가운데는 평소 생활에 '흠집'이 없는 것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흠집'이 뭔지 물었다.

"인간이라면 흠집이 없으면 그건 바보죠. 저는 그렇다면 세상을 살아갈 자격도 없다고 보는데. 사실 본인은 잘 몰라요. 음악 자체가 나의 삶이라 생각하고 음악 쪽에만 초점을 맞추고 살아 왔기 때문에, 밖에 많이 돌아다니지도 않고 그래서 그런 게 아닌가 생각하는데…."

그리고는 "니들은 어떠냐?"며 동석했던 위대한 탄생 멤버들에게 답변을 돌렸다. 그러자 베이스주자 이태윤이 나서 다른 후배가수들과의 세션작업을 하면서 그들이 '조용필 선생님은 어떤 분이세요?'라고 물었을 때의 경험을 얘기했다.

"그럼 저는 '니들이 가수냐? 네 노래 악보 그릴 수 있어?'라고 묻죠. 형님은 본인 곡을 만드시든, 외국곡을 연습하시든 지우개로 지워가며 악보를 깨끗이 만들어 사용하세요. 또 후배들에게 '네 세션 멜로디 악보 보고 노래할 수 있냐?' 묻죠. 요즘은 그런 질문 안해요, 젊은 친구들 난처해할까봐. 용필이 형님은 악보 보고 노래, 시창을 하시죠. 그런 음악적 베이직을 갖춘 분이세요."

듣고 있던 조용필씨가 딴지를 걸었다. "아니 단점을 얘기하라고 그랬잖아." 웃음이 터졌다.

"아, 단점요? 단점은 술 드시면 박치기를 세게 하셔요. 지난주에도 3번 당했는데…." "아이, 요즘은 안해." 옆 자리의 기타주자 최희선이 끼어들었다. "그럼 헬멧을 쓰고 나와."

ⓒ YPC프로덕션
다시 이태윤이 들려준 얘기. 역시 장점이었다.

"형님은 연습을 많이 하세요. 노래연습뿐만 아니라 공연 전 꼭 러닝머신을 하세요. 얼마 전 작곡가 오석준 손무현씨와 한잔하고 노래방을 같이 같은데, 후배들이 놀랬어요. 계속 노래를 부르시게 했는데 30곡 이상을 음정 박자 흐트러짐 없이 부르시는 거예요. 그게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그런 철저한 몸관리가 좋은 음악을 하는 밑거름이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가 받았다.

"연습을 많이 한다고 했는데 노래 잘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목소리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하는 겁니다. 지금 노래 잘하려고 해야 잘할 수도 없는 거고. 연주자나 스포츠선수나 마찬가지죠. 노래하는 사람들은 공연 없다고 연습 안하고 놀다가, 공연 직전에 갑자기 연습하면 컨디션이 유지가 안돼요. 목소리를 공연 때처럼 유지해야 건강하고 똑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더이상 기자들의 질문이 없자 서울 공연을 앞두고 요즘 매달리고 있는 고민을 털어놨다.

"외국의 슈퍼스타 공연 DVD를 보고 있으면 뭔가 혼동스러워요. 우리는 무대에서 뭔가 매력적이고,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쪽으로 연출하려고 많이 노력하는데 외국 유명가수 콘서트는 굉장히 심플해요. 노래만 하는데도 반응이 굉장히 뜨겁거든요. 이거 내가 혼동하고 있는 건 아닌가. 오버하는 건 아닌가. 내 공연 때도 리프트도 올라가고 그랬는데, 사실 갈등이 생겨요. 뮤지컬이나 서커스도 아니고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 그래서 이번엔 그런 액션도 피하고, 그냥 아주 편하게 심플하게, 대신에 오디오를, 음향을 기가 막히게 들려주는 그런 시도를 해보려 합니다."

최근 모 방송인과의 소문에 대해

정식 기자회견은 밤 9시 20분에 끝났다. 그는 "노래하는 것보다 어떻게 말하는 게 더 어려워. 그러고보니까 음악 얘기만 무지하게 했네"라고 했다. 아쉬운 듯 기자들 테이블로 내려와 합석했다. 기자들에게 간단히 술잔을 권했다. 자신은 약을 먹는 중이라 오늘은 술을 못마신다고 했다.

편하게 건강 얘기가 나왔다. 특히, 금연 얘기가 화제에 올랐다. 그는 지금은 담배를 끊었지만 그 이전까지는 하루 3갑 이상을 피우는 '골초'로 유명했다. 그의 허스키한 음색을 부러워한 후배 김종서는 그를 본받기 위해(?) 하루 4갑을 피웠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지난해 4월에 끊었는데 당시 몸무게가 7kg 정도 빠져 있었어요. 그래 안되겠다 싶어 딱 끊었죠. 지금은 생각안나요."

조금더 개인적인 얘기로 화제가 번졌다. 아내와 사별한 지 오래(2003년 1월)됐는데 재혼은 생각하지 않는지 물었더니 "이게 내 운명이거니 생각하고 살아요"란 답변이 돌아왔다. 이어 한 기자가 조심스럽게 최근 세간에 떠도는 모 방송인과의 소문 얘기를 끄집어냈다. 그는 어이없는 웃음을 지으며 담담하지만 단호하게 부인했다.

"말도 안되는 얘깁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냐고 하지만, 이건 전혀 근거가 없으니까. 여러 사람하고 같이 식사라도 한번 했으면 모를까, 예전 음반 작업을 하며 한번 잠시 스쳤을 뿐인데. 제 친한 친구 와이프가 친구에게 묻더래요. '당신이 모르면 어떡하냐고'. 처제도 연락해서 '형부 결혼하신다면서요?' 그러더라구. 그래 '네가 그렇게 날 몰라'라고 했죠. 우리 마누라가 지금 하늘에서 얼마나 화를 내고 있겠어요? 그리고 그쪽도 참 난처할 텐데…."

기자들이 그렇다면 공개적으로 밝히는 게 좋지 않겠냐고 하자 "소문 가지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뭐하고…"라더니 "그래 써, 써"라고 말했다.

몇 가지 화제들이 더 돌았다. 그는 "한창 80년대 인기 있을 때보다 요즘 음악활동에 더 만족한다"고 했다. 40주년 이후 50주년 공연도 생각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게까지는 못할 것 같아요"라고 했다. 요즘 왜 방송 출연을 안하느냐고 묻자 "가수는 자기 노래가 있을 때 히트곡을 들려주는 건데 지금 방송에 나가 내가 뭘 할 수 있겠어요?"라고 되물었다. 그리고는 "산에 사는 사람 비슷하게 살고 싶어요"라며 자리를 일어섰다.

밤 10시 30분이었다. 창밖으로는 멀리 남산타워의 조명, 반포대교를 오르내리는 차량의 불빛 행렬, 고속터미널의 네온사인, 그의 노랫말처럼 '야망에 찬 도시의 그 불빛'이 비쳤다. 그 역시 '자고 나면 위대해지고 자고 나면 초라해지는' 기분이 들까. 도보로 5분 거리인 자신의 집으로 떠나는 그를 보며 기자수첩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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