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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학이 슬랩스틱 코미디는 아니다
ⓒ KBS
요즘 코미디는 즉흥성이 강한 빠른 속도의 코미디가 주류를 이루며, 콩트 형식보다는 스탠딩 코미디에 치중하고 있다. KBS의 <개그콘서트>와 SBS의 <웃음을 찾는 사람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MBC의 <개그야>가 대표적인 예이다.

사실 세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코미디보다는 쇼에 가까운 버라이어티쇼가 전부이다. 또한 대부분의 코미디언들이 MC로 전업한 후, 정통 코미디를 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이경규, 이홍렬 같은 세대는 코미디로 출발해 성공한 케이스지만 그들은 현재 MC로 활약하며, 버라이어티쇼에 출연해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이렇게 시대가 변하면서 코미디계도 변화를 하고 있는 가운데, 후발 주자 MBC는 <개그야>를 내보내기 전까지 정통 코미디를 표방하는 콩트 형식의 코미디를 선보여 왔다. 그 대표적인 예가 얼마 전까지 방영된 <코미디 하우스>이다.

<코미디 하우스>는 정준하가 “그건 저를 두 번 죽이는 거예요”라고 외치며 인기를 누렸지만 공개코미디가 인기를 누리기 시작할 때쯤 하향곡선을 그리다 폐지되어버렸다. 그리고 MBC는 <웃으면 복이 와요>라는 공개코미디 프로그램을 신설했으나 별로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얼마 전 김미려의 ‘사모님’ 코너가 대박코너로 탈바꿈하면서 <개그야>는 후발주자이지만 시청률 싸움에서 승리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런 공개코미디가 인기를 얻은 이유는 중 하나는 방청객의 호응을 즉석에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코미디언들이 몇 개의 코너를 만들어 방청객에 선보이고, 방청객은 즉석에서 환호 혹은 야유를 보낸다. 이것이 걸러져 방송에서 전파를 타게 된 것. 결국 이미 일부 사람들한테 웃음을 입증 받았으니, 4천만 국민이 웃지 않고 배길 수 있으리.

또한 즉석에서 말로 하는 코미디가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공개코미디가 한층 더 활력을 띄게 된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빠르고 자극적인 소재들로만 구성이 될 수밖에 없는 한계점을 지니게 되었다.

이는 10대와 20대, 조금 더 나아가 30대가 공유할 만한 코미디 문화일 뿐 전 연령층을 포괄할 수 없었다. 더욱이 중장년층은 그들의 코미디가 이해되지 않아 어디서 웃어야 하는 것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었다. 세대 간 소통 단절까지도 가져온 셈.

대부분의 40대 이상의 사람들은 웃을 만한 코미디 프로그램이 없다고 항변하기도 한다. 그래서 KBS에서는 중장년층을 상대로 <폭소클럽>(원래 시작은 <개그콘서트>와 비슷한 형식이었다)이 그 역할을 일부 담당했지만 2006년 3월에 막을 내렸다. 이유는 인기가 없다는 것이었다.

중장년층이 굳이 코미디 프로그램을 찾아서 볼 만큼 TV브라운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기 때문에 시청률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종영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과거 '허리케인 블루'를 연상케 하는 '아마데우스'
ⓒ iMBC
그런데 이 시점에서 공개프로그램이 복고현상으로 회귀하고 있는 듯하다. 바로 슬랩스틱 코미디와 콩트, 상황극이 유행할 조짐이다.

슬랩스틱 코미디라면 <개그콘서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마빡이’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빡이가 슬랩스틱 코미디를 표방하고는 있지만 엄밀히 말해서 그렇지는 않다.

‘마빡이’는 같은 동작을 반복해서 자신의 이마를 때리는 행위를 함으로써 웃음을 유발하는데, 이것은 지극히 가학적인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시청자들이 이젠 웬만해서 웃지 않으니 더욱더 자극적이고 가학적인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 무엇 때문에 ‘슬랩스틱 코미디로 회귀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일까? <개그야>에서 최근에 선보인 ‘아마데우스’가 그 포문을 열었다. 립싱크를 통해 안면 근육을 과장해서 움직이면서 웃음을 유발한 코너이다. 이는 예전 <코미디하우스>의 시초 <웃는날 좋은날>에서 인기를 끌었던, 김진수와 이윤석이 립싱크 했던 ‘허리케인 블루’를 연상케 한다.

그리고 콩트와 상황극 또한 <개그야>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개편 이후 어디서 본 듯한 예전 프로그램을 차용해 새롭게 선보인 공개프로그램이지만 MBC 특유의 콩트와 상황극 등으로 재무장했다. 아직까지는 뚜렷하게 무엇이라 정의내리기는 힘들지만 일종의 ‘퓨전형식’이라고 하겠다.

새롭게 마련된 코너 ‘미인본색’은 라이벌 기생 이야기로 언뜻 보면 KBS <황진이>를 떠올릴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는 예전 MBC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활용도가 높았던 것으로 2004년에 방영한 <코미디하우스>의 ‘장금아 장금아’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경실, 조혜련, 김효진이 엔터테인먼트를 선언하기 전, 즉 코미디언으로 활동하던 때 유행했던 콩트 형식이었다. 다만, 무대와 세트가 콩트의 내용을 반영하지 않고 무대 위에 한복을 입은 코미디언들이 나와 웃음을 주는 것뿐이다.

또한 ‘킬리만자로의 개’는 고명환과 전환규가 무사로 분해 웃음을 유발하는 시대극이다. 이 시대극 또한 <코미디하우스>의 ‘칼은 달빛을 가르고’라는 무협시대극을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공개프로그램에 빠르고 즉석으로 행동하는 형식과 상황극, 시대극, 콩트 등의 이야기적인 요소를 적절하게 조화시키는 새로운 시도가 나오고 있다.

아직은 초반이라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지만, 이러한 색다른 시도는 어느 정도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웃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간 듯하다.

물론 공개프로그램으로 바뀐 후 문제점도 있다. 신인발굴이 어려운 점, 유행어는 굉장히 히트를 치는데 그 유행어를 한 코미디언은 중심에 서 있지 않다는 점 등이다. 이는 빠른 호흡과 속도로 인한 탓일 수도 있다. 이런 점은 우리나라 코미디계가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가 아닐까 싶다.

또한 아직까지는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처럼 많은 제작비를 투여해 만들어가지 못하는 게 바로 코미디계의 현실이다. 그렇기에 더욱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개그야>처럼 지속적인 변화를 시도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더 나아가 전 연령층이 함께 유쾌한 웃는 그날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 <황진이> 패러디를 통한 콩트 부활
ⓒ iMbC

덧붙이는 글 | 데일리안에도 송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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