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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대정부질의가 끝났을 때부터 의장석 점거농성에 들어간 한나라당 의원들이 15일 오전 의장석 주위에 모여 있다.
14일 오후 대정부질의가 끝났을 때부터 의장석 점거농성에 들어간 한나라당 의원들이 15일 오전 의장석 주위에 모여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전략? 없다!... 다시는 뒤통수 안 맞는다"

"우리는 전략이 없다. 아예 열린우리당이 '전효숙' 꿈도 꾸지 말라는 것이다."

밤 10시 30분경 한나라당 의원 50여명이 점거 중인 국회 본회의장에서 잠시 밖으로 나온 유기준 한나라당 대변인이 한 말이다.

유 대변인은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처리가 예정된 15일 본회의를 앞두고 전날 밤부터 밤샘 농성에 들어간 이유에 대해 "아예 열린우리당이 (전효숙 인준안 처리를) 엄두도 내지 못하게 미리부터 기선 제압을 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동안 우리가 많이 당했기 때문에 지금부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유 대변인은 자신의 손바닥을 마주친 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오늘 밤에 열린우리당이 움직이지 않는한 무슨 일이야 있겠느냐"며 다소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밤 10시를 넘기면서 본회의장 안으로 의원 보좌관들이 공수해온 두툼한 침낭들이 반입되고 있다. 맹형규 의원 등은 아예 두꺼운 점퍼로 옷을 갈아입었고, 안명옥 의원 등 여성 의원들도 "옷 갈아 입으러 간다"며 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전여옥 의원은 본회의장 안에서 담요로 어깨를 둘러쌌다.

특히 이재오 최고위원은 15대 국회의원 시절부터 지금까지 농성 때마다 가지고 다녔던 보라색 침낭을 보좌관으로부터 받아들고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이 최고위원은 기자에게 "이 침낭 색이 바란 것 봐라. 내가 15대 때부터 농성할 때마다 쓰던 것"이라며 "잘못하다가는 4~5일 이상 (본회의장에서) 자야 할 지도 모르겠다"고 웃었다.

이날 구미에서 행사를 마치고 8시간 이상 차를 타고 달려온 박근혜 전 대표도 본회의장을 방문, 의원들을 격려한 뒤 밤 10시 50분경 집으로 향했다. 박 전 대표는 "(청와대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밤 11시 30분 현재 단상을 점거했던 의원들은 모두 의원석으로 내려가 앉았다. 일부 의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대화꽃을 피웠고, 일부 의원들은 옆 의자를 끌어다 다리를 얹고 잠이 들었다. 그러나 비상사태가 벌어지면 언제든 단상을 점거하겠다는 태세다.

15일 오전 김기춘 의원이 국회 의장석을 차지한 가운데 다른 의원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15일 오전 김기춘 의원이 국회 의장석을 차지한 가운데 다른 의원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의장석으로 올라가는 통로를 막기 위해 김정훈 의원이 의자를 나르고 있다.
의장석으로 올라가는 통로를 막기 위해 김정훈 의원이 의자를 나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농성을 벌이는 가운데 한나라당 의원 보좌관들이 본회의장 입구를 봉쇄하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농성을 벌이는 가운데 한나라당 의원 보좌관들이 본회의장 입구를 봉쇄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표결해도 통과여부 불투명

일찌감치 단상 점거 등 물리적 저지를 선언했던 한나라당은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전효숙 인준안 표결 참여로 입장을 정리한 이상 본회의 개회 자체를 저지하겠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개회를 저지 하지 않고 본회의가 열린다고 해도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통과될 지 여부는 미지수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찬반 입장이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9석의 민주노동당은 "더 이상 헌법재판소 공백 사태를 방치할 수 없다"며 표결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찬성표쪽으로 기울었다.

반면 12석의 민주당과 5석의 국민중심당은 표결에 참여하되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김효석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전 내정자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지만 표결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열린우리당 안에서도 전효숙 인준안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회 재적의원 297명의 과반인 의결정족수(149석)는 무난히 달성할 수 있지만, 127석의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이 전부 반대표를 던지고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찬성표로 맞선다 해도 표 대결에서 승리한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한나라당이 그런 계산조차 하려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두 번 다시 뒤통수를 얻어맞지 않겠다(이재오 최고위원)"며 비장한 각오를 세우고 있는 한나라당의 목표는 첫번째도 본회의 개회 저지, 두번째도 본회의 개회 저지다.

청와대가 이날 전효숙 후보자에 대한 헌법재판관 임명을 유보한 채, 여의도 분위기를 살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상정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국회 의장석을 점거했다.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상정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국회 의장석을 점거했다. ⓒ 오마이뉴스 박정호


[3신 : 14일 밤 10시]

본회의장에서 의원총회 열어... "타협은 없다"


"오늘 우리의 행동은 성스러운 성전에 가까운 일이다"

한나라당은 전효숙 헌재소장 반대 국회 의장석 점거를 '성전'이라고 비유하며 결사항전을 다짐했다.

14일 밤 9시부터 본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형오 원내대표는 "우리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단상을 점거해서 농성을 하고 있다"며 "우리 한나라당이 꼭 해야할 일을 하지 않는다면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형오 원내대표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형오 원내대표 ⓒ 오마이뉴스 박정호
김 원내대표는 "이번 일을 계기로 해서 이 나라에서 수만 가지고, 힘만 가지고 하는 횡포와 독선, 오기가 사라지도록 해야 한다"면서 "비상한 자세로 모일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 우리의 행동은 성스러운 성전에 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한나라당이 이것을 막지 못한다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리 한나라당을 수권정당이라고 하고 국민 지지율이 50%에 육박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이 해야할 일을 제대로 못한다면 결코 수권정당이 될 수 없고 내년 대통령 선거를 못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일이 내일로 끝날지 한달이 갈지 두달이 갈지 모른다, 우리 마음 먹기 달렸다"며 "한나라당에서 뭘 하더라도 하루, 이틀 하고 그만 둔다는 소리는 좋지 못하다, 전효숙씨 문제는 어떤 타협도 있을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우리가 뒤를 돌아보고 뭔가 망설이고 타협하면 이것은 오래간다"면서 "우리 의원들이 힘을 모아서 싸울 곳은 바로 이곳이다, 이곳만이 민주주의와 헌정을 지킬 곳이라고 생각하면 우리 승리는 빠른 시일 내에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 오마이뉴스 박정호
동료 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들어간 김 원내대표에 이어 발언대로 올라온 강재섭 대표도 "전효숙씨는 헌재소장은 커녕 헌법재판관으로도 인정할 수 없다"며 "헌법적 권위가 이미 무너진 분을 헌재소장으로 동의해주면 우리나라의 헌법질서가 무너지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모두 모여서 의논을 해야 하는데 의논하다가 시간이 다 가고, 정보가 다 새고 행동이 늦어져서 원내대표가 행동을 먼저 하고 지금 의논을 하는 것"이라면서 "정의가 살아 있다는 것을 꼭 보여주자"고 당부했다.

한편 한나라당 원내대표단은 의원들에게 본회의장을 지킬 순서를 적은 조편성 문서를 나누어 주었다. 이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조편성은 모레부터 적용되는 것"이라며 "오늘과 내일은 함께 합숙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합숙이 걱정됐는지 한 의원은 의총이 열리기 전 본회의장을 찾은 김태랑 국회 사무총장에게 "감기 안 걸리게 잘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이에 김 사무총장은 "감기 안 걸리게 하겠다, 몸 조심하라"고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 오마이뉴스 박정호


[2신 : 14일 저녁 7시 40분]

"위헌 방지 위해 점거 불가피"-"의회주의 부정하는 폭거"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이 국회의장석 앞에 '전효석 불가'라고 적힌 종이판을 걸고 있다.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이 국회의장석 앞에 '전효석 불가'라고 적힌 종이판을 걸고 있다. ⓒ 오마이뉴스 박정호
저녁 7시 20분 현재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모두 본회의장을 빠져나가고 한나라당 의원 50여명만 본회의장에 남아 교대로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 의원들은 10여명씩 조를 나누어 본회의장 옆 의원식당으로 향했다.

국회 의장석에는 이주영 의원이 앉아 있고 심재철, 안경률 의원 등 10여명이 단상에 올라가 있다. 다른 의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 의원은 방청석에 있는 사진기자에게 "(플래카드) 그림이 괜찮냐"고 물어보고, 또 다른 의원은 국회 직원에게 "히터를 튼 거냐, 틀었는데 왜 춥냐"고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다.

주호영 원내공보부대표는 기자와 만나 "위헌 방지 조치를 위해 단상 점거가 불가피했다"면서 "오늘은 물론 필요하다면 내일 모레까지 본회의장을 점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여당이 표결로 처리를 하자고 주장하지만 토론을 통해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상황에서만 다수결이 통할 뿐 현재 상황에서는 할 수 없는 조치"라며 "다수결로 불법을 용인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의원들의 저녁 식사가 끝나는 대로 의원총회를 열어 전효숙 헌재소장 임명동의안 관련 논의를 할 예정이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국회 의장석 점거를 "의회주의를 부정하는 폭거"라고 성토했다.

노웅래 원내공보부대표는 한나라당이 의장석 점거에 들어가자 국회 기자실을 찾아 "한나라당은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처리와 관련해 오늘까지 모두 네차례 국회 의장석을 점거하는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며 "한나라당의 본회의장 의장석 점거는 명백한 불법인 만큼 용인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내일로 예정된 전효숙 헌재소장 임명동의안 처리를 표결로써 당당하게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1신 : 14일 오후 6시 39분]

한나라당 의원 20여명 국회 의장석 점거


한나라당이 국회 의장석을 기습 점거했다.

14일 오후 국회 교육·사회·문화 대정부질문이 끝나자마자 한나라당 의원 20여명이 단상으로 올라가 의장석을 점거한 뒤, '헌법파괴 전효숙 헌재소장 원천무효'라는 플래카드를 걸고 농성에 들어갔다.

대정부질문이 끝날 당시 한나라당 소속인 이상득 부의장이 사회를 보고 있어 한나라당 의원들은 쉽게 의장석을 차지했다.

단상 아래에는 한나라당 의원 40여명이 모여 앉아 있고 열린우리당 의원 30여명도 자리에 남아 "배운 사람들이 왜 그러냐", "표로 부결시키면 될 것 아니냐, 왜 우리 투표권을 뺏냐"며 한나라당의 의장석 점거에 항의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곧 본회의장에서 의원총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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