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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차별화된 패션 아이템으로 월 평균 매출 3천만원을 올리는 윤혜영 사장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차별화된 패션 아이템으로 월 평균 매출 3천만원을 올리는 윤혜영 사장 ⓒ 우먼타임스 노민규 기자
[최희영 기자] 11월 7일 화요일 밤, 동대문 일대는 북적였다. 쌀쌀한 날씨의 평일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밀리오레, 디오트, 유어스, 라모도, apM, 두산타워 등 대형 패션몰을 드나들었다. 패션TV, 굿모닝시티, 나인플러스 등의 대형 패션몰도 개장을 서두르고 있었다.

지난 1998년 개장해 오랫동안 동대문 일대의 패션몰을 이끌어온 밀리오레로 발걸음을 옮겼다. 건물 안은 붐볐지만 쇼핑 가방을 들고 있는 사람들은 드물었다. 매장에서 가격만 물어보고 돌아서는 손님들이 많았다. 2층 매장의 40대 여사장 권모씨는 볼멘소리를 늘어놓았다.

"작년에 비해 매출이 반으로 줄었어요. 경기가 안 좋다는 말이 많지만 여기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정말 죽을 맛이에요. 판매 직원을 둘 형편이 안 돼 오전 10시 30분부터 다음날 새벽 4시 30분까지 혼자 매장을 맡는 사장들도 많아요."

상인들의 얼굴에는 체념의 빛이 감돌았다. 좀처럼 주머니를 열지 않는 손님들만 북적이기 때문이다. 삼삼오오 모여 커피와 음료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풀 수 없다"고 항변한다. 손님을 잡기 위해 상인끼리 낮은 가격을 부르다가 언성을 높이고 싸우기도 한다.

하지만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현실에 맞서 씩씩하게 매장을 이끄는 여사장도 있다. 3층 매장의 여성의류점 '오샤레'를 운영하고 있는 윤혜영(30) 사장이 그 주인공.

윤 사장은 "안 된다 안 된다 말하면 끝이 없다"면서 "열심히 하다 보면 될 수밖에 없다는 자신감으로 매장을 운영해야 한다"고 말한다.

10년 동안 아르바이트 경험, 패션감각·경영 노하우 익혀 "우리만의 제품 판매"

윤 사장은 10년간 패션업계에서 일해 왔다. 대학생 시절 백화점 의류 코너 점원 아르바이트를 시작해 5년 동안 경험을 쌓았다. 그 후 밀리오레에 들어와 4년간 매장의 직원으로 일하면서 매장 경영 노하우를 배웠다.

밥도 안 먹고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일해서 하루 야간타임에만 4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 노력이 발판이 되어 그녀는 최근 자신의 매장을 열 수 있었다.

사장이 된 이후 그녀는 숨 가쁘게 살고 있다. 손님이 드문 오전 오후 타임은 직원에게 맡기고 밤 8시에 출근하는 그녀는 새벽 4시 30분까지 매장을 지킨다. 단순히 옷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상품의 시간대별 판매량 등도 꼼꼼히 분석한다.

매장 영업이 끝났다고 해서 하루 일이 끝난 게 아니다. 그때부터가 시작이다. 아침 8시까지 도매시장을 뛰어다니면서 판매할 옷들을 직접 선택해서 구입한다. 그 뒤에 집으로 돌아가 정오가 다 돼서야 잠을 청할 수 있다.

"비슷한 옷을 파는 걸 싫어해요. '오샤레'만의 색깔이 있는 옷을 구하기 위해 대량 주문해요. 다른 매장에서 팔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죠. 제 자신의 안목을 믿고 하는 일이에요."

그녀의 차별화된 안목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걸까. 일본에 있는 친언니를 자주 찾아가서 일본 의류 시장과 트랜드를 연구한다. 유행 아이템에서부터 디스플레이 방법까지 꼼꼼하게 체크한다. 거리를 지나치는 여성들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주목하면서 패션 아이템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는다. 발로 뛰어 얻어낸 그녀의 패션 감각은 최고의 자산이다.

그녀는 자신의 매장에서 파는 상품을 직접 입고 일한다. '살아 있는 마네킹'이 되기 위해서 많이 걷고 식사량을 조절하면서 몸매를 관리하고 있다. 매장에서 슬리퍼나 운동화를 신어본 적이 없다. 옷맵시를 살리기 위해서 하루종일 굽 높은 구두를 신고 일한다.

"내 옷이 최고라고 생각해야 손님들을 잡을 수 있어요. 최고의 도매 물건을 가져와 최상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손님들을 붙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요. 손님이 없다, 장사가 안 된다, 푸념만 늘어놓으면 뭐가 달라지나요? 그럴 시간에 좀 더 뛰어야죠. 우리나라 패션 시장을 이끄는 밀리오레의 힘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거예요. 열심히 노력해 돈을 벌어 밀리오레 내에 서너 개의 매장을 더 내는 것이 제 목표예요."

의욕적인 판매 전략으로 월 평균 3천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제2, 제3의 윤혜영 사장이 동대문 패션몰 일대를 활기찬 기운으로 채우고 있다.

동대문 패션몰서 성공하려면
'동대문표 = 싸구려' 벗기기, 독자적 상품개발 주력해야

동대문 일대가 패션산업기지로 변모하고 있다. 동대문시장, 평화시장 등 도매 중심의 재래시장 형태였던 동대문 일대는 1990년대 들어 대규모 패션몰로 거듭났다. 아트프라자, 디자이너클럽 등이 개장하면서 일어나기 시작한 패션몰의 변화는 1998년 밀리오레의 개장과 함께 패션몰을 종합쇼핑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현재 동대문 일대 패션몰 중 가장 많은 2400여 매장이 영업 중인 밀리오레는 서울 명동을 비롯해 수원, 부산, 대구 등 지방까지 진출하면서 패션몰 바람을 이끌었다. 최근에는 신촌점까지 개장하면서 패션몰 업계의 선두주자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밀리오레 개장 이후 두산타워, 디오트, 유어스, 라모도 등의 패션몰이 잇따라 개장하면서 동대문은 패션산업의 전초기지 역할을 해내고 있다. 내년에는 2천여개 매장을 맞춘 패션TV, 4천여 매장의 굿모닝시티 등 대규모 패션몰이 개장할 예정이다.

서울산업통상진흥원에 따르면 현재 동대문 일대에 들어서 있는 매장은 모두 3만1200여개다. 그 중 여성 사장의 분포는 계약 당시 사업자 기록 기준으로 약 6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패션몰 관계자들은 사장 외 직원까지 포함하면 동대문 일대 패션몰을 이끄는 여성 인력이 70%를 웃돌 것이라고 추산한다.

하지만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동대문 일대 패션몰 입주자들도 신음하고 있다. 올해 개장한 일부 패션몰의 매장 공실률(전체 상가 점포 대비 빈 점포의 비율)이 50%에 육박하고 있다. 보증금과 월세도 떨어지고 있는 형편.

패션몰마다 다르지만 대개 목이 좋은 매장은 월세, 관리비, 운영비, 홍보비 등을 포함해서 매월 약 300만원을 지불하고 있다. 상품의 원가 등을 고려할 때 최소 월 1천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야 하지만 많은 매장들이 그에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형편이 어려운 일부 상인들은 저가의 중국산 상품을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동대문 일대의 패션몰이 싸구려 상품의 천국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들린다.

업계 관계자들은 "독자적인 상품개발로 경기침체에 맞서야 승산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것이 바로 동대문을 패션산업기지로 만들 수 있는 근본적인 힘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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