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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 퍼시픽 발레 페스티벌 개막작으로 선보인 국립발레단 '백 스테이지'
ⓒ 발레협회
발레협회(회장 김민희)의 오랜 숙원이었던 발레축제가 마침내 열렸다.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8일과 9일 한·중·일 3국 대표적 발레단이 참가하는 '제1회 아시아 퍼시픽 발레페스티벌(아래 발레페스티벌)'이 발레인들은 물론 무용계의 지대한 관심 속에서 열렸다.

한국은 대표적인 발레단체인 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서울발레시어터가 참가하고, 해외팀으로 상하이발레단, 홍콩발레단, 도쿄시티발레단이 아시아의 발레축제를 빛내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공연과 더불어 발레협회는 학생들을 위한 마스터 클래스를 이틀간 열었고, 7일에는 심포지움을 개최해 아시아 발레가 함께 발전해나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국내팀들은 하루씩만 출연했고, 해외 참가팀은 이틀간 다른 작품을 각각 공연했다. 국내팀은 국립발레단의 백 스테이지(Back Stage, 안무 허용순), 유니버셜발레단의 두엔데(Duende,안무 나초 두아토), 서울발레씨터의 탱고 포 발레(Tango For Ballet, 안무 제임스 전)이 무대에 올라 모두 모던발레를 선보였다.

▲ 홍콩발레단의 'There's a Fly in this soup'
ⓒ 발레협회
해외 참가팀들 경우 상하이발레단이 빨간 부채 하나를 이용한 2인무와 '수줍은 사랑' 등 모던발레 경향의 작품을 선보였고, 홍콩발레단이 모던발레 한 작품과 고전발레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중 일부를 무대에 올렸다. 도쿄시티발레단의 경우 다케오 이시다 안무의 일본다운 작품을 선보였다.

다만 예산의 문제로 규모가 있는 작품들을 초대하지 못하고 소품 위주의 작품들이 무대에 올랐다. 축제를 통한 즐거운 발전을 도모하는 공연이었기에 각국의 작품들과 무용수들에 대해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었다. 다만 각국의 역사나 전통 등이 발레라는 이국적인 장르에도 강하게 발현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한 경향은 발레페스티벌의 의미를 담보하는 주요한 단서가 되었다. 예술페스티벌이 세계 유수의 작품들을 국내에 소개하는 데 열을 올리는데 반해 발레페스티벌은 아시아적 특징과 장점의 발견해가자는 취지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무섭게 발레를 비롯해 공연예술에 투자를 보이고 있는 중국의 발전은 괄목할 현상임이 이번 기회를 통해 확인되었다. 첫날 공연이 끝난 후 만난 상하이 발레단 싱리리 예술감독은 "어제 늦게 도착해 피곤했지만 아시아 예술가들과 만나게 되어 기쁘다. 서로 공부하고 교류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어 아시아 발레의 발전을 기대하게 되었다"고 발레페스티벌에 부러움과 기대감을 내비쳤다.

▲ 서울발레씨어터 'Tango For Ballet'
ⓒ 발레협회
상하이발레단 무용수는 중국전통복장과 전통악기로 연주된 음악으로 작품을 구성했고, 도쿄시티발레단은 일본으로서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전쟁의 고통을 붕대를 동여맨 무용수를 통해 표현하고 있어 이목을 끌었다. 국내에도 유니버설발레단의 발레 심청과 서울발레시어터가 한국적 호두까기인형을 만드는 등의 작품이 존재하지만 좀 더 분명한 한국적 색깔을 찾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와 의의를 더해주었다.

한편 높은 완성도의 작품들도 관객들을 즐겁게 해줬다. 유럽에서 오랫동안 주역 발레리나로 활동하다가 몇 년 전부터 안무가로 변신한 허용순 안무의 백 스테이지는 특히 돋보였다. 무용평론가 문애령씨는 "허용순의 백 스테이지는 뛰어난 완성도 갖춘 작품이다. 어디 내놓아도 당당한 모던발레 레파토리를 갖게 되어 기쁘게 감상했다. 한국발레가 부자가 된 기분이다"고 높이 평가했다.

경제강국 일본과 신흥강국으로 세계에 떠오르는 중국의 사이에서 한국이 처한 입장은 대단히 미묘한 긴장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최근 정부가 동북아시아 리더로서의 다양한 비전을 제시한 것과 궤를 같이해 발레협회가 국내는 물론 아시아 최초로 발레페스티벌을 개최한 것에서 한국이 아시아 발레의 중심국가로서 자리잡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 도쿄시티발레단의 '히로시마의 잔상'
ⓒ 발레협회
이번 발레페스티벌을 일궈낸 발레협회 김민희 회장의 향후 계획을 들어보았다.

"처음이라 여러가지 제약이 많아서 한·중·일 3국 중심으로 축제를 열어서 아쉬운 점은 남는다. 그러나 협회를 비롯해서 무용인과 각계의 뜻을 모아 점차 규모와 위상을 갖춰갈 것으로 기대한다. 내년부터는 차기 회장인 최성이 교수가 잘 이끌어갈 것이기에 내년에는 3국보다 좀 더 많은 국가들과의 만남을 이루어질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적 무용축제는 몇 개가 있다. 내년이면 10주년을 맞게 되는 '서울국제무용축제(SiDance)' 가 있고, 봄에는 현대무용만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국제현대무용제(Modafe)'가 있다. 무용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연극과 함께 축제를 구성하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가 있다. 거기에 '아시아 퍼시픽 발레페스티벌'이 후발주자로 가세하고 있다.

또한 발레페스티벌을 통해 계속될 것인지는 더 지켜봐야 하겠으나, 국내 발레단들이 모두 내놓은 작품들이 모던발레들인 점은 주목할 변화이다. 물론 고전발레도 기초적 레퍼토리로서 중요하지만 세계 발레가 지난 10월 국립발레단이 무대에 올린 '카르멘' 같은 모던발레로의 전향을 상당부분 진척시키고 있기에 한국발레에도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지난 10년간 순수민간발레단인 서울발레씨어터가 척박한 한국 모던발레의 자존심을 지켜왔으나 국내 3대발레단 모두가 모던발레에 시선을 모을 때 그 발전의 정도는 가속을 얻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샹하이발레단의 '빨간부채 2인무'
ⓒ 발레협회

"무대 뒤 스태프들과 함께 하고 싶었어요"
[인터뷰] 백 스테이지 안무가 허용순

아시아 퍼시픽 발레페스티벌은 국립발레단의 '백 스테이지'로 축제의 첫 장을 열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미 호평을 받은 허용순의 작품을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대단히 뜨거웠다. 주로 고전발레를 하던 국립발레단의 올해 변화는 모던발레였다. 지난 10월 정기공연 '카르멘'에 이어 '백 스테이지'는 국립발레단의 모던발레 가능성에 신뢰를 가져다 주었다.

국립발레단이 올해 관객들로 뜨거운 박수를 받게 했던 두 작품 모두에 안무가 허용순이 있었다. 카르멘의 경우 유럽에서 10년간 허용순이 직접 주역으로 연기했었기에 이번 국립발레단의 1차 오디션을 담당했고, 조안무로 참가해 무용수들의 연기를 다듬었다. 그리고 백스테이지는 비록 20여분의 단막 작품이지만, 뛰어난 안무적 발상과 구성에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다.

발레 페스티벌이 발례계에 주는 의미는 여럿이 있겠으나, 허용순이란 안무가를 대중에게 좀 더 밀착시킨 즐거운 발견도 있었다. 그 발견은 동시에 국내발레단이 그동안 안무를 대부분 외국에 의존해온 것에 대한 반성의 계기를 주고 있다. 물론 그녀를 믿고 발탁한 국립발레단의 선택도 칭찬을 받을 일이다.

허용순에게 직접 그녀의 작품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백 스테이지는 5년 전에 만든 작품이다. 유럽과 미국을 거쳐 한국이 다섯번째로 선보이게 됐다. 내가 유럽에서 현역무용수로서 그리고 안무가로서 계속해서 무대 가까이에서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무대 스태프들과도 친분을 쌓게 되었다.

그들과 가까와지다보니 자연 그들의 일상이 내게 흥미로운 영감을 주었고, 한편으로는 무대 뒤에 숨은 공로자인 그들을 위한 작품 하나쯤을 선물하고 싶어서 시작한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실제 스태프가 몇 명 나오지 않았으나 외국에서는 10명 이상씩 실제 스태프들이 무대에 등장한다."

이어 내년 계획에 대해서 들어봤다. 곧 독일로 떠나야 하기에 그녀의 다른 작품에 대해서 목말라 하는 팬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내년 3월 1일 공연되는 국립발레단 김주원씨 2인무 안무를 했기 때문에 2월이면 다시 들어온다. 그리고 내년 9월말에는 독일에서 로미오와 줄리엣 전막발레를 안무한다. 그일이 워낙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요구하기 때문에 가능한 스케줄은 잡지 않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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