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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신도시 개발계획 발표 때마다 치솟는 집값. 서민들은 한숨 뿐이다. 사진은 집값 급등 양상을 보였던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정부의 신도시 개발계획 발표 때마다 치솟는 집값. 서민들은 한숨 뿐이다. 사진은 집값 급등 양상을 보였던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 오마이뉴스 권우성
검단 신도시 개발 발표가 나면서 평화로웠던 우리 집은 갑자기 불안감에 휩싸였다. 검단이라 하면 우리가 내년 1월이나 2월에 이사 가려고 계획했던 인천 계양구 바로 옆이 아니던가. 검단 개발 붐에 휩싸여 계양구도 집값이 들썩할 것이 뻔하다. 그럼 우리의 이사 계획은?

인천광역시의 부천과 김포 방향 끝자락에 위치한 계양구는 기존에 터를 잡고 살아온 오래된 마을과 10여년 전 개발되어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형성된 계산지구가 공존하는 형태의 행정 구역이다. 현재 휴직 중인 내 직장이 이곳에 있는데다 이 근방에 아이를 맡길 만한 괜찮은 어린이집도 있어 우리 가족은 내년에 계산지구로 이사할 계획이었다.

'검단신도시' 탓에 옆동네 전세값도 1000만원 훌쩍

검단 신도시 지정 구역은 계양에서 차로 약 20여 분 거리다. 신도시 개발 발표 이전부터 이미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있던 곳이다. 그런데다 갑자기 신도시 개발 부지로 선정되고 나니 그 근방 아파트들의 전세와 매매 가격이 갑작스레 오를 수밖에 없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양 신도시에 위치한 부동산 중계소 몇 군데에 전화를 걸어 문의를 해 보았다. 예상대로 전세 물건이 하나도 없다고 한다. 매물이 있던 것들도 주인이 값을 더 받기 위해 다 걷어들이는 모양이다. 검단 신도시 발표 직후 전화를 걸었으니 당연할 수밖에…. 부동산 업자들은 며칠 후 연락을 주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일주일이 지났나? 부동산 중계소에서 전화가 왔다. 우리가 들어가려고 했던 곳은 24평짜리 아파트인데 기존 전세값은 약 8000만원 정도였다. 전화를 준 부동산업자는 8500만원 짜리 아파트가 하나 나와 있다며 얼른 계약하라고 성화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에 나올 물건들은 대부분 9000만원일 것이라고 겁을 준다.

불과 일주일 사이에 전세 가격이 1000만원이나 껑충 뛰어버린 것이다. 황당한 마음에 신랑과 상의한 후 다시 전화하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는 곰곰이 생각해 본다. 갑자기 이렇게 집값이 뛰었을 때 이사를 가는 것이 괜찮을까?

현재 우리는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위치한 아파트에 살고 있다. 남편이 미리 분양을 받아 놓은 아파트라 대출이 끼어 있긴 했지만 그럭저럭 대출금도 갚고 '내 집'이라는 편안함을 만끽하며 지내는 중이다. 그럼에도 굳이 이사를 가려고 했던 이유는 일단 내 직장이 집에서 너무 멀고 근방에 괜찮은 어린이집이 없어 아이 맡길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 갖고 있는 아파트를 세 놓고 직장 근처의 집을 얻어 이사 가기로 결정한 우리는 계양 지역의 집을 이미 점찍어 놓은 상태였다. 직장 가깝겠다, 좋은 어린이집 대기자로 등록해 놓았겠다, 이사만 가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었다. 그런데 갑작스런 신도시 개발 발표로 이사 계획 자체를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1000만원이 뛴다고 하더라도 이사를 가는 것이 어떠냐는 주변 의견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사를 갈 수 없는 아주 큰 이유가 하나 있다. 바로 몇 해 전 내가 경험했던 집값 폭등과 폭락으로 인한 엄청난 마음 고생. 그것도 바로 그 계산 지구에서 일어난 일이었기 때문에 더욱더 이사 가기가 힘들다.

5년 전에도 오르락 내리락 시세에 전세금도 못받았는데...

정부의 인천 검단 신도시 개발 계획 발표가 있자 마자 옆동네 집값까지 오르고 있다. 전세매물도 구하기 어려워졌다(자료사진).
정부의 인천 검단 신도시 개발 계획 발표가 있자 마자 옆동네 집값까지 오르고 있다. 전세매물도 구하기 어려워졌다(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남소연
5년 전 계양 근방의 일터를 얻게 된 나는 서울에서 출퇴근하던 힘든 생활을 접고 그 근방에 작은 아파트 하나를 얻기로 마음 먹었다. 주변을 알아보니 13평짜리 조그만 원룸 아파트가 전세 3500만원 정도였다. 당시 외국에서 들어온 지 얼마 안된 상태에서 이 집값이 비싼 건지 싼 건지도 모르고 그냥 직장과 가깝다는 이유로 전세를 얻었다.

그리고 2년의 시간이 흘러 결혼과 함께 집을 빼야 할 시점에 왔다. 전세 계약 기간도 만료된 상태였고 결혼을 하면서 새로운 둥지로 이사를 해야 할 나는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석 달 후면 집을 빼야 하니 그 사이에 전세금을 빼 주면 이사를 나가겠다고 말해 놓았다. 주인은 알았다고 말한 후 세입자인 내가 직접 부동산에 집을 내놓으라고 했다.

부동산에 집을 내놓으러 가니 충격적인 소식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전세를 들어갈 때만 하더라도 부동산 경기가 좋아서 집값이 아주 비쌌기 때문에 경기가 침체된 지금은 그 가격에 내놓으면 집이 절대 안 나간다는 것이다. 주변의 같은 평수 다른 아파트들은 모두 1000만원 정도가 하락한 가격인 2500만원에 집을 내놓았다고 한다.

집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이런 상황을 이야기하니 자기는 절대 그 가격에 집을 내놓을 수 없다면서 자기가 부동산에 얘기해 3000만원에 내놓았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럼 집을 구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더 싼 가격에 나온 다른 집들을 계약할 수밖에 없다. 결국 내가 들어가 있던 집은 전혀 나가지 않고 돈을 빼서 이런저런 혼수 자금으로 사용하려고 했던 나와 우리 부모님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계약 기간이 만료되었으니 돈을 달라고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집 주인은 집이 나가지 않았는데 어떻게 돈을 줄 수 있느냐며 배짱을 부렸다. 주인의 상황도 이해가 되지만 한편으로는 전세 가격을 내리면 바로 나갈 터인데 그렇지 않은 채 자기 주장만 내세우는 모습이 화가 났다. 주변 시세는 모두 내려가 있는데 자기만 비싼 가격으로 집을 내놓으니 나갈 턱이 있는가.

집주인과 이렇게 실랑이를 하다 보니 시간은 계속 흐르고 결혼할 날짜는 다가오기 시작했다. 주변에 문의를 해 보니 법무사 사무실에 가서 상담을 받아 보라고 조언해 준다. 법무사 사무실을 찾아가 상담을 받으니 돈을 받아내기 위해선 법적인 절차가 매우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려 1년 이상이 소요된다고 한다.

나는 당장 결혼을 해서 그 집을 비워두고 나가야 할 상황인데 1년이나 기다리라니 기가 막힐 수밖에 없다. 돈을 받아내기 위한 법적 절차 또한 너무 복잡하고 까다로워 직장을 다니는 일반인이 그 절차대로 수순을 밟기가 힘들 정도다. 결국 주인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돈을 달라고 설득해 보기로 했다.

서울-인천 출퇴근하며 애를 어린이집에 보낼 생각 하니...

지난 판교신도시 개발로 분당 등 주변지역의 아파트 값도 상승세를 탔었다. 사진은 분당 일대 아파트촌(자료사진).
지난 판교신도시 개발로 분당 등 주변지역의 아파트 값도 상승세를 탔었다. 사진은 분당 일대 아파트촌(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남소연
다시 주인에게 말을 꺼내니 2500만원이라는 주변 시세에 맞춰 집을 내놓고 전세가 나가면 그때 돈을 빼주겠다고 한발 물러선 입장이다. 그러나 그가 제시하는 방법은 다시 또 너무 황당하다. 내가 냈던 전세금 3500만원에서 2500만원으로 내려 집이 나가게 되면 1000만원은 금방 빼주기 힘들다는 것, 차용증을 써줄 테니 나중에 받아가라는 것이다.

이렇게 배짱을 부리는 집주인의 모습에 우리 식구들은 모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부모님께서는 차용증을 받아두는 것은 더 위험하다면서 차라리 잘 설득해서 어떻게든 돈을 받아내 보자고 말씀하신다. 결국 부모님께서 주인과 타협을 하여 1000만원에 대한 1년 치 이자인 100원을 주인에게 그냥 주고 나머지 금액인 3400만원을 받기로 합의하고 이 해프닝은 끝이 났다.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온갖 마음 고생했던 것이 떠올라 기분이 씁쓸하다. 그러니 더더욱 계산 지구로의 이사가 두려울 수밖에 없다. 사람 사는 곳이 다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겠지만, 내가 살던 그 집의 주인처럼 악덕 임대사업자를 만나게 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든다. 함께 마음 고생을 했던 남편도 이사 가는 것이 두렵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우리 가족은 맘 편히 내 집에서 두 다리 쭉 뻗고 지내기로 결정했다. 그러다 보니 나의 인생 계획 전체가 또다시 흔들린다. 왜냐하면 내가 직장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 당연히 일을 시작하려고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에서 인천까지 출퇴근을 하며 애를 어린이집에 보낼 생각을 하니 막막하기만 하다.

우리의 결론은 이사를 가지 않은 채 내가 좀더 휴직을 하여 아이를 돌보는 것으로 바뀌었다. 검단 신도시 발표 이후 한 달 여 동안 온갖 고민을 하면서 어떻게 해야 할까 밤마다 상의를 하던 우리집도 드디어 평화를 찾았다.

내가 겪은 집값 폭등과 폭락 사건은 내 인생을 뒤흔들 정도로 사건들을 몰고 왔다. 정책을 발표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소시민이 겪는 고충들을 조금이라도 알까? 안다면 이런 식으로 사람을 놀라게 하는 발표를 일삼지는 않겠지? 이 자리를 빌어 위정자들에게 한 마디 하고 싶다.

"제발 내 인생을 뒤흔드는 '깜짝 발표' 하지 말아 주세요! 당신들 덕분에 내 인생의 지도가 180도 바뀌고 있답니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는 <내가 겪은 집값·전세값 폭등> 기사를 공모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공지글을 참고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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