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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예술제에 출연한 밴드 <뜨거운감자>의 공연
거리예술제에 출연한 밴드 <뜨거운감자>의 공연 ⓒ 정연경
8일 오전 7시, 평택 대추리·도두리에는 철조망이 설치된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대추리·도두리의 '황새울' 들녘에 또다시 포크레인과 군인, 경찰이 가득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같은 날 오후 7시, 27일째를 맞은 종로거리예술제에는 욕 좀 할 줄 아는 사람들이 공연을 했습니다. 젊은 창작 판소리 <또랑광대>의 김명자씨, 뜨거운감자, YB는 노래를 부르며 때론 탄식처럼, 때론 폭발할 것처럼 욕을 내뱉었습니다.

팽성주민대책위원회 신종원 조직국장과 가수 정태춘씨
팽성주민대책위원회 신종원 조직국장과 가수 정태춘씨 ⓒ 정연경
신종원 팽성주민대책위원회 조직국장이 전하는 8일의 평택 소식을 들으면 이처럼 공연이 과격해진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합니다.

"지난 5월 4일 군인과 경찰이 와서 농토에 철망을 치는 행정대집행을 했습니다. 그때 약간의 농토를 내어줘 농사를 짓고 있었는데, 오늘 그것마저 할 수 없도록 또 철조망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4시 30분 (평택에서) 출발할 때까지 포크레인으로 땅을 엎고 있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우리가 커다란 보상을 바라고 이러는 것이 아니냐 오해를 하십니다. 그러나 평택의 주민들은 그곳에 우리 군인이 온다면, 우리 젊은이들의 산업이 창출하는 일이라면 얼마든 땅을 내어주겠단 말씀도 하십니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전쟁기지는 내어줄 수가 없습니다."


평택엔 또다시 철조망 작업... 아이들 등굣길도 막아

이날 공연에는 대추리의 모습이 담긴 영상물이 상영되었다.
이날 공연에는 대추리의 모습이 담긴 영상물이 상영되었다. ⓒ 정연경
공연이 시작되기 전 지난날 평택의 모습을 담은 흑백 영상이 상영되었습니다. "들판엔 꽃 대신 철조망이 피네"라는 가사의 '황새울의 봄'이란 노래가 포크레인과 경찰로 가득한 평택의 모습과 함께 스크린에 흘러나옵니다.

지난 11월 3일 팽성대책위원장인 대추리 이장 김지태씨가 공무집행 방해죄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평택범대위는 "비슷한 사건의 경우와 비교할 때 2년의 실형이 선고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개탄한 바 있습니다.

공연의 사회자는 "이런 평택 주민들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 오늘 또다시 대추리·도두리에는 철조망을 치는 작업이 시작되어 아이들의 등굣길까지 막았다"고 말했습니다. 좀 유명한 사람들이 공연에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보신각 앞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평택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이날도 공연에 나온 정태춘씨는 말했습니다.

"전국 여론조사를 하면 약 70%가 (미군기지 이전 문제에) 반대한다고 나옵니다. 그런데 이를 행동으로 옮기진 않습니다. 30일간의 거리예술제는 철저한 서울 시민들의 냉대 속에서 진행됐습니다. 대추리를 기억해주세요."

"지구에 미군만 없으면 세계평화가 올텐데..."

젊은 창작 판소리꾼 김명자씨의 신명나는 공연
젊은 창작 판소리꾼 김명자씨의 신명나는 공연 ⓒ 정연경
이날 공연은 "지구상에 미군만 없으면 세계평화가 올텐데!"라며 <또랑광대>의 김명자씨가 막을 열었습니다. 신명나는 판소리를 하며 무대와 관중석을 넘나드니 관중들도 "얼쑤!"하는 추임새를 절로 냅니다.

김명자씨는 "미국이 XXX"라며 구성진 목소리로 욕도 잘합니다. 성북동에 사는 슈퍼댁이 김치냉장고를 타기 위해 씨름대회에 나간다는 내용의 창작판소리는 관중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습니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발걸음을 보신각 앞에 멈췄습니다.

밴드 '뜨거운감자'도 무대에 올랐습니다. "우리의 노래가 코딱지만큼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김C는 차분하게 노래를 다섯 곡이나 불렀습니다.

마지막 무대는 YB가 장식했습니다. 빨간 확성기를 통해 <이땅에 살기 위하여>를 부르며 등장한 보컬 윤도현씨는 터질 것만 같은 목소리로 외칩니다. "아이 씨X 이땅에 살기 위하여!"

YB의 공연. 이날 관중들은 보신각 앞을 가득 메웠다.
YB의 공연. 이날 관중들은 보신각 앞을 가득 메웠다. ⓒ 정연경
"아무리 치사해도 할말은 한다"는 YB는 일곱 곡을 불렀습니다. 대추리를 생각하며 만든 노래라는 <내 마음속의 땅>은 이날 처음 대중 앞에 선을 보였습니다.

윤도현씨는 "지금 이 노래를 부르지만 또 부르지 않게 되길 바란다"는 바람을 밝혔습니다.

이날 공연의 출연자들은 모두 "이 소리가 저 멀리 평택까지 들려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철조망으로 막힌 대추리·도두리에도 이런 종로의 목소리가 들렸을까요?

9일 오후 1시에는 평택범대위가 국방부 앞에서 주민탄압, 인권유린 국방부 규탄 기자회견을 엽니다. 이날은 대추리의 촛불행사가 800일을 맞는 날이기도 합니다.

11일 막을 내리는 종로 거리예술제 <2006 가을, 들이 운다> 공연도 보신각 앞에서 28일째 그 무대를 이어갑니다.

덧붙이는 글 | 정연경 기자는 <오마이뉴스> 인턴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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