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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레스토랑 등에서 쉽게 가입할 수 있는 OK캐쉬백. 거기엔 개인정보 활용이란 대가가 따른다.
패밀리레스토랑 등에서 쉽게 가입할 수 있는 OK캐쉬백. 거기엔 개인정보 활용이란 대가가 따른다. ⓒ SK

"OK캐쉬백 아무개입니다. 회원님의 포인트를 알려드리려고 전화드렸습니다. 현재 회원님의 포인트는 ○○○점이고, 이 포인트는 이마트 등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수 고객님께 감사하는 의미로 이번 특별 행사기간 동안 보험을 들어 드리고 있는데요. 고객님 건강관리 하시라고 5년마다 건강관리자금까지 드리고 있습니다…."

속사포같이 빠른 안내 멘트가 숨도 쉬지 않고 이어진다. 내가 우수회원이며 우수회원에게만 혜택을 주는 보험 상품에 가입시켜주겠다는 것이다.

"OK캐쉬백에서 보험 가입하세요~"

전화상담원의 전화 응대 태도는 한 술 더 뜬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늘어놓고 고객의 문의나 답변에는 관심도 없다. 오직 앵무새처럼 자신들이 들어주겠다는 보험이 얼마나 좋으며 그 보험의 혜택은 무엇인지 이야기하기 바쁘다. 주변에 알아보니 이런 불쾌한 보험판매 전화를 받았다는 사람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나는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보험 영업전화를 받았거든요. 잊을 만하면 또 하고 또 하고…. 스팸 전화는 신고라도 하지. 그런 데다가 왜 그렇게 하나같이 불친절한지…. 그런 전화가 또 오나 봐요?"

"요즘 다시 시작한 모양이더라구요. 지난 2월에 OK캐쉬백에서 사과를 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게 하겠다고 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또 시작인 거야. 도대체 고객들을 뭘로 아는 건지 몰라요."


패밀리레스토랑이나 주유소, 대형마트 등에서 OK캐쉬백 제휴카드를 신청한 대가로 보험 영업 전화에 시달리는 회원들은 오늘도 이런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난 보험회사에 개인정보를 준 게 아닌데 왜 이런 전화를 받아야 하지?"

OK캐쉬백 고객 게시판에 올라온 항의 글들
OK캐쉬백 고객 게시판에 올라온 항의 글들 ⓒ 김혜원

"개인정보 침해" VS "고객들이 동의한 것"

이 문제에 항의하려고 OK캐쉬백 고객게시판을 찾으니 그곳에도 보험판매 전화에 대한 고객 항의 글들이 적지 않았다. 자신의 개인정보가 보험판매에 이용되는 것 자체에 불만을 느낀 이들부터, 15분에서 길게는 30분 가까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상담자의 보험판촉 방법에 문제를 제기하는 글 등 다양했다.

OK캐쉬백 보험영업과 관련된 고객 불만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올해 초 계속되는 전화 보험영업에 화가 난 가입자들이 개인정보유출 의혹까지 제기하며 불만을 쏟아내자 지난 2월경 OK캐쉬백측이 시정 조치를 약속하기도 했다.

당시 OK캐쉬백 상담원들은 전화를 받은 회원들이 보험 안내에 애매한 태도를 보이면 그냥 동의한 것으로 간주, 보험회사로 전화를 돌리면서 해당 회원의 이름·주소·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넘겨 문제가 됐다.

개인정보 유출이 아니냐는 문제 제기에 대해 OK캐쉬백측은 가입 당시 회원들이 제휴사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했기 때문에 불법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다만 전화 통화 과정에서 상담원들의 실수가 있었다며 철저한 교육을 통해 고객의 불만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SK 계열사에 위탁해 직접 보험 영업

뿐만 아니라 OK캐쉬백 직원(?)이 직접 보험 안내를 해 논란이 되고 있다. 보험회사로 전화를 넘겨주는 '듀얼콜' 방식이 문제가 되자 OK캐쉬백 자회사 직원이 직접 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원콜' 방식으로 점차 전환하고 있는 것.

SK㈜ OK캐쉬백 전략지원팀 송요헌 팀장은 "듀얼콜 방식에 대한 고객 불만이 많아 보험대리점 자격을 갖추고 있는 'OK캐쉬백서비스㈜'를 통해 직접 보험상품을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OK캐쉬백서비스㈜는 OK캐쉬백 회원정보를 위탁받은 텔레마케팅업체로 SK㈜ 자회사다.

'개인정보 외부 유출 논란'을 최소화하려는 시도이긴 하나 자회사 역시 별도 법인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논란 소지가 있다. 하지만 OK캐백측은 개인정보활용에 동의한 회원(2700만 중 약 650만명)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주장한다.(아래 '개인신용정보 제공 및 활용동의서' 참조.)

회원들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회원들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OK캐쉬백 개인신용정보 제공 및 활용동의서

본인은 OK캐쉬백 서비스 이용약관에 동의하며, 본 신청서에 기재된 내용이 사실과 일치함을 확인합니다. 본인은 본 신청서에 기재된 본인의 개인정보 및 OK캐쉬백 카드 이용실적 기타 본 서비스 이용에 관한 일체의 거래정보를 본인에 대한 일체의 마케팅 활동 등의 업무 목적으로 귀사가 직접 사용하는 것에 동의하며, 같은 목적으로 SK 계열주유소, 카드회사, 보험회사(신한생명, 라이나생명, 미래에셋생명, 교보자동차보험), 대형할인점, 백화점 등을 포함한 OK캐쉬백 서비스 제휴사, 가맹점 또는 귀사의 업무를 대행하는 업체가 사용할 수 있도록 본인의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동의합니다.

또한 본인은 통신판매업을 영위하고 있는 OK캐쉬백서비스㈜가 본인에 대하여 금융·건강·교육등의 상품과 서비스 상품을 홍보 및 판매할 수 있도록, 귀사가 본 신청서에 기재된 본인의 개인정보, OK캐쉬백 거래실적을 OK캐쉬백서비스㈜에게 제공하는 것에 동의하고, 아울러 귀사가 위와 같은 목적으로 위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에 동의합니다.

- 2004년 2월 20일
개인정보 활용 거부할 권리를 허하라

회원들이 정작 불만을 가지는 문제는 이렇듯 제휴사나 용역업체와 개인정보를 공유해 결과적으로 회원들 개인 의사에 반하는 마케팅 대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OK캐쉬백측은 이런 회원들의 불만에 대해 '약관'을 내세워 합법성을 주장한다. 하지만 가입 당시 깨알같은 약관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고 동의하는 회원들도 드물거니와, 개인정보를 제공한다는 약관 조항이 있다 하더라도 회원 관리나 고객서비스 차원이 아닌 특정회사 영업에 이용되는 것까지 허용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일단 OK캐쉬백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불만이 거세지자 고객센터를 통해 개인정보활용 동의를 철회할 수 있는 길을 터 놓았다. 동의 철회는 고객센터에 신청하거나 개인정보 관리자에게 서면 혹은 이메일로 송부할 수 있다. 고객 불만에 대한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했지만 이 역시 약관에 작은 글씨로 쓰여있어 제대로 알고 있는 회원이 드물다.

SK "개인정보활용 동의서, 이용약관과 분리할 것"

더구나 개인정보활용을 포함한 약관의 모든 내용에 동의해야만 카드가 발급되므로 회원 스스로 자신의 정보를 어느 선까지 보호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선택권은 없다. '고객이 OK할 때까지'라는 기업 모토를 가진 회사가 만든 약관치고는 고객에게 터무니없이 불리한 규정이 아닐 수 없다.

이에 OK캐쉬백 송요헌 팀장은 3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올해 말이나 늦어도 내년 초까지 '개인신용정보 제공 및 활용동의서'와 이용약관을 분리해 개인정보활용에 동의하지 않고도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발 더 나아가 모든 회원의 개인정보는 OK캐쉬백 카드의 원래 기능 이외에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되는 것이 마땅하며, OK캐쉬백 제휴 행사라 할지라도 제휴사에 개인정보를 넘기기 전에 회원에게 동의 여부를 재확인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27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OK캐쉬백.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이 회원이라면 고객에 대한 서비스도 남달라야 하지 않을까. 정말 고객이 'OK'하기를 바라는 기업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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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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