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일 외교통상부 장관에 내정된 송민순 청와대 외교안보정책실장.
1일 외교통상부 장관에 내정된 송민순 청와대 외교안보정책실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번 외교안보라인 개편은 반기문 장관이 유엔사무총장 1차 투표가 있었던 7월 24일부터 시작했는데, 이미 그때부터 송민순 내정자는 제일 유력했었다.(박남춘 청와대 인사수석)

청와대는 1일 오후 통일부 장관에 이재정 민주평통수석부의장, 외교통상부 장관에 송민순 청와대 안보실장, 국방부 장관에 김장수 육군참모총장, 국정원장에 김만복 국정원 1차장을 내정하고, 국회에 인사청문회를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인사는 우선 '외교안보 라인 송민순 주도', '포용정책 기조 유지 선언' 등으로 요약된다.

송 외교부 장관 내정자는 외시 9회 출신으로 3회인 현 반기문 장관과 6기나 차이가 나는 그야말로 초고속 발탁인사다. 박남춘 인사수석이 "외시 9회라는 점에서 파격적이라 할 수 있지만, 참여정부는 기수에 연연하지 않으며, 윗 기수들이 사퇴하는 그런 일이 벌어지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다

송 내정자는 2005년 4차 6자회담에서 9·19공동성명을 도출해냈을 때 차관보였던 그는 올해 1월 장관급인 안보실장으로 승진했고, 불과 10개월 만에 외교부 수장이 됐다. 현 외교부 차관, 주미·주중 대사 모두 그보다 선배들이다. 안보실장이 될 때 그에 대한 평가는 "고집이 세고 논란을 만들어 내지만 결과물을 가져오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송 내정자에 대해 청와대는 "최근 안보현안인 북한 핵 문제에 정통하고, 뛰어난 협상능력과 풍부한 조직관리경험을 갖추고 있다"고 발탁배경을 밝혔다. 9·19공동성명과 '포괄적 접근방안' 등을 통해, 노 대통령의 깊은 신임을 받고 있다.

박남춘 수석은 "지금처럼 대폭 개편되는 상황에서 한 분쯤은 지금까지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해줘야 일관성이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핵 정국에서 대북정책의 일관성을 유지시킬 인물로 송 내정자를 꼽은 것이다. 실제로 지난 7월 5일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특히 10월 9일 북한 핵실험 이후 남북관계가 극도로 경색되면서, 그간 외교안보라인을 주도해왔던 이종석 통일부 장관의 힘이 빠지면서, 크게 볼 때 한미관계를 중시하는 정통외교관료인 송 실장에게 힘이 쏠렸다. 경남 마산 출신에 직업외교관인 그의 배경이 한나라당의 색깔론을 희석시키는데도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그러면서 그는 사실상 북한핵 정국에서 외교안보라인을 주도해왔다. 현 상황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은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선언했고, (11월 17일, 18일 예정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도 6자회담 관련국들과 협의를 해야 하므로, 그때까지는 현 안보실장이 직을 유지하기로 했다"는 청와대 발표에서도 확인된다. 북한이 어제(31일) 6자회담 복귀를 선언한 것이 그에게는 상당한 호조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송 내정자는 "미국은 역사상 전쟁을 가장 많이 한 나라", "유엔에 운명을 맡기는 것은 자기운명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강단 있는' 발언으로 미국과 한나라당의 공격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과, 북한 핵실험을 막지 못한 책임자 중의 하나라는 비판이 이후 청문회에서의 주된 공격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남춘 수석은 "라이스 미 국무장관도 2001년도부터 2005년까지 국가안보보좌관을 하면서, 이라크 전쟁 와중에서 별 얘기 다 들었지만 국무장관이 됐다"면서 "대통령과 호흡을 맞췄던 분들이 전면에 나서서 일을 해 가야 할 때"라고 엄호했다.

이재정 통일, 포용정책 유지 선언의 상징

1일 신임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된 이재정 민주평통 수석 부의장.
1일 신임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된 이재정 민주평통 수석 부의장.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재정 내정자는, 정부의 포용정책 기조 유지 선언의 상징으로 해석된다. 이 내정자는 이종석 장관이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남춘 인사수석은 "이재정 내정자에 대해 이종석 현 장관보다 더 포용적이라는 평가가 많은데, 포용정책 유지로 해석하면 되느냐"는 질문에 "변함없다. 그 기조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내정자는 북한 2차 핵실험을 우려하던 시점인 지난 18일 "북한의 핵실험은 다른 나라의 예를 들면 필연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확대해석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는 등, 포용정책기조 유지를 적극 주장해왔다.

성공회 신부 출신으로 성공회대 총장을 거친 뒤 16대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지난 대선때는 노무현 선대위 유세위원장으로 활약했다. 2002년에 한화그룹에서 불법대선자금 10억원을 받았다가 재판에서 벌금 3000만원을 선고받은 뒤 사면 복권됐다. 한나라당은 그에 대해 '보은인사'라고 공격하고 있다.

"7월부터 시작한 인사개편, 김승규 사퇴와 일심회 사건은 무관"

1인 신임 국정원장으로 내정된 김만복 국정원 1차장.
1인 신임 국정원장으로 내정된 김만복 국정원 1차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국정원장에 사상 처음으로 내부인사를 발탁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김만복 내정자는 국정원에서 공직을 시작한 국정원 맨이다. 박남춘 인사수석은 "참여정부의 핵심 추진 사안 중 하나가 권력기관 제자리 찾기다"라면서 "이번에 내부 발탁한 것도 정말 정보기관으로 돌아가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것이 대통령의 의지였기 때문에 측근이니 이런 것 생각을 안 한 것"라고 말했다.

박 인사수석은, 일심회 사건과 김승규 원장 사임을 연결시켜서 보는 시각 등 이번 인사와 관련한 논란들에 대해 길게 반론을 펼쳤다.

"국정원 문제나 이런 게 잘못 전달되는 게 있다. 간첩단 사건 이런 거는 변수가 아니었다. 이번 인사는 오래전부터 검토돼왔다. 문책성 인사나 국면쇄신 인사 이런 게 아니다. 인사수석실은 7월 24일부터 검토를 시작했다. 유엔사무총장 선출에 대한 1차 투표 때다. 반기문 장관이 상당히 압도적인 표를 얻었기 때문에 당선이 확실시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래서 검토를 시작했다.

(윤광웅) 국방장관도 오래 했고, (김승규) 국정원장도 법무장관까지 감안하면 오래됐다. 그래서 실무작업을 했다. 그런데 통일부 장관은 맡은 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사전에 검토를 안 했다."


10월 26일 첫 보도가 나온 일심회 사건과 김 국정원장의 퇴진은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1일 신임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김장수 육군참모총장.
1일 신임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김장수 육군참모총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김 내정자는 이종석 통일부 장관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내부인사 발탁은 국정원 개혁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내부인사들이 열심히 뛰고 있는데 이들이 되면 안 된다"는 현 김승규 국정원장의 <조선일보> 인터뷰 발언은 사실상 그를 겨냥한 것이었다. 이 인터뷰 내용에 대해 박 수석은, "그런 이야기가 언론에 의해 취재됐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면서 "인사권자를 만나서 하면 되는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광주 출신으로 육사 27기인 김장수 국방장관 내정자는 현직 군인에서 바로 장관으로 이동하는 드문 케이스다. 박 수석은 "처음은 아니"라면서 "두 분은 바로, 두 분은 전역 후 서너 달 있다가 장관을 맡았다"고 전했다.

그는 "문민인사, 군 출신으로 민간 경력을 쌓은 분, 북핵 상태이기 때문에 현역을 해야 한다는 세 가지 흐름에서 마지막으로 결정됐는데 김 내정자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면서 "참여정부 인사 정책이 기수와 서열 파괴, 능력 위주 발탁이라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