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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가는 곳마다 그림엽서가 되는 월출산의 자태
눈길 가는 곳마다 그림엽서가 되는 월출산의 자태 ⓒ 최향동
청명함을 뽐내며 가을하늘을 자랑하던 지난 주말(10월 28일), 전라남도 영암 월출산을 찾았다.

지리산, 내장산, 천관산, 변산(능가산) 등과 더불어 호남의 5대 명산으로 불리는 월출산은 산 전체가 기암괴석으로 이뤄져 ‘호남의 금강산’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눈길 가는 곳마다 그림엽서가 펼쳐진다. 월출산은 백제와 신라 때는 월나산(月奈山), 고려 때는 월생산(月生山)으로 불리다 조선조부터 월출산으로 굳어졌다.

해발고 510M에 위치한 지상고120M,길이54M의 명물 구름다리
해발고 510M에 위치한 지상고120M,길이54M의 명물 구름다리 ⓒ 최향동
이번 산행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천황사터를 시작으로 구름다리를 거쳐 천황봉(809m)에 올라 구정봉(705m)에 들러 도갑사로 하산하는 코스를 잡았다.

토요휴무제 때문인지 산행객이 넘쳐난다. 가파른 코스 때문인지 제법 땀을 흘리자 해발고 510m에 위치하며 국내에서 지상고가 제일 높은 120m에 길이 54m를 자랑하는 월출산의 명물, 구름다리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 구름다리는 1978년에 시공된 노후시설을 걷어내고 올해 5월에 동시에 200명이 통과해도 안전한 최신공법으로 재시공되었다. 영암의 곡창들녘이 펼쳐지고 그림 같은 기암괴석들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구름다리 아래로 노랑나비를 닮은 단풍이 반기듯 그 자태를 뽐낸다.

노랗게 물든 나비모양의 단풍
노랗게 물든 나비모양의 단풍 ⓒ 최향동
점심 무렵 천황봉 정상에 올랐다. 정상은 온통 산행객들로 빼곡하다. 정상의 산맛은 달콤하다. 이 맛을 느끼려고 땀과 노력을 바친 것이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영암읍과 들판이 일품이다.

월출산이 있는 이곳 지명이 영암(靈岩)인 것도 이 같은 월출산의 기암괴석과 신령스런 바위(動石)로부터 유래되었다 한다. 그렇듯 월출산은 ‘펼쳐놓으면 금강산이 된다’는 말처럼 천신이 꾸며놓은 거대한 수석공원 같다. 사람들의 입에서 저마다 감탄사가 연발이다.

한 폭의 산수화, 자연이 빚은 거대한 조각공원
한 폭의 산수화, 자연이 빚은 거대한 조각공원 ⓒ 최향동
익살스런 기암괴석, 마치 맹꽁이가 혀를 내밀며 뱀머리위에 노니는 듯한 모습
익살스런 기암괴석, 마치 맹꽁이가 혀를 내밀며 뱀머리위에 노니는 듯한 모습 ⓒ 최향동
온갖 형상이 꿈틀대는 기암괴석
온갖 형상이 꿈틀대는 기암괴석 ⓒ 최향동
점심으로 싸온 산밥을 여유 있게 먹고 구정봉(705m)을 향한다. 한 폭의 그림이 아닌 곳이 없다. 구정봉(九井峰,九鼎峰)가는 길에 여인네의 음부를 빼다 닮은 베틀굴 역시 월출산의 명물이다. 자연이 빚어놓은 이 걸작품인 베틀굴은 전쟁을 피한 아낙네들이 이 굴에서 베틀을 짰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드디어 꽉 낀 동굴통로를 거쳐 구정봉에 올랐다. 마르지 않는 우물이 9개가 있고 용이 살았다하여 구정봉(九井峰)이라 붙여졌다고도 하고, 천신들이 내려와 9개의 가마솥구멍에 밥을 해먹었다하여 구정봉(九鼎峰)이라고도 한다. 유래 깊은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구정봉 물웅덩이는 아무리 가뭄이 들어도 그 물이 마르지 않다하여 신비로움을 주는 명물이다. 이 꼭대기 웅덩이에서 살아 헤엄치는 개구리를 목격한 사람들이 있다하니 그 영물스러움이 더 하다.

정상에 아홉개의 우물, 또는 가마솥구멍이 있다하여 붙여진 구정봉(九井峰,九鼎峰)
정상에 아홉개의 우물, 또는 가마솥구멍이 있다하여 붙여진 구정봉(九井峰,九鼎峰) ⓒ 최향동
여인네의 음부를 닮은 베틀굴
여인네의 음부를 닮은 베틀굴 ⓒ 최향동
천황대제인 천신이 지상에 강림했다는 천황봉(天皇峰)의 위풍
천황대제인 천신이 지상에 강림했다는 천황봉(天皇峰)의 위풍 ⓒ 최향동
눈 길 가는 곳마다 그림엽서가 되는 이 곳 월출산의 속살은 그 빼어남을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눈부시다. 그 눈부심을 안고 통일신라시대 도선국사가 창건한 도갑사로 향한다. 시간에 쫓겨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국보144호인 월출산 마애여래좌상(月出山磨崖如來坐像)을 아쉽게도 보지 못하고 바쁜 걸음을 걸어 미왕재 억새밭에 당도하여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의 미향을 맡고 도갑사로 하산한다.

해가 서산에 걸리고, 절탑 끝 사이로 초승달이 우리를 맞이한다. 하산을 마친 산행인들의 얼굴에 행복 가득한 미소가 돌고, 이내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단잠에 빠져 구정봉 우물에 비치는 달빛을 꿈꾼다. ‘달뜨는 산, 월출산 산행'은 그렇게 꿈속에서도 계속된다.

정상의 산맛을 흠뻑 느끼며 발디딜 틈 없이 꽉찬 천황봉 산행객들
정상의 산맛을 흠뻑 느끼며 발디딜 틈 없이 꽉찬 천황봉 산행객들 ⓒ 최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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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없음도 대답이다. 참여정부 청와대 행정관을 지내다. 더 좋은 민주주의와 사람사는 세상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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