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삼산리에 들어서자마자 환영하는 현수막이 보인다
삼산리에 들어서자마자 환영하는 현수막이 보인다 ⓒ 이진선

"시골학교 문화 공간 혜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삼산3리에 위치한 삼산초등학교가 폐교된 후 5년만에 '문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지난 10월 28일 시골마을이 시끌벅적했다. 오후 5시부터 진행될 행사준비 때문이다. 삼산 3리 부녀회원들은 음식을 하느라 정신이 없고 분교 운동장에는 대형 공연 세트장을 설치하느라 바빴다.

1963년에 개교한 삼산분교는 삼산리 주민들의 정성으로 만들어진 소중한 공간이었다. 그러나 30회에 걸쳐 900여명의 학생들을 배출한 이 학교는 아이들이 차츰 줄어들면서 2001년에 폐교 조치되었다.

양동면은 군민회관이 위치한 양평읍과는 차로 40분 이상 걸릴 만큼 많이 떨어져 있다. 그래서 비교적 문화혜택을 많이 받아온 양평읍과는 달리 양동면은 소외되어 왔다. 이곳은 5000명이 채 되지 않는 전체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노년층이 4명에 한 명 꼴로 전국 평균치의 3배에 이르는 곳이다.

문화 공간 '혜윰'으로 다시 태어난 삼산분교

새로 단장한 모습
새로 단장한 모습 ⓒ 이진선

문화공간 '혜윰'은 삼산리 주민들과 문화인들의 노력 끝에 문화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삼산분교에 만들어지게 됐다. 기존의 교실은 미술작품 전시장, 실내 공연장으로 또, 야외에는 실외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 시설이 세워졌다.

'혜윰'은 생각이라는 뜻의 옛 우리말로 이곳에 오는 모든 사람들이 세상 시름을 잠시 접고, 모두가 행복한 생각들로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지역주민들은 이 공간을 통해 문화예술을 접하고, 도시 사람들은 이곳을 방문해 지역의 정서를 배우게 된다.

해가 지고 조금씩 어두워지자 운동장에 세워진 무대세트에서 조명이 환하게 켜진다. 공연이 시작되려나 보다. 무대 뒤로는 큰 은행나무가 여럿 서 있다. 조명에 비춰진 노란 은행잎은 황금빛을 낸다.

음식을 준비하던 분주한 손길도 건물 안을 구경하던 사람들도 야외 세트장으로 모여들었다. 개관을 맞아 뉴서울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이어졌다. 귀에 익숙한 멜로디와 소프라노, 테너의 노래는 시골 공기를 따라 퍼진다.

공연 중간에 무대 뒤로 기차가 지나간다. 음악과 기차소리가 어울려 나니 천상 시골풍경이다. 공기 또한 너무나도 맑다. 어느 야외 공연장에서 이런 맑은 공기와 밤하늘을 만끽할 수 있으랴.

대부분 60이 넘은 삼산3리 부녀회 할머니들은 음식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젊은 사람들이 없어서 외로웠는데 앞으로 많이 오겠다"라며 웃으신다. 진지하게 공연 음악을 듣고 계시던 동네 할아버지도 "내가 음악에 대해서 뭘 아나. 그래도 좋네 그려"라며 좋아하신다.

'혜윰'이 이곳 지역주민들에게는 새로운 활력소를, 도시에서 온 사람들에게는 따뜻한 고향의 향수를 주면서 발전하면 좋겠다. 일찍 '교육'의 중요성을 알았던 삼산리 주민들이 힘을 모아 세웠던 학교였던 만큼 앞으로 이 '문화 공간'에서 새로운 교육과 문화가 시작되기를 주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조명이 켜지고 야외 공연이 시작되려고 한다
조명이 켜지고 야외 공연이 시작되려고 한다 ⓒ 이진선

덧붙이는 글 | 이진선 기자는 <오마이뉴스> 5기 인턴 기자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