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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아리랑'(http://www.dubaitour.net/uaearirang/uaearirang.htm) 자유게시판에 '두바이 호텔 취업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UAE 아리랑'(http://www.dubaitour.net/uaearirang/uaearirang.htm) 자유게시판에 '두바이 호텔 취업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 화면캡쳐
서울시와 정부가 호텔리어 지망생들을 위해 마련한 '두바이 호텔 취업 지원 프로그램'이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숙식비와 교통비, 항공권 등을 지원받지만 한국돈 약 20만원인 월급으로 두바이 생활이 가능한지에 대한 것이다. 아랍에미리트(UAE)와 두바이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들이 소통하는 인터넷 사이트 'UAE 아리랑(http://www.dubaitour.net/uaearirang/uaearirang.htm)' 자유게시판에는 이와 관련한 글이 쇄도하고 있다.

서울시 서울산업통상진흥원과 노동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각각 기획한 '두바이 호텔 취업 지원 프로그램'은 국내 호텔업계의 취업난을 해소하려는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국내 호텔경영전공자 및 관련업계 종사자들에게 국제 호텔의 중심지로 급부상한 두바이로 가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는 지난 3월 50여명의 합격자를 두바이에 보냈고 9월에 합격한 30여명의 지원생들은 취업 제안을 받는 대로 출국하게 된다. 서울산업통상진흥원의 경우 지난 6월 합격한 27여명이 처음으로 출국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산업통상진흥원 해외취업사업팀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프로그램 합격자는 숙박 및 현지 통근관련 교통비용, 출국자 항공권, 비자수수료 등 일체 비용과 1년 근속 후 30일 유급휴가 및 2년 근속 후 휴가 항공권을 지원받는다.

프로그램 합격자들은 2년 계약직으로 일하지만 3~4개월의 인턴을 거쳐 통상 6개월마다 심사를 통해 승진 및 보직의 기회를 얻는다. 이들이 받게 되는 월급은 약 800~3500 디람으로 원화로 환산하면 약 19만~95만원이다.

문제가 된 것은 지원자들이 호텔에서 받는 월급의 액수이다. 지원자들은 처음 한국돈 약 19만원을 받고 생활하게 된다. 6개월마다 심사를 통해 진급할 수 있다고 하지만 임금 상승의 폭이 크지 않고, 진급이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 임금으로는 생활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UAE 아리랑' 자유게시판에는 '두바이 호텔 취업 지원 프로그램'의 한 지원자가 "어느 정도 힘든 점은 예상을 하고 있지만 급여가 워낙 적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지원자들과 두바이 교민, 인턴파견 대행기관 (주)투어리즘 코리아 측의 뜨거운 논쟁이 이어졌다.

교민 "숙식, 교통비 지원받아도 20만원으로는 못살아요"

두바이에서 호텔 관련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한 교민(아이디: chef)은 세 번에 걸쳐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지원자들이 두바이에 대한 환상을 벗어나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곳 두바이의 물가를 아시나요? 두바이의 메이드(가정부)도 평균 1200~1300디람을 받습니다. 두바이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회사가 숙소를 제공합니다. 식비도 두바이 모든 호텔이 제공합니다. 이를 한국의 급여와 비교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습니다."

'6개월마다 심사를 통해 승진 및 보직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설명에 대해서도 두바이 교민들은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솔직히 대학졸업해서 잘해봐야 외국인하고 프리토킹하기가 쉽습니까? 그런데 영어도 딸리는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그곳에 가서 진급을 한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아이디: jun)

지원자,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의견 분분

이에 '두바이 호텔 취업 관련 프로그램' 일부 합격자들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의 합격자라고 밝힌 한 누리꾼(아이디:UAE 호텔)은 'UAE 아리랑' 자유게시판에서 "현지에 계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다시금 생각하게 되고 지금은 많이 망설여지고 있다"고 심경을 밝혔다.

한 포털사이트의 '항공 승무원 카페' 역시 술렁거리고 있다. 두바이 현지에서 항공사 시험을 보려는 승무원 지망생들도 이번 프로그램에 많이 지원했기 때문이다.

'두바이 호텔 취업 지원' 관련글에 지원자들은 걱정스러운 댓글을 달았다.

"사실, 두바이 호텔 가는 사람들 중에 가서 EK(두바이 항공사) 지원하겠단 사람 많지 않나요? 잘 생각해보셔야 해요. 저도 EK지원자지만 너무 큰 붐이 일고 있어서 괜한 피해자 생성이나 하는 건 아닌가 모르겠어요. 객관적인 판단이 필요한때인거 같습니다."(아이디: all in)

물론 모든 합격자가 이에 대하여 불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적은 임금에 대하여 들은 바 있고, 돈이 아닌 경험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합격자들도 있다. 'Yooon'란 아이디를 사용하는 한 지원자는 "두바이 호텔의 인턴 임금은 국적을 막론하고 그 정도"라며 "경력 쌓는 것을 돈으로 매길 수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모 대학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두바이가 관광 산업 붐이 일어나면서 특급 호텔이 많이 생겼는데 그런 국제적 체인호텔에서의 경험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며 "돈이나 경력의 차원보다 경험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주최 측 "숙식과 항공권, 교통비 등 제공... 돈보다 경험"

포털 사이트의 승무원 관련 카페에 올라온 '두바이 호텔 취업 지원 프로그램' 관련 댓글.
포털 사이트의 승무원 관련 카페에 올라온 '두바이 호텔 취업 지원 프로그램' 관련 댓글. ⓒ 화면캡쳐
주최측도 마찬가지 생각이다. 인턴 파견 대행기관인 (주)투어리즘 코리아의 오정심 대표는 임금이 너무 적은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지원자들은 돈으로 얻을 수 없는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라며 "물가가 비싼데 겨우 20여만원의 월급을 준다는 비판이 있지만 바꿔 생각하면 비싼 물가에도 숙식과 교통비 등을 다 제공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개인 능력에 따라서 월급은 올라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 대표는 이어 "한국산업인력공단 프로그램은 인턴 후 80%, 서울산업통상진흥원의 프로그램은 100%가 2년간 고용을 보장받는다"며 "영어회화와 서비스 분야 적성 등의 면접을 엄격하게 했다"고 말했다.

적은 임금에도 굳이 두바이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대행사의 욕심이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 "유럽은 EU회원국이 아니면 외국인 취업이 어렵고, 미국은 취업 비자 자체가 나오기가 어렵다"며 "두바이는 경제 성장과 더불어 다국적 기업이 들어가면서 취업비자가 비교적 쉽게 나오기 때문에 호텔 관련업 지망생들이 접근하기 좋은 조건"이라고 밝혔다.

부정확한 정보 공개, 지원자 불만

이러한 논란을 막기 위해서는 현지의 상황 및 처우에 대해 지원생들에게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프로그램에 합격한 익명의 호텔 관련업 지망생은 "분명 담당자가 25만원이면 집에서 지원 안 받고 생활할 수 있고, 한국에서보다 진급도 빠르며 한국에서 개업할 경우 초기 멤버로 일할 수 있다고 했다"며 부정확하고 막연하게 제공된 정보가 문제라는 견해를 밝혔다.

또 이 합격자는 "합격자 오리엔테이션 이틀 전에야 메일로 패널티 및 계약 파기 지원금 반환에 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며 "만약 20여만원의 임금으로 두바이에서 살아가기 힘들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프로그램에 지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UAE 아리랑' 자유게시판에 산업인력공단 프로그램의 합격자라고 밝힌 한 누리꾼 역시 "우리 노동력이 무척 낮게 평가되었다는 것, 두바이의 물가, 두바이의 인력시장상황 등에 대해서 전혀 듣지 못했다"며 "너무 일방적인 정보만 들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정연경 기자는 <오마이뉴스> 인턴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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