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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만에 하는 공기놀이인가. 이제는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공기다.
ⓒ 임석교
“너 그것 가지고 가면 선생님께 빼앗긴다. 집에서만 해라.”
“아니야. 요즘 우리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공기놀이만 하는데, 아빠는 알지도 못하면서….”
“참, 울산에서는 정현이가 그러는데, 이걸 살구놀이라고 한다. 아빠는 아나?”
“아니 아빠도 모른다. 빨리 학교나 가라.”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난 막내에게 꾸지람 아닌 꾸지람을 들었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알록달록한 공기 때문에.

저녁은, 근처의 장모님 댁에서 한 끼 해결했다. 엄마가 없으니 말 더 잘 듣는 막내는 씻고 옷을 갈아입고 오더니 무작정 공기놀이를 하잔다. 어쩔 수 없이 붙잡혀 어린 동심의 세계로 빠져든다.

“콩.”
“아이, 내가 먼저 칠 수 있었는데.”
“한 번에 잡지 못하고 두 번에 걸쳐 잡았을 때 말해야 되는 소리다. 이때 상대가 먼저 손을 탁 치면 순서가 바뀌어 상대의 차례가 되는 것이다.”
“아, 이번에는 이길 수 있었는데..”

손이 큰 아빠를 막내가 이기는 건 당연히 불가능했다. 그래서 막내가 이겨 기분 좋게 잠을 이루게 하기 위해, 나는 한 번하고 막내에게는 두 번 연속으로 하라고 했다. 내가 한 번 죽으면 막내는 두 번 죽어야 순서가 바뀌는 것이다. 두 번 연속으로 이긴 것이 마음에 걸려서.

▲ 손이 작은 녀석은 공기를 손등에 올려두고도 어찌 할 줄 모른다.
ⓒ 임석교
“야, 이제 이겼다.” 결국 막내는 3번 게임을 하고나서야 한번 이겼다. 그리고 게임하기 전에 한 약속을 지키라고 명한다.

“이젠 자야지. 그래야 내일 학교엘 가지.”
“알았어. 엄마가 있으면 조금 더 놀 수 있는데.”

투덜거리며 들어가는 막내를 보니 모진 아빠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할 수 없다. 아침을 먹이고, 옷을 입히고, 씻고, 난리 아닌 난리를 내일 아침에도 해야 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시절 여학생들이 주로 하던 공기놀이!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막내 덕에 다시 하게 되었다. 물론 어린 시절 공기는 잔돌을 작게 갈아서 최대한 원형으로 만든 다음에 했다.

누나가 많은 나는 공기할 기회가 더욱 많았기에 잘 안다. 어머니의 잔소리를 들어가며 햇볕이 좋은 곳에 옹기종기 모여 누나들이 하던 공기놀이가 생각난다. 그 당시의 놀이문화란 고작 공기놀이, 고무줄놀이, 땅따먹기, 돌 던지기(돌 던져서 맞추어 넘어뜨리는 놀이, 이름이 생각나질 않는다) 등이 고작이다. 지금과 비교하면 놀이문화랄 것도 없다. 그저 땅과 돌, 풀이 장난감이었으니.

▲ 바깥에서 옹기종기 모여서 하던 공기. 이젠 거실에서 한다. 막내 덕분에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 임석교
공기놀이가 언제부터 우리나라에 보급됐는지 정확한 사연, 연대는 알 수 없으나 해방 후부터 지난 70년대 말까지 가장 성행했다. 80년대에 들어서면서 TV의 대중화와 각종 장난감, 학교 앞 미니 전자오락실이 들어서면서 쇠퇴했다. 컴퓨터가 보급된 지금, 공기놀인는 놀이문화로 정착하기 어렵다.

그런 공기놀이를 막내 녀석과 할 수 있었다는 것에 만족한다. 다른 놀이에 비해 정통놀이로 인정받지 못하는 공기놀이의 맥이 끊어진 줄 알고 있었는데 막내 녀석 덕분에 다시 할 수 있었다.

막내가 참 고맙다.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저녁 시간을 만들어줘서. 여러분, 따님들과 언제 공기놀이 한번 해보시죠. 모르는 자녀가 있다면 가르쳐 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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