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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난공불락 로체남벽 원정대가 현지에서 보내오는 소식을 <오마이뉴스> 특집면을 통해 독자 여러분께 알려드릴 예정입니다. 로체남벽 원정대의 현지 체류 기간은 2006년 10월 25일부터 2007년 1월 6일까지 입니다. 로체남벽 원정대 뿐 아니라 12월 현지에 합류할 청소년 챌리지 원정대의 소식도 함께 싣습니다. 10월 24일 오후 7시 네팔 현지로 떠난 이충직 대장을 비롯한 김형일, 성낙종, 안치영, 강기석 대원의 건강과 행원을 기원합니다. <편집자주>
▲ 원정대가 오를 로체 남벽. 해발 8516m로 세계에서 네 번째로 높은 봉우리다.
ⓒ www.invincible.or.kr
'왜 산에 가는데 홀랑 벗고 사진을 찍고 난리야.'

그 사진을 보고난 첫 느낌이었다(이 사진은 <20세기 포토다큐 세계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1924년 에베레스트 어딘가에서 촬영했을 사진 속에서 '홀랑벗은' 야윈 몸(?)의 주인공은 영국 산악인 조지 리 멜러리. 그는 두고두고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는 말을 남겼다. "에베레스트에 왜 오르느냐"는 질문에 답한 그의 단 한마디 "거기 있으니까."

"거기 있으니까"라는 말로 이후 산에 오르는 모든 산악인들의 입장을 더 이상의 이유를 붙일 수 없도록 영원히 '대변'해 버렸다. 그리고 그는 그 사진을 찍은 직후 에베레스트에 오르다 결국 귀환하지 못하고 잠들었고, 75년이 지난 1999년 영국 BBC 방송팀은 만년설 속에 묻혀있던 그의 시신을 찾아냈다.

그에게 산은 어떤 존재였을까. 자신이 오를 에베레스트산 앞에서 홀랑 벗고 사진을 찍은 그에게 산은 단지 정복의 대상은 아니었을 것이다.

"나의 모든 것을 부끄럼 없이 보여주노니, 사랑하는 그대여 나를 받아주오."

세레나데를 부르는 심정이지 않았을까. 산은 산악인들에게 '언제나 거기 있는' 영원한 연모의 대상이다. 그 중에서도 누구도 밟아 보지 못한 미답의 산길 때문에 산악인들은 짝사랑으로 항상 가슴앓이를 해야 한다.

6명의 산사나이, 네팔행 비행기에 몸을 싣다

▲ 구름에 휩싸인 로체남벽.
ⓒ www.invincible.or.kr
히말라야 로체 남벽, 아직도 아무도 제대로 완등 하지 못한 8516m 수직 절벽을 오르기 위해 6명의 산사나이들이 24일 7시 네팔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정상 정복이 아닌 누구도 오르지 못한 길을 찾기 위한 도전이다. 가파른 빙벽에 가느다란 자일에만 의지한 채 피켈을 손에 쥐고 아이젠으로 얼음을 차며 올라야 한다.

로체는 세계에서 4번째 높은 산이다. 하지만 남벽을 통해 정상에 오른 산악인은 아직 없다. 8천m급 14개봉을 세계 최초로 모두 오른 세계적인 산악인 라인홀트 메스너는 로체 남벽 도전에 실패한 뒤 "로체 남벽 등반이야말로 8천m급 히말라야 14개봉 등반을 훨씬 능가할 정도로 어렵다"고 했을 정도.

33년간 18차례의 등정시도가 있었고, 토모 체슨(스위스)과 세르게이 베르쇼프(러시아)가 로체 남벽에 올랐다고 주장했으나 등정 성공 진위여부가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아 산악인들의 숙제로 남아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1999년, 2001년 로체 남벽 등정을 위해 원정대를 파견했으나 실패했다.

지난 2001년 푸모리 동벽 원정을 시작하며 이 난공불락의 거대한 빙벽을 개척하기 위한 원정대를 계획하고 이후 원정대의 모든 살림을 꾸려온 이충직(39) 대장을 지난 19일 서울 우이동 삼각산 아래 위치한 원정대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기업의 이익과 언론의 한탕주의 보도와 손잡은 스타 산악인을 중심으로 한 상업적인 원정대 파견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한국 산악계도 '등정주의, 결과주의'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등로주의, 과정주의'를 중요시 하는 순수 알피니즘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그와 나눈 일문일답.

▲ 이충직 원정대장. 대원들과 함께 훈련했던 북한산이 부옇게 보인다.
ⓒ 오마이뉴스 조경국
"로체 남벽 원정 목적 '정상' 아닌 '도전'"

- 로체남벽 원정의 의미는.
"아직 아무도 오르지 못한 미답의 코스다. 세계적인 산악인인 토모 체슨과 세르게이 베르쇼프가 성공했다고 주장했지만, 산악계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정상 등정을 인정받기 위해선 정상에 올라 360도 파노라마 사진을 찍고 정상 등반을 입증할 수 있는 물건을 남겨 놓고 와야 하지만 정상등정을 입증하지 못했다. 꼭 산악계의 인정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개인적인 주장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직까지 로체남벽은 개척해야 할 코스로 남아있다. 지금까지 18번의 시도가 있었고 우리 산악계에서도 두 차례 원정을 다녀왔지만 실패했다. 이번 원정이 성공한다면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만약 실패하더라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원정대의 목적은 '정상'이 아닌 '도전' 그 자체다."

- 그동안 우리나라 산악계에도 많은 해외 원정 성과를 이루었는데.
"많은 거봉들이 정복된 것은 영국(에베레스트), 프랑스(안나푸르나), 독일(낭가파르밧드) 등 강대국들의 국력과시를 위해 원정대를 보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77년 고 고상돈 선배가 에베레스트를 정복할 수 있었던 것도 당시 100억불 수출달성을 기념하기 위해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밀어주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해외 원정대의 시작도 정부가 나섰기 때문이다. 물론 산악인들의 순수한 열정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재는 기업과 언론이 일부 스타 산악인과 손잡고 이벤트 원정대를 꾸리는 것이 문제다. 무조건 '최고' '최초'만 강조하며 완등을 목표로 하는 이벤트 원정대는 상업성 뿐아니라 후배 산악인들을 희생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 성과에만 집착해선 발전을 이룰 수 없다. 더 이상 산악인들의 '순수 알피니즘'을 기업의 이익과 언론의 한탕주의 보도와 맞바꿔선 안 된다. "

- 원정대원들을 공개적으로 뽑아 화제가 되었다.
"대부분의 원정대가 인맥을 통해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로체남벽 원정대의 경우 철저하게 공개 선발을 원칙으로 했다. 실력 뿐 아니라 팀워크를 제대로 이룰 수 있는 대원들을 뽑기 위해 노력했다. 로체 남벽 도전이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대원 모두 알고 있고 서로의 장단점을 모두 파악하고 있어야만 성공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장기간 합숙훈련을 통해 대원들을 선발했다."

"상업성에 물든 이벤트성 해외 원정대 파견은 자성해야"

▲ 북한산 인수봉에서 훈련 중인 등반대원들.
ⓒ www.invincible.or.kr
- 이번 원정에서 '본인은 정상에 도전하지 않겠다' 선언한 것으로 알고 있다.
"누구나 산악인이라면 정상을 밟고 싶어 한다. 대장이 꼭 정상에 오르겠다고 하면 원정대가 대장의 완등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등로주의', '과정주의'를 강조하겠다고 한 이번 원정의 큰 의미를 저버리는 것이 된다.

후배들이 분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리고 안전한 원정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다할 것이다. 대원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다. 만약 완등에는 실패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로체 남벽에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면 그것으로 이번 원정의 의미는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말 최선을 다해 오르겠다는 것 외엔 약속할 수 있는 것이 없다."

- 산악인으로 구성된 전문 원정대 뿐 아니라 청소년 챌린지 원정대도 있다.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기획했다. 청소년 챌린지 원정대팀은 12월에 베이스 캠프까지 합류할 계획이다. 비록 짧은 시간 동안 체류하지만 산에 오르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모든 것을 챙겨줘야할 만큼 나약한 아이들이었지만, 설악산과 북한산에서 4차례 합숙훈련을 실시한 후 아이들이 많이 달라졌다고 부모님들의 칭찬이 대단하다.

공개모집을 통해 원정대 팀에 합류하게 된 아이들의 구성도 아주 다양하다. 민족사관고에 다니는 학생도 있고, 새터민 청소년도 있다. 자라온 환경이 다른 아이들이 함께 산에 오르면서 스스로 돕고 이해하는 법을 깨우치고 있다. 이번 원정은 아이들에 멋진 경험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2006 난공불락 로체남벽 원정대 홈페이지는 www.invincible.or.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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