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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3일 갑작스런 기상악화로 저동항 방파제로 높은 파도가 넘어옵니다
10월23일 갑작스런 기상악화로 저동항 방파제로 높은 파도가 넘어옵니다 ⓒ 배상용
방파제로서의 기능을 거의 상실한 동해안 어업전진기지의 방파제 입니다
방파제로서의 기능을 거의 상실한 동해안 어업전진기지의 방파제 입니다 ⓒ 배상용
말이 기상악화이지, 지금까지 보아왔던 태풍과 전혀 다를 게 없었다. 저동항 내에는 수백 척의 어선들이 밧줄에 묶여 서로 의지하며 자연의 힘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저 지켜볼 뿐, 별다른 도리가 없는 그런 상황이다. 엄청난 파도에 고개를 저어가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에 바빴다.

높은 파도에 어민들은 제각기 배에 올라타 위험을 감수해야만 합니다
높은 파도에 어민들은 제각기 배에 올라타 위험을 감수해야만 합니다 ⓒ 배상용
ⓒ 배상용
연신 방파제를 넘어오는 엄청난 파도를 지켜보자니 갑자기 ‘미싱하우스’ 생각이 난다. 젊은 시절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어렴풋이 기억이 날 것이다.

일요일 아침 내무반 청소를 할 때 양동이에 물을 가득 받아 연신 바닥에 뿌려대고 또 한쪽에선 그 물을 이용해 수건으로 내무반 시멘트 바닥을 깨끗이 닦아내던 군대만의 특유의 청소방법이다.

양동이의 물을 세게 부으면 내무반 문턱을 넘어 다른 내무반으로 물이 넘어가기 때문에 청소를 담당하는 신참병들끼리 크고 작은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그 문턱처럼 울릉도 주민들에겐 지금의 방파제가 군시절의 내무반 문턱 이상의 의미는 없다. 양동이의 물처럼 조금만 큰 파도가 와도 쉽게 넘어버리는 그저 그런 방파제처럼 말이다.

3~4m정도의 파도도 방파제를 넘어 항내에 정박해 있는 어선들에 피해를 주는, 차로 얘기하자면 단순히 주차장 수준밖에 되지 않는 것이 울릉도 동해안 어업전진기지의 현실이다.

ⓒ 배상용
ⓒ 배상용
이런 상황 때문에 어민들은 방파제 보강의 필요성을 목이 쉬어라 외치고 또 외친다. 하지만 정부에선 별다른 지원 없이 팔짱만 끼고 있다.

또 바람이 분다. 오늘도 기상악화로 어선들은 항구에 정박해 있고 또 언제 밀어닥치지 모르는 거친 파도를 걱정하며 밤을 새워야 한다. 정치적 소외계층인 울릉도 주민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부두에 정박해 있던 유람선도 점점 제모습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부두에 정박해 있던 유람선도 점점 제모습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 배상용
밀려오는 파도가 보이십니까?
밀려오는 파도가 보이십니까? ⓒ 배상용
1967년 동해안 어업전진기지로 지정되어 어선 660척이 정박할 수 있는 항구로 1979년에 완공된 저동항. 1985년 태풍 브랜다가 왔을 때는 200여척의 어선이 전파되었던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또 매년 계속되는 크고 작은 태풍으로 인해 날이 갈수록 TTP(파도를 막아주는 별모양의 시멘트 구조물)의 침하와 방파제의 노후로 그 기능을 상실, 태풍 내습 시에는 대부분의 어선들이 포항이나 속초 등지로 피항을 나감으로써 연간 20억 원 이상의 피난 소요경비가 발생한다.

10월23일, 갑작스런 기상악화로 인한 울릉도의 피해상황입니다
10월23일, 갑작스런 기상악화로 인한 울릉도의 피해상황입니다 ⓒ 배상용
"오징어가 풍년이면 시집가요~"라는 울릉도 트위스트의 노랫말처럼 울릉도 주민들에게 있어 오징어와 어선은 곧 삶이다.

덧붙이는 글 | *배상용기자는 울릉도관광정보사이트 울릉도닷컴 현지운영자이자 울릉군의회의원,울릉군발전연구소 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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