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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 교정의 왕고들빼기, 열악한 환경에서 끝내는 목표를 달성한 모습이 처연하다.
여고 교정의 왕고들빼기, 열악한 환경에서 끝내는 목표를 달성한 모습이 처연하다. ⓒ 신병철
여고 정원에 왕고들빼기 한 포기가 꽃을 피웠다. 그러나 보통의 왕고들빼기와는 사못 다르다. 몸매가 매우 가늘다. 키는 3m 가까이나 된다. 보통 왕고들빼기는 저보다 몸이 굵고 키는 작다.

왕고들빼기가 꽃을 피운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어두컴컴한 그늘에 씨앗이 떨어졌다. 봄에 싹이 나고 뿌리를 내렸다. 여름 내내 그늘에서 자랐다. 여름 끝자락에 드디어 꽃을 피웠다. 그리고 지금 가을에 시들어 가고 있다.

왕고들빼기의 일생은 우리를 감동시키고 있다. 누가 자신의 환경을 탓하는가? 그렇다면 저 왕고들빼기를 보아라. 열악한 환경에 적응해가면서 자신의 목표를 항하여 나아가고 끝내 목표를 달성한 뒤 서서히 사라져 가는 저 왕고들빼기를 보아라.

왕고들빼기의 자리, 어두운 그늘에 씨앗이 던져졌다. 그 자리가 그의 운명이었다.
왕고들빼기의 자리, 어두운 그늘에 씨앗이 던져졌다. 그 자리가 그의 운명이었다. ⓒ 신병철
우연히 씨앗이 소나무보다 더 잎이 빽빽한 나무 밑에 떨어졌다. 다행히 뿌리는 내릴 수 있었다. 그러나 햇빛은 너무나 부족하다. 햇빛이 이렇게 부족해서야 꽃을 피울 수 없다. 내 생의 목표는 꽃을 피워 씨앗을 만들어 후손을 남기는 것.

햇빛이 어디에 있나? 위로 올라가야만 한다. 어디까지 올라가야 할지 모른다. 몸매를 가늘게 소나무 잎 사이사이를 뚫고 위로 올라가 보자. 실패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목표는 세워졌다.

가자 위를 향하여. 내가 누군가 왕고들빼기 아닌가.

왕고들빼기의 줄기, 높이 올라가 햇빛을 받기 위해 가는 몸매를 지녔다.
왕고들빼기의 줄기, 높이 올라가 햇빛을 받기 위해 가는 몸매를 지녔다. ⓒ 신병철
그늘에서는 꽃을 피울 수 없어 높이가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지만 햇빛을 찾아 위를 향하여 위로 올라가리라고 했다. 뿌리를 내렸기 때문에 장소를 옮길 수는 없다. 방법은 단 한 가지, 높이 올라가 하늘을 마주쳐야 한다. 햇빛을 온몸에 받아야만 꽃을 피울 수 있다.

그래서 몸을 가늘게 가늘게 만들었다. 보통의 왕고들빼기는 저렇게 가늘지 않다. 굵다. 키도 저렇게 크지 않다. 목표를 향해 올라가는 저 숭고한 노력이 보이는가?

왕고들빼기의 꽃, 드디어 햇빛을 보았고, 꽃을 피울 수 있었다. 목표가 이뤄지고 있었다.
왕고들빼기의 꽃, 드디어 햇빛을 보았고, 꽃을 피울 수 있었다. 목표가 이뤄지고 있었다. ⓒ 신병철
오르고 올랐다. 드디어 하늘이 보인다. 감미로운 햇빛이 보인다. 이제는 꽃을 피울 수 있게 되었다. 여름 끝자락에 하늘이 보이는 이곳까지 올라오는데 성공했고, 끝내는 저렇게 꽃을 피우고야 말았다. 대단한 왕고들빼기여!

목적을 향해서 몸매를 가늘게 만들고, 꽃을 피워 씨를 만들기 위해 하늘이 보이는 곳 목표를 향하여 끊임없이 노력하여 성공한 저 고들빼기의 모습이 보이는가? 학생들이여! 사람들이여!

이제는 가야 한다. 목표를 달성한 뒤 의기양양한 맘으로, 시들어서 사라져 가고 있다. 자연이 되리라. 그러나 목표를 달성한 자의 꿋꿋한 모습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한 자의 뒷모습은 저렇게 아름답다.

시들어 가는 왕고들빼기, 목표를 달성하고 사라져 가는 자의 뒷모습은 저렇게 아름답다.
시들어 가는 왕고들빼기, 목표를 달성하고 사라져 가는 자의 뒷모습은 저렇게 아름답다. ⓒ 신병철

덧붙이는 글 | 제가 근무하는 학교 교정에서 높이 높이 자라 꽃을 피운 왕고들빼기 한 포기의 아름다운 모습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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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살고 있습니다. 낚시도 하고 목공도 하고 오름도 올라가고 귤농사도 짓고 있습니다. 아참 닭도 수십마리 키우고 있습니다. 사실은 지들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개도 두마리 함께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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