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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이 학년별로 만든 학습지를 각 마을별로 보내기 위해 한 교사가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교사들이 학년별로 만든 학습지를 각 마을별로 보내기 위해 한 교사가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 안서순
등교거부 상황이 일주일 넘게 계속되고 있는 충남 서산 성연초등학교. 학부모들은, 지난 12일 서산교육청이 지곡면 무장리 지역의 학구를 기존의 성연초등학교에서 지곡면 부성초등학교로 변경한 데 항의하며 16일부터 학생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있다.

아이들이 없는 교실 책상엔 뽀얀 먼지가 쌓이기 시작했고, 공을 차고 뛰노느라 부산하고 시끌벅적하던 운동장은 적막하기만 하다.

등교거부 8일째인 23일에는 단 3명의 학생만 등교했다. 학교버스는 예전과 다름없이 각 마을을 돌며 학생들을 기다렸지만, 이 차를 탄 학생은 2명뿐. 1명은 집이 학교 근처라서 걸어서 등교했다.

학교 수업은 여전히 파행이다. 학교에서는 생각다 못해 23일 학생들에게 1주일 분량의 학습지를 만들어 보냈다. '조금 있으면 문제가 해결되겠지'하며 돌아올 학생들을 위해 교사들이 수업안도 짜고 문제해결을 위해 나름대로 대책 협의도 해보지만, 답답한 건 여전하다.

학교 일이 뒤엉키고 있다. 수업결손은 물론이고 지난 17일에 치를 예정이던 중간고사도 치르지 못했다. 방과 후 특기적성교육도 하지 못하고 있다.

수업결손에 이은 또 다른 걱정이 있다. 17명이나 되는 결손가정 학생들의 급식이다. 이 학교엔 학교에서 먹는 점심이 하루 중 유일한 식사인 학생도 있다. 이 학생들에 대한 걱정도 적지 않다.

원래 하교 시간대에는 오후 2시 20분과 4시, 이렇게 2차례에 걸쳐 학교버스를 운행했지만 현재는 오후 1시 20분에 한 차례만 운행한다. 타고 갈 학생들이 없기 때문이다. 이날 하교버스에는 등교 때와 마찬가지로 2명의 학생만 탔다.

등교거부 사태 이후에도 줄곧 학교에 나온 김차영(6학년) 학생은 집으로 가는 버스에 타면서 "혼자 공부하니 제대로 되지 않아 빨리 친구들과 함께 공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교실에서 수업지도를 해야 할 담임교사들은 학습지를 만드는 데 시간을 보내고 있다. 21일에는 교사들이 학생들의 가정마다 개별방문을 하기로 예정했다가 '학교도 교육청 편을 드느냐'는 학부모들의 반발에 부딪쳐 무산됐다.

이 학교 교사들은 "가정방문을 하면, 일이 터지기 전에는 학교에 적극적이던 학부모마저 다른 학부모 등을 의식해 의식적으로 피하고 '교육청이 시키는 대로 한다'며 적대시하기 때문에 어렵다"고 호소했다.

모 교사는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학교에 나올 것을 종용할 경우 감정이 격화되어 있는 학부모들과 맞부딪치는 등 대립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에 (학교에 나오라는) 적극적인 행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석훈 교장은 "하루 빨리 학교가 정상화되기를 바랄 뿐"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서산교육청은 성연초등학교 학부모 대표들과 이날 오전 11시 45분부터 2시까지 대화 자리를 마련하고 '학생들의 등교를 위해 학구변경을 일단 유보조치하고 학부모들이 지적하는 문제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학부모측은 "유보란 있을 수 없다, 성연초를 학구로 결정하지 않는 한 아이들 등교는 없다"고 못박으며 강경 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하교길 스쿨버스에 단2명의 학생만 타고 있다.
하교길 스쿨버스에 단2명의 학생만 타고 있다. ⓒ 안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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