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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4일 날씨 좋음.

일선천(一線天)으로 갈라진 천장 틈이 일직선처럼 된 동굴이다. 이어진 복희동을 보려다 장사진을 친 중국인민들 때문에 포기. 외길이라 빠져나오기도 힘들다. 여행사 가이드들이 무척 좋아할 만한 코스다. 입구에만 서 있으면 알아서 자동으로 여행이 되는 코스라.

▲ 일선천. 볼록 튀어나온것들은 박쥐들입니다.
ⓒ 최광식
옥녀봉(玉女峰)을 보려다 아까 일선천 검표원 아줌마가 무이산 중에서 최고라는 천유봉(天遊峰)으로 가기로 하고 오토바이로 이동했다.

해발 400미터라던데(자티주: 해발은 408.8미터 실질 고도는 215미터) 오르는데, 제법 힘들다. 낮 12시쯤 정상 도착. 38도를 넘나드는 온도, 그리고 돌산이 내뿜는 복사열로 전자레인지를 걷는 느낌이다. 천유동 정상매점은 물 한 병에 6위안이나 받는다. 안.마.셔!

▲ 천유봉 정상에서
ⓒ 최광식
도원동(桃原洞)까지 410미터 남았다는 표시를 보는 순간 포기. 너댓 시간 걸은 것뿐이지만 머리 위에 석탄 난로라도 이은 듯 정신이 없다. 이거 일사병 초기 증세 같은데…. 이런 때 무리는 금물.

오후 4시 30분 열차라 몇 시간 여유가 있어서 본전 생각에 아까 못 본 옥녀봉이라도 볼까 했는데 몸이 우선이다.

중국 4대 서원 잠깐 구경. 한자 많은 곳은 최대한 빠르게 지나가자는 것이 내 여행원칙이라 얼른 지나갔다. 초라한 외벽 2개 외에는 전부 복원한 것이라 더욱 그랬는지도. 조선시대 유학자들에게 평생 한 번 와 보고 싶은 학문적인 유토피아였을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고리타분한 관광지일 뿐.

자기에게 소중한 것이 남한테는 하잖은 것일수도. 흠! 내가 소중히 하는 중국, 중국역사, 중국여행이 남한테는 별것 아닐 수도 있지 않은가? 중국 4대 서원에 대한 설명을 잠깐 보는 걸로 무성의한 내 여행을 대신했다.

▲ 주희원
ⓒ 최광식
▲ 무이서원, 중국 4대서원중 하나, 2004년 복원(중건)했다고.. 장사 악록서원, 려산 백록동서원, 숭산 숭양서원
ⓒ 최광식
단지, 우리나라는 외국에서 온 종교든 학문이든 쉽게 교조주의로 흐르는 것은 한번 연구해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고려시대 불교가, 조선시대 유교가, 현재는 기독교가…. 나라가 조그마해서일까? 아니면 나름대로 문화적 종교적 감수성이 예민할 탓일까?

▲ 효과적인 여행을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전부 다보실려면 시간 안배를 잘하셔야 합니다.
ⓒ 최광식
하여간 무이산을 제대로 보려면 최하 삼사일은 필요한데, 뭐 사실 중국 어느 관광지를 가듯 제대로 보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예산은 몰라도 시간에는 구애받지 말자는 것이 내 여행이지만 늘 예산에 치인다.

역 앞 삼거리에 내려서 내 몸무게 절반도 안돼 보이는 아줌마가 끄는 자전거 3륜을 타고 역으로 갔다. 살좀 빼야지 하고 괜한 죄책감마저 든다. 여관에서 한두 시간 쉬고 기차역으로 갔다.

N열차다. N열차는 주로 성(省)안에서만 다니는 구간 열차다. 이 열차는 무이산에서 하문을 오가는 N581/584 열차다. 어제 침대표를 못 구했다. 아마 무이산에 오는 단체여행객들로 인해 구하는 건 쉽지 않을 듯싶다.

▲ 무이산은 교통편이 좋은 편이 아니니 꼬옥 다음 여행지에 대한 교통편을 미리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 최광식
그래도 타자마자 표를 바꾸는 곳에 가서 침대 표로 바꿔 달래니 없단다. 없다고 하기보다는 귀찮다는 표정이다. 정말 없을까? 옛날에는 '나 한국인 침대 표 바꿔줘'하고 메모지에 적어서 약간 웃어주면 거의 다 통했는데, 요즘은 생존 중국어가 되니까 오히려 손해가 많다.

손자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노부부. 친구 넷과 놀러 와서 혼자 돌아간다는 회계전공 여대생과 같이 탔다. 잉? 학생표는 3일짜리가 33위안이라고….

저녁 7시쯤 되자 표를 바꾸려는 사람들로 아우성이었다. 몇은 성공했는지 만족한 웃음을 띤 채 사라지고 몇은 그 자리에서 허탈한 표정으로 남아있다.

'흠… 역시 표가 있었군!' 옛날 TV에서 본 <완장>이라는 미니시리즈가 생각난다. 작은 권력에 함몰된 인간. 아마 조용기씨가 열연했던 미니시리즈다. 기차차장을 보며 뜬금없이 한국드라마를 생각했다. 아마도 '완장' 때문에 연상작용이 생겼나 보다.

노부부의 사투리는 거의 알아듣지를 못해서 노마님과 같은 고향출신이라는 여대생의 보통화통역으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휴우~ 늘 같은 질문이다. 월급은 얼마냐? 한국 물가는 어떻냐? 한국드라마 재미있더라.

여행자는 월급 없는 외교관이라고 나름대로 성의있게 대답을 해주지만, 재미없는 것도 사실이다. 좀 다른 질문은 없을까? 한국드라마가 이렇게 중국에서 동남아에서 한류(韓流)라고 불릴 정도의 일종의 트랜드가 된 이유는 뭔가? 라던가, 한국영화가 그간 '삐리리'했던 방화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가지게 된 이유는 뭔가가? 등.

언제나 같이 두어 시간의 일방적인 청문회를 끝내고 침묵으로. 흠! 나도 좀 질문거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정치적인 질문이나 경제적인 질문은 상대방 입장을 고려해서 안 하는 편이고, 문화나 역사 같은 얘기는 내 중국어와 한자가 짧아서 안 되고, 에잇! 잠이나 자자!

7월 24일 사용경비 내역

* 계산 편의를 위해 사사오입

ㅇ 이동비 : 82 위안
- 무이산 > 하문(열차, 딱딱한 좌석, 82위안)

ㅇ 교통비 : 15 위안
- 역 > 역삼거리(오토바이, 2위안), 역삼거리 > 성촌(星村, 1번부두) (버스, 4위안), 성촌 > 일선천(버스, 아마 1위안), 일선천 > 천유봉(오토바이, 4위안), 천유봉 > 역삼거리(버스, 3위안), 역삼거리 > 역(자전거 3륜, 1위안)

ㅇ 숙박비 : 열차 좌석..

ㅇ 식 비 : 27 위안
-아침 : 건너뜀
-점심 : 잉? 먹은 기억이?
-저녁 : 비상식량과 컵라면으로 때움

ㅇ 관람비 : 없음

ㅇ 잡 비 : 17 위안
- 물 두병(2.5 위안, 한병은 농부산천(자티주: 생수회사명)이라고 1.5위안, 무이산 가기전에 구입), 물한병(2위안), 컵라면(4.2위안), 물한병(1위안)
- 기차에서 : 맥주 한병(5위안), 밀가루나 전분이 절반은 들어간 듯한 불량소세지(2위안)

ㅇ 총 계 : 151 위안



7월 25일. 날씨-태풍 탓에 종일 장대비 저녁에는 바람도

끊임없이 울고 보채는 앞자리 노부부 손자와 중국식 고문이 집대성된 이라고 표현하는 90도 의자 때문에 거의 뜬눈으로 지새웠다. 동 틀 무렵 잠깐 한 소금.

하문 기차역에 내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비가 주륵 주륵. 어제 TV에서 본 대만을 통해 올라온다는 태풍 격미(格美, gém�)인가보다. (후기: 인터넷으로 보니 우리말 '개미'라고.. 7.26)

내가 들고 있는 중국에서 만든 중국여행책에 나와있는 복건성 유일의 유스호스텔로, 며칠 전 중국TV를 보니 중국도 IYHF(International Youth Hostel Federation, 국제유스호스텔연맹)에 정식으로 가입했다고 한다. 이곳에 갈려고 역 앞 전화방에서 가게 아가씨에게 부탁해서 가는 방법을 대신 좀 알려달라고 했다. 지도구입(5위안)

(자티주: 중국 유스호스텔 정보는 중국 유스호스텔 연맹 : http://www.yhachina.com/index1.html 을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21번을 타고 대성리인가에서 내려 유스호스텔이 있다는 남화로를 물으니 다들 생전 처음 듣는 표정들이다. 내 발음이 문제인가? 성조가 틀렸나? 이 지역 복건 사투리 탓인가? 짧은 중국어 실력 탓에 점점 주눅이 들 즈음 웬 영감님이 두 정거장 더 가야한다고 말해준다. 중간 중간 길을 물어가며 도착.

컴퓨터로 사진정리를 했다. 중간에 서양인이 들어와 예약했다고 하는데 직원이 당황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잉? 서얼마?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영어를 못하는 유스호스텔 스태프도 생전 처음이다. 하여간 내 중국어 보다 훨 못한 내 영어. 정확히는 영어단어 나열로 문제 해결.

아직 중국여행전문가라고 하기에는 턱없는 내공이지만, 중국 중저가 숙소는 나름대로 전문가라고 할 수준은 되는, 내가 봐도 이 유스호스텔은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이 있어 보인다. 거기다 다인실 침대 하나에 회원 40위안 비회원 50위안은 그렇다 치고, 에어컨을 틀려면 일인당 10위안씩 더 내란다.

아~ 이 사람들아 60위안이면 동네 여관에서 2인실 좋은 걸로 에어컨 빵빵 틀면서 잘 수 있어 라고 큰소리를 치고 싶었지만 밖에는 태풍이라….

▲ 하문국제유스호스텔, 아~ 올해에 하문 '고랑서'에 또 하나 가입해서 2군데 있습니다. 가급적이면 고랑서에서 주무시길.. ^^
ⓒ 최광식
▲ 제가 확인했을때 회원 30위안였었는데 ^^; 뭐 가격도 안 밝힌 유스호스텔이 중국내에 몇군데 있다는..
ⓒ 최광식
하문 지도는 있지만,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복건성 지도도 없고. 복건성 유명여행지에 대해 질문을 몇 직원들에게 물어봤는데, 모두 '모르쇠'로 일관한다. 시설이야 50보 100보 수준이라 말할 건 아니지만, 기본적인 여행정보는 알고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여행노트는 있느냐고 하니 벽에 붙은 메모가 전부라고 하고, 객가토루에 대한 여행정보는 영정토루내 민박집 영업담당(?)이 뿌린듯한 조악한 팸플릿 한 장이 전부. 우리나라 유스호스텔은 기준이 너무 엄격해서 문제고, 중국 내 유스호스텔은 기준이 없는 것 같아 문제다.

1시간에 5위안인 유스호스텔 인터넷 비용이 비싸서 근처 PC방으로 갔다. 한 시간에 1위안이다. 요즘 생기는 웬만한 게스트 하우스는 인터넷은 무료인데….

우의를 입고 어렵게 찾아간 PC방은 7월에 문을 연 새 PC방. 컴퓨터 모니터사양이 19" 와이드 TFT다. 우리 집 근처에 내가 잘 가는 PC방도 19인치 구형 모니터인데, 하여간 하드웨어는 비슷하지만 소프트웨어는 많이 부족하다. 에어컨은 들었지만 후끈후끈한 열기에 스프링 쿨러 센서는 안보이고, 어두침침한 조명에 불편한 의자였다.

한국이 1.5% 부족한 느낌이 든다면 중국은 2% 부족한 느낌이 든다. 0.5%는 작은 차이 같지만 큰 차이다. 근 시일 내 따라오겠지만, 아직 서비스 3차 산업 부분은 우리나라가 많이 앞선 건 사실이다.

하여간, 글 좀 쓰고, 뉴스 좀 보고, 잠깐잠깐 졸고 게임 좀 하다 보니 저녁시간이다. 유스호스텔에 돌아와 보니 아직 저녁 준비가 안 되었다고 해서 30~40분 기다렸다.

저녁식사는 민남로육판(南肉) 9위안. 인정하기 싫지만 맛있다. 입에 잘 맞는다. 아마 내가 처음 먹어본 복건 요리일지도 모르겠지만, 주방장 솜씨가 좋은 듯. 하지만 전 세계 여자여행객이라면 누구나가 꺼릴 비육(肥肉)이다. 지방이 80%는 넘어간다.

유스호스텔 주인이 누군지는 몰라도 '여행', '여행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보인다. 그 이유는 메뉴판을 보면 알 수 있다. 중식 메뉴 5개 중에 3개는 돼지고기 요리인데, 마늘대삼층고기볶음밥은 삼겹살을, 또 하나는 돼지족발이 주 재료다. 나머지는 오리, 소고기볶음밥.

서양요리로는 포르투갈식 덮밥, 이탈리아식 고기마카로니, 인도네시아 닭카레덮밥, 이탈리아식 해물스파게티, 스페인식 해물밥. 메뉴판을 보니 제일 싼 커피가 15위안, 빵 종류는 하나도 없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 한두 개는 준비해야 하는데…. 꼭 유스호스텔이 외국인 특히 서양인 위주일 필요는 없지만, 준비는 해둬야 하는 것 아닐까?

맥주는 제일 싼 게 8위안! 흠. 배낭객을 위한 4~5위안대 지역 맥주 정도는 구비해 두는 것이 오히려 돈 버는 상술인데…. 나가서 지역 맥주인 흰 상어 2병(6위안)과 히스테리 걸린듯한 암캐 줄려고 소시지 2개(2위안)를 사왔다.

연례행사가 아니고 매월 행사인 듯한 태풍 탓에 초긴장상태였다. 복건TV에서는 지난 태풍 피해자를 보여준다. 이재민이 제일 적었던 것이 몇십만, 기본 몇백만 단위다. 나라가 크면 문제도 많다는 것이 맞다. 우리나라는 나라도 적은데 웬 문제가 그리 많은 지….

후다닥 병나발 불고는 누었는데 오한이 밀려온다. 에고, 에고 오늘 여러 가지로 무리했다.

7월 25일 사용경비 내역

* 계산 편의를 위해 사사오입

ㅇ 이동비 : 없음

ㅇ 교통비 : 1위안
- 역 > 대성리 (2번 버스, 1위안)

ㅇ 숙박비 : 50위안
- 하문유스호스텔(6인실 침대하나, 비회원가 50위안, 비싸긴 투덜투덜)

ㅇ 식 비 : 27 위안
-아침 : 건너뜀
-점심 : 빵 몇쪼가리(5위안 정도, 콩국물 포함)
-저녁 : 유스호스텔에서 9위안

ㅇ 관람비 : 없음

ㅇ 잡 비 : 12 위안
- 맥주 2병(6위안, 3위안씩), 소세지 2개(2위안), 하문 지도(5위안), 전화한통(1위안), 음료수 2병(2위안, 피시방에서)

ㅇ 총 계 : 90 위안

덧붙이는 글 | ㅇ이 기사는 한겨레-차이나21-자티의 여행나라(http://ichina21.hani.co.kr/)와 제 여행카페 중국여행길라잡이(http://cafe.naver.com/chinaaz.cafe)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ㅇ 중국어 발음과 해석은 네이버사전(http://cndic.naver.com/), 인물은 네이버백과사전를 참조했습니다. 

ㅇ 중국 1위안(元)은 2006년 8월기준으로 약 120~130 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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