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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얼굴이 더 크나요?
누구 얼굴이 더 크나요? ⓒ 김현
“엄마, 오늘이 은제하고 마지막이야?”
“그래. 오늘밤만 우리하고 자고 내일은 집에 가.”
“조금 더 있으면 안 돼? 더 있고 싶은데….”
“안돼. 선우가 낼 퇴원하면 은제도 엄마 따라 집에 갈 거야.”
“그럼 이제 못 보는 거야?”
“왜 못 봐. 이모 집에 놀러 가면 볼 수 있지.”


아내와 아들 녀석과의 대화 장면입니다. 갓 백일 지난 처제의 아이가 일주일 전부터 우리 집에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세 살 짜리 은제 누나가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자 처제의 부탁으로 아내가 밤에 아기를 데리고 자기로 한 것입니다.

아이들은 병원에서 아기를 데리고 오면 서로 보겠다고 난리입니다. 처제가 낮에 짜놓은 젖을 아이에게 줄 때면 서로 자기가 주겠다며 다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럼 누나 한 번, 동생 한 번 번갈아 가며 젖병을 물립니다.

아이들의 소망 "아기 하나 더 있었으면 좋겠다"

젖을 먹고 있는 아기의 눈망울이 또랑또랑합니다.
젖을 먹고 있는 아기의 눈망울이 또랑또랑합니다. ⓒ 김현
어설프게나마 딸아이 품에 안긴 아기는 제법 젖병을 물고 엄마 젖을 먹습니다. 젖을 먹이는 딸아이나 젖을 먹는 아이나 신기하게 보입니다. 그런데 아기 젖을 먹이던 딸아이가 우리도 "아기 하나 더 있었으면 좋겠다"며 엄마를 쳐다봅니다. 아들 녀석도 엄마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은근히 기대를 합니다. 그러나 아내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엄마도 더 갔고 싶은데 이제 엄만 나이가 많아서 안돼"하며 아이들의 기대를 무너뜨립니다.

사실 아내는 딸 하나가 더 있었으면 하고 입버릇처럼 말합니다. 그냥 바람이죠. 둘째를 낳자마자 남편이라는 사람은 아내와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예비군 훈련받으러 갔다가 정관수술을 하고 말았으니까요.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정부에선 정관수술을 권장하고 부추겼습니다. 그러다 요즘 들어 여러 가지 유화책을 내놓으며 아이 낳기를 권장하는 걸 보면 격세지감이 듭니다.

젖병을 빨던 아기가 졸립다는 듯 눈을 비비고 짜증을 냅니다. 그런데 모습이 정말 귀엽고 예쁩니다. 갓난아이의 모습은 어떤 모습을 해도 예쁩니다. 하품을 하는 모습, 배고프다며 칭얼대는 모습, 졸립다며 눈을 찡그리는 모습 등 모든 게 예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예쁜 모습은 칭얼대다 어르는 모습에 까르르 웃는 모습일 겁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달려가 아기 옆에 누워 있는 아이들 모습.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달려가 아기 옆에 누워 있는 아이들 모습. ⓒ 김현
젖을 먹이던 아들 녀석이 갑자기 젖이 남은 젖병을 보더니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날 바라봅니다. 그러면 슬쩍 묻습니다.

“아빠, 이 맛이 어떨까?”
“너 먹고 싶어서 그러지? 먹으면 안 돼. 이거 아기 밥인데.”
“먹으려고 그런 거 아냐. 그냥 맛이 어떨까 궁금해서 그래.”
“야, 너도 아기 때 많이 먹었어. 너 솔직히 말해봐. 먹고 싶어서 그러지?”

그러자 아들 녀석은 절대 아니라고 잡아떼더니 엄마의 한 번 먹어보라는 말에 입가에 미소가 번집니다.

“그럼 딱 한 방울만 줘야 돼. 많이 주면 안 돼. 알았지?”
“알았어.”

입에 딱 두 방울을 떨어뜨려 주며 맛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달어. 근데 맛이 이상해”라고 말합니다. 아들 녀석이 먹는 걸 보더니 딸아이도 달라고 합니다. 딸아이에게도 딱 두 방울만 떨어뜨려 주고 나서 무슨 맛이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걸작입니다.

“내가 예상했던 그 맛이야.”
“무슨 맛?”
“자판기 우유 맛. 자판기에서 빼 먹는 우유하고 맛이 똑 같애.”

딸아이의 말에 아내와 난 한참을 웃었습니다. 여성의 모유 맛을 모르는 나에게 딸아이의 말은 모유의 맛을 상상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자판기 우유를 먹어본 사람은 알 것입니다. 달짝지근하면서도 약간 비릿한 내음이 나는 그 맛을.

아기를 재우고 나서 아내와 난 아기와 우리들과의 인연을 잠시 이야기 나누며 웃었습니다. 아내가 신생아를 돌 본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4년 전엔 처남 댁 아기(갓 태어난 신생아)를 한 달 동안 키우기도 했고, 6년 전엔 동생의 아기(신생아)를 2주일 동안 집 가까운 병원에 입원시켜 간호하기도 했었습니다. 둘 다 산모들이 아이를 낳은 후 몸이 좋지 않아서이고 또한 아기가 아파서입니다.

이번 아기까지 하면 세 번째입니다. 아기를 키우면 우리 생활이 그만큼 줄어들지만 즐거움과 행복도 그만큼 많아짐을 느낍니다. 맑고 투명한 아기의 눈을 보고 있으면 우리의 마음도 맑아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내일이면 엄마 품에 안겨 집에 갈 아기가 건강하게 자랐으면 하는 마음으로 볼에 입맞춤을 하니 아이들도 ‘나도 나도’ 하며 입맞춤을 합니다. 그 모습이 참 예뻐 아이들에게도 입맞춤을 해주고 행복한 1주일의 마지막 밤을 보내며 잠자리에 듭니다.

나도 젖 먹여 볼래.
나도 젖 먹여 볼래. ⓒ 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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