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통통하게 익은 '강경맛깔젓'
통통하게 익은 '강경맛깔젓' ⓒ 윤형권

가만히 있어도 줄줄 흘러내리는 땀. 온 몸의 염분을 죄다 쥐어 짜버릴 듯한 올 여름 더위에 지친 몸을 천고마비의 계절을 맞아 짭짤한 젓갈로 보충하면 어떨까? 추억의 고장이며 젓갈의 종갓집인 강경으로 안내한다.

강경은 지금 젓갈 잔치가 한창이다. 강경 읍내로 들어서면 짭짤하고 구수한 젓갈 냄새가 군침을 돌게 한다. 강경을 대한민국 ‘젓갈 종갓집’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듯하다.

강경 저자거리는 한집건너 하나씩 젓갈 가게가 늘어서 있을 정도로 젓갈장사가 성황을 이루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 잡히는 젓갈용 새우의 70%를 강경 젓갈시장에서 사들인다고 하니 ‘젓갈 종갓집’으로 부를만하다.

강경이 젓갈 종가로 명성을 얻을 수 있게 한 것은 올해로 10회 째를 맞이하는 '강경젓갈축제'가 한몫하고 있다. 문화관광부 우수축제인 강경젓갈축제에는 지난해 90여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갔으며 축제기간 중 젓갈 판매액만 해도 300억에 이르는 대규모 축제다.

강경 젓갈은 ‘강경 맛깔젓’이라는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는데 84개 정회원 상회만 쓸 수 있다. 강경에는 크고 작은 젓갈가게가 140여 개가 있는데 이중에 ‘강경전통맛깔젓협의회’ 정회원인 84개 업소는 공동브랜드를 사용하는 특혜를 누리는 대신 생산지표시 및 상거래질서를 철저하게 지켜야한다. 이를 위반하는 업소는 협의회 차원에서 제재를 가해 강경 젓갈의 명성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다.

강경 맛깔젓의 비결은 숙성온도와 국산천일염

강경에는 140여개의 젓갈상회가 있다.
강경에는 140여개의 젓갈상회가 있다. ⓒ 윤형권

강경 젓갈시장의 규모와 역사에 대해 강경전통맛깔젓협의회 박종률(48·대복상회) 회장으로부터 들어보자.

“강경은 1930년대 전국 3대 시장의 하나로서 하루 100여 척의 배들이 강경포구로 들락거렸고, 전국각지에서 2∼3만 명의 상인들이 내왕했던 곳입니다. 서해로부터 금강을 따라 내륙 깊숙이 오갈 수 있는 해상운송이 발달한 지리적 여건 때문이었지요. 바다에서 잡아들인 생선을 육지에 내다 파는 과정에서 생선을 발효시키는 젓갈이 발달하게 된 겁니다. 특히 새우젓은 김치를 담그거나 반찬으로 먹기에 좋아서 젓갈의 대표적인 식품이 되었지요.”

‘강경 맛깔젓’의 비결은 “적정한 숙성온도와 국산천일염을 사용한 간 맞추기에 있다”고 강효순(48·우선젓갈상회) 강경전통맛깔젓협의회 총무가 일러준다.

강효순 총무는 이어 “중국산과 국산을 구별하기란 일반인들은 어렵고, 중국산은 중국연안에서 잡힌 새우를 중국산 소금으로 절인 것을 말하는데 먹어보면 국산에 비해 뒷맛이 씁쓸하다”며 중국산과 국산의 구별 방법을 일러준다. 강 총무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좋은 새우젓을 사려면 ‘강경맛깔젓’을 확인하면 된다”고 말한다.

젓갈 중에서 새우젓이 대표적인데 새우젓은 새우가 잡히는 시기에 따라서 구분한다. 음력 6월에 잡히는 새우로 젓갈을 담은 것을 ‘육젓’이라고 하는데 반찬용이나 김장용으로는 최고로 친다. 육질이 단단해 씹는 맛이 좋다. 육젓의 특상품인 경우 1㎏에 3만원 선이다.

오젓이라고 하는 새우젓은 음력 5월에 잡히는 새우로 젓을 담은 것인데 새우가 5∼6월경 허물을 벗기 때문에 오젓은 맛이 부드러운 게 특징이다. 1㎏에 1만 5천 원 정도다. 김장용으로 많이 쓰이는 추젓은 가을(秋)에 잡히는 새우로 젓을 담그는 것을 말한다. 새우가 작지만 싱싱하다. 1㎏에 8천 원이면 살 수 있다.

이밖에 겨울에 잡히며 눈이 새까만 백하젓 외에 자하젓, 곤쟁이젓 등이 있다.

강경젓갈시장에는 충청도 인심이 훈훈하게 살아 있다. 강효순 강경전통맛깔젓협의회 총무(가운데)가 오마이뉴스 독자들을 초대한다고
강경젓갈시장에는 충청도 인심이 훈훈하게 살아 있다. 강효순 강경전통맛깔젓협의회 총무(가운데)가 오마이뉴스 독자들을 초대한다고 ⓒ 윤형권
석양노을 물든 강경포구에서 추억의 사진을

강경젓갈축제에서 배를 든든하게 채우셨다면 젓갈시장이 있는 염천동 주변을 걸으며 1900년대 일제강점기의 애환을 상상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여행일 것이다. 강경은 근대건축물이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1910년에 지은 한일은행 건물이 남아 있고 곳곳에 일제 때 건축물들이 있다.

석양노을이 강물을 붉게 물들인 저녁 무렵에 돛단배가 떠 있는 강경포구를 배경으로 가족들과 또는 사랑하는 연인과 한 장의 사진을 찍는 것은 추억을 준비하는 중요한 작업이다. 이럴 땐 카메라의 모드를 흑백으로 놓고 찍어보는 것도 좋을 듯.

저자거리에서 장사꾼들이 흘리는 땀 냄새와 감칠맛 나는 젓갈 냄새가 함께 배어 있는 강경. 올 가을 강경으로 가 보세요. 붉게 물든 벗나무 잎이 저녁노을에 더욱 붉어지는 아름다운 10월의 가을밤에 단발머리소녀를 사무치게 그리워한 19살 소년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으면 강경포구 강둑 길을 걸어보시길….

백마강(금강)에서 군산 서해바다로 흐르는 강경포구. 1900년대 번성했던 '강경시장'의 추억이 서려 있는 곳이다.
백마강(금강)에서 군산 서해바다로 흐르는 강경포구. 1900년대 번성했던 '강경시장'의 추억이 서려 있는 곳이다. ⓒ 윤형권

덧붙이는 글 | 강경젓갈축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www.ggfestival.net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나무를 깎는다는 것은 마음을 다듬는 것"이라는 화두에 천칙하여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