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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면초, 솔섬, 저 멀리 고깃배가 있는 풍경이 참 아름답다.
칠면초, 솔섬, 저 멀리 고깃배가 있는 풍경이 참 아름답다. ⓒ 양동정
추석에 고향 순천만을 방문했다. 옛날에도 이렇게 아름다웠는가 싶다. 저 멀리 와온 앞바다에 떠있는 사구섬(누가, 언제부터 솔섬이라 불렀는지는 몰라도 우리 어릴 적에는 사구섬이라 불렀다)과 붉은색 '기징개'(칠면초를 기징개라 불렀다), 가물거리는 고깃배들.

저 멀리 갈대밭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저 멀리 갈대밭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 양동정
칠면초 밭 건너편에 보이는 갈대밭. 어릴 적 깨벗고 엎드려 미끄럼 타던 개펄인데 이젠 갈대밭이 다 되었다. 고향에 사는 친구들 얘기로는, 순천에 있던 ㅂ소주공장이 이사가고 나서 수질이 개선돼 갈대밭이 늘어난다고 한다.

칠면초.
칠면초. ⓒ 양동정
저 붉은 빛은 보릿고개를 넘긴 어머니의 가슴빛?
저 붉은 빛은 보릿고개를 넘긴 어머니의 가슴빛? ⓒ 양동정













어른들 말씀으로는, 붉은 칠면초는 구황식물로 보릿고개가 심하던 시절엔 칠면초를 뜯어다 보리와 섞어서 죽을 쑤어 먹기도 했다고 한다. 실제 잎을 뜯어서 깨물어보면 톳나물을 깨무는 것처럼 짭조름한 것이 요기가 될듯하다.

뿔게! 너를 잡기 위해 얼마나 많은 구멍을 팠던가?
뿔게! 너를 잡기 위해 얼마나 많은 구멍을 팠던가? ⓒ 양동정
장난꾸러기 시절, 붉은색 뿔게를 잡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게 구멍을 쑤시고 또 쑤셨던가.

어머니가 잡아오신 뿔게와 짜디짠 조선간장으로 오지항아리에 게젓을 담갔다. 뿔게는 보리밥 한 그릇 비벼 먹는 반찬이기도 했다.

또 짱뚱어는 어떠했는가.

그때는 짱뚱어가 한 뼘씩은 됐는데, 요즘엔 어떤 연유에선지 개체수도 줄고 15센티 정도 밖에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아마도 먹이 사슬이 깨져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짱뚱이 너! 전에는 크더니 요새는 왜 그리 작니?
짱뚱이 너! 전에는 크더니 요새는 왜 그리 작니? ⓒ 양동정
짱뚱어는 훌치기낚시로 잡는다. 짱뚱어는 소나기가 내리다 햇볕이 확 나면 일제히 햇볕을 쬐러 굴 속에서 나온다.

앞집에 사시던 아저씨는 훌치기 기술이 좋아 운 좋은 날엔 칠팔백 마리씩 잡기도 했다.

호박, 풋고추를 썰어 넣은 짱뚱어탕은 아주 중요한 보양식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개체수가 줄어 짱뚱어탕 구경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짱뚱어탕집에서 한 마리당 500원씩 사 가는데, 물량이 없어 못 판다고 한다.

칠면초 밭에 물이 들어오자 바빠진 백로가 카메라 셔터 소리에 긴장한다.
칠면초 밭에 물이 들어오자 바빠진 백로가 카메라 셔터 소리에 긴장한다. ⓒ 양동정
어느덧 물머리가 돌더니 밀물이 되어 물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낚시꾼만 물때를 보는 게 아니라 한가해보이던 백로도 물 따라 들어오는 작은 고기를 잡느라 분주해진다.

와온 가는 길이 전에도 이렇게 아름다웠는가?
와온 가는 길이 전에도 이렇게 아름다웠는가? ⓒ 양동정
와온으로 가는 용머리길이 전에도 이렇게 아름다웠던가? 아무리 봐도 정말 아름다운 길이다. 맨발로 마른 개펄을 밟고 싶어 양말을 벗는다.

거북등이 된 개펄 위에 주인 잘못 만난 카메라가 임무를 마치고 고개를 떨군 채 서 있다. 고향 떠나 도심에서 찌들어 있는 내 모습 같다.

이제 서울 올라가면 언제 다시 순천만을 둘러볼 수 있을까? 다음달 시제 때는 시간이 될까? 기약하기 어렵다.

아! 순천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대로만 영원이 있어다오!

주인 잘못 만나 피곤한 카메라가 거북등 같은 개펄 위에 서 있다.
주인 잘못 만나 피곤한 카메라가 거북등 같은 개펄 위에 서 있다. ⓒ 양동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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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의 역할에 공감하는 바 있어 오랜 공직 생활 동안의 경험으로 고착화 된 생각에서 탈피한 시민의 시각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려 보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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