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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오전(한국시간) 열린 유엔 안보리에서 각국 대사들이 북한의 핵실험을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 군사조치가 배제됐으나 강력한 경제적 외교적 제재 를 내용으로 한 대북 제재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있다. 왼쪽 맨 위가 북한의 박길연 대사로 만장 일치로 대북 제재안이 통과되는 모습을 보고 있다.
ⓒ 연합뉴스 성연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5일(한국시간) 채택한 북한 핵실험에 대한 제재 결의안에서 가장 걱정되는 대목은 북한 선박에 대한 해상 검색이다. 미국이나 일본 등이 북한 선박을 나포해 검색할 경우, 과연 어떤 사태가 벌어질까.

사태는 무력충돌로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북한은 유엔의 제재 결의를 거부하며 "만약 미국이 압박을 가중시킨다면 우리는 이를 전쟁선포로 간주할 것"이라는 경고의 입장을 밝힌 터이기 때문이다.

문제가 심각한 것은 사소한 무력충돌이라도 전면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악의 악몽은 이 전쟁이 자칫 핵전쟁으로 폭발할 경우다. 이는 사실상 한민족의 절멸을 의미한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의 절박한 과제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무력충돌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보수, 진보, 어느 입장을 불문하고 사태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지혜와 노력을 다하는 게 우선 시급하다. 절멸 뒤에 보수든, 진보든, 그 무엇이든,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북한 제재 위한 특별법까지...막 가는 일본

한반도의 재앙은 동북아의 재앙이기도 하다. 한반도 전쟁은 동북아시아의 전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950년 한반도 전쟁을 비롯해서 과거 한반도에서 벌어진 전쟁들이 그러하지 않았던가.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 과정에서 군사적 조치를 제외한다는 입장에서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북한 선박에 대한 해상 검색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왕광야 유엔주재 중국대사는 "중국은 화물에 대한 검색을 허용한 규정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검색을 실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하게 입장을 밝혔다. 중국과 러시아가 이처럼 군사적 조치를 반대하는 것은 한반도 전쟁의 국제적 폭발 위험성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들도 이러할진대 절멸 위기의 당사자인 한국 정부가 북한 검색도 포함하는 미국의 대랑살상무기 확산 방지 구상에 참여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화약을 지고 불 속에 뛰어드는 격이다. 다른 나라들의 위험천만한 조치를 말리지는 못할망정 어떻게 스스로 자멸의 짓을 하자는 것인가.

이처럼 폭발적 위험성을 안고 있는 대북 제재 조치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은 유엔의 제재 결의가 결정되기도 전에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 조치를 강화하고 북한 선박들의 입항과 출항을 아예 금지해 버렸다.

일본의 제재 움직임은 이 정도로 그치지 않고 갈수록 서슬이 시퍼렇다. 일본은 북한 제재를 위한 특별법까지 만들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이 특별법을 바탕으로 북한 선박을 검색할 때 일본 해상자위대가 먼저 무기를 사용하거나 경고사격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북한 제재에 신바람이라도 난 것처럼 보인다.

일본은 왜 신바람이 난 것일까. 일본은 1950년의 한반도 전쟁에서 중국이나 러시아와는 달리 톡톡한 재미를 보았기 때문이다. 이 전쟁의 군수 물자 공급 경기의 호황 덕택에 일본 경제가 패망 이전의 수준으로 일어선 것이다.

속이 훤히 보이는 미·일의 속내

▲ 노무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총리는 9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열어 북 핵실험에 대한 대응 방안과 양국 간 관계 정상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 청와대 홈페이지

한반도 분단과 냉전에서도 혜택을 본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의 일부 극우세력이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북한과 미국의 평화협정 체결, 한반도 평화체제 실현 등에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북한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바탕으로 거물 정치인이 됐다. 이제 그는 북한 핵실험에 대한 초강경 입장으로 평화헌법 수정을 통한 일본의 군사대국화 전략을 강력하게 추진할 태세다.

일본은 한반도의 강점과 식민지 지배에 대한 범죄 행위와 이로부터 이어진 분단과 전쟁, 냉전으로 인한 한민족의 희생과 고통에 대한 원죄의 책임을 느껴야 마땅하다.

더욱이 일본은 이 과정에서 혜택까지 누린 만큼 죄과에 대한 보상을 해야 마땅할 터인데도 그러기는커녕 오히려 또 다른 한반도 전쟁과 신냉전을 유발해 다시 재미를 보려는가. 이런 맥락에서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일본은 말로는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바란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진정한 성의와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 북한에게 사실상의 항복을 의미하는 양보부터 먼저 하라고 강요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이 주도한 이번의 유엔 결의 내용 중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은 북한에 대한 사치품 금수 조치다. 도대체 북한 핵이나 대량살상무기 문제와 사치품이 무슨 관련이 있는가.

가전 제품을 비롯한 사치품 금수 조치가 유엔 결의문에 굳이 들어가게 된 것은 미국의 '북한 정권 붕괴'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과 일본이 북한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별로 뜻이 없다는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이런 속내에서 북한에게 양보만을 요구했으니 북한의 양보가 나올 리 있겠는가.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배가 만주사변을 비롯한 일본의 중국 침략으로 이어졌다는 뼈아픈 역사의 되풀이를 중국이 그대로 두고 볼 리가 없다. 중국이 북한 정권의 붕괴를 결코 바라지 않는 이유다. 북한 정권의 붕괴는 중국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러일전쟁에서 미국과 영국의 지원을 받은 일본에게 패한 러시아도 북한 문제를 빌미로 한 미국의 패권전략과 일본의 군사대국화 전략을 곱게 받아들일 턱이 없다.

미국과 일본의 전략적 움직임과 기세를 높여온 북한과 미국의 불신 싸움을 놓고 보면, 북한의 핵실험 파문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문제의 본질을 알고 이를 뛰어넘어 해결하려는 노력은커녕 구상이라도 해보았는가.

미·일의 벼랑끝 작전, 중단해야

▲ 손 맞잡은 6개국 대표단 2단계 제4차 6자회담 이레째인 지난 2005년 9월 19일 낮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한반도 비핵화 원칙 등 6개항의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회담을 성공리에 마친 6개국 대표들이 회담 직후 손을 맞잡고 이를 축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성연재

한국 정부는 지난해 9월 6자회담이 채택한 공동성명의 그럴듯한 내용에만 들떠 6자회담 파탄의 불씨가 이미 타오르고 있었음을 인식조차 못하는 모습이었다. 문제가 터진 뒤에도 미국의 강경한 입장에 대한 실효성 있는 해결 노력을 기울이지 못했다.

북한 핵실험 국면에서도 중국은 북한을 비롯해 미국, 러시아 등에 특사를 파견해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가닥을 잃지 않으려는 움직임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경우. 한중 정상회담에서 평화적 해결원칙을 확인하는 정도의 모습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국회나 야당이 한국 정부 당국의 문제점을 따진다면 바로 이 대목이다. 일부 야당이나 극우 보수세력이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 안정에 기여해온 포용정책을 문제 삼는 것은 그나마 남아있는 문제의 해결 기반을 무너뜨리는 꼴이다. '돌팔이 의사'처럼 병의 원인을 엉뚱한 곳에서 찾아 '물리 치료'를 한답시고 병을 위험천만하게 터뜨리지 말아야 한다.

이번 유엔 결의는 무력충돌이 아니라 대화와 협상의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이 그 계기의 단초를 열어야 한다. 생존을 위한 핵 카드 뿐인 북한보다 여러 가지 선택권의 여유를 가진 미국만이 단초를 열 칼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미국은 대량살상무기 확산 구상을 통해 더 이상 문제를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 악화시키지 말아야 한다. 북한의 핵실험은 분명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북한을 한계의 궁지로 몰아붙여 북한의 '벼랑끝 대응'을 불러일으킨 미국의 책임도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북핵 저지에 대한 중국의 책임을 강조하며 중국을 대북 제재에 끌어들이려고 중국을 욱지르는 미국과 일본의 처사는 매우 잘못된 것이다. 더구나 한국 정부마저 대북 제재 쪽으로 몰아세운다면, 한민족의 운명이야 어떻게 되든 자국의 이익만 골몰하겠다는 심사로 볼 수밖에 없다.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핵실험의 존재 및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상황을 턱없이 위험하게 확대할 게 아니라는 뜻이다. 어린아이가 어른에게 "날 자꾸 건드리면 가만 두지 않겠다"고 대들었다고 '능지처참' 운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어쩌다 헤어져 살게 된 이웃 가정이 서로 화합하여 잘 살 수 있게 도움이 되지는 못할망정 싸움질을 부추겨 이웃의 파탄을 꾀해서야 될 일인가. 미국과 일본에게 하고 싶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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