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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미곶 광장에 있는 상생의 두 손 중에서 바다에 자리한 오른손.
ⓒ 호미곶
한반도의 최동단 지점인 포항시 남구 대보면 호미곶은 새천년 해맞이의 고장답게 매년 1월1일 해맞이 축전이 열리는 곳이다.

1년 중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으로 알려진 후 전국의 수많은 관광객이 뜨는 해를 보면서 한해의 복을 비는 희망과 꿈의 고장, 호미곶. 이 호미곶의 광장엔 상징처럼 바다를 연결하는 상생의 두 손이 있다. 왼손은 호미곶광장에, 오른손은 마주하는 바다에 우뚝 서 있는 것이다.

▲ 상생의 손-새 천년은 시간과 공간, 자유와 평등, 개인과 공공, 문명과 자연이 화해하고 상보(相補)하며 함께 사는 상생(相生)의 `두손의 시대’라는 새천년의 기념정신을 상징한다. 오른손(바다)의 만질수 없는 위치와 왼손(광장)의 만질수 있는 물질성의 대비로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어 새천년을 지켜갈 어떤 강한 이미지를 표출한다.
ⓒ 호미곶
상생의 손은 호미곶을 찾는 사람이면 당연히 거치게 되는 볼거리 코스지만 역사의 소용돌이와 함께 온갖 풍파를 겪어 온 장기반도의 끝인 호미곶엔 또 다른 테마가 숨어있다. '바다에서 뜨는 해'와 '바다로 지는 해'를 볼 수 있는 동해안 유일무이(有一無二)한 곳이 호미곶이기 때문이다.

미래를 설계하는 관광객들은 '해맞이 장소'인 호미곶 광장과 그 앞바다에 인공적 조형물로 우뚝 선 '상생의 손' 앞으로 당연히 모여든다. 그리고 자연스레 호미곶광장과 상생의 손 앞에서 사진촬영에 매인다. 그러나 '해넘이 장소'인 구만리의 '까꾸리계(鉤浦溪)'는 아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 까꾸리계의 상징인 독수리바위, 우리네 어린시절 청어가 밀려올 때 이 독수리는 그 많은 청어를 먹다가 석상이 되었을까?
ⓒ 정태현
까꾸리계는 행정구역상으로는 포항시 남구 대보면 구만리다. 구룡포, 대보지역의 겨울 특산품엔 '과메기'가 있는데 이 과메기는 꽁치를 원료로 하여 만들어진다. 그러나 원래는 청어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각종 문헌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청어가 감당할 수 없을 만치 파도에 밀려와 갈고리로 끌어 담을 정도로 흔하고도 쉽게 잡을 수 있던 곳이라서 그 지명이 '까꾸리(갈고리)계'라고 했단다. 장기반도는 내륙으로 연결되는 방향을 빼고는 모두 바다라서, 겨울의 매서운 해풍을 받아 만든 청어 과메기가 유명했던 곳이다.

어쨌든 우리나라 지형에서 동해안으로 툭 튀어나와 호랑이꼬리라고 불리는 장기반도의 가장 위쪽 꼭짓점이 까꾸리계다. 간혹 호미곶 등대가 있는 곳을 가장 튀어나온 곳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곳은 오히려 영일만을 돌아서 남쪽인 부산 쪽으로 조금 내려온 지점인 곳이다.

까꾸리계는 좌우가 바다여서 국내에서 유일하게 해돋이와 해넘이의 절경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저 동해의 끝이니 해돋이를 1초라도 빨리 볼 수 있는 곳이라고만 생각할 것이다. 이제 이곳에서 맞이하고 보내는 일출과 낙조의 신비는 자랑하지 않을 수 없는 절경들이 되었다.

▲ 해질녁 독수리의 부리에 잡힌 여의주, 호미곶 광장에 있는 `상생의 손’이 인공 조형물이라면, 이`독수리 바위’는 자연이 준 예술품이다. 수 천년을 거센 풍파로 만들어 낸 독수리바위, 대보의 역사이기도 한 이 신의 걸작이 포항시의 외면으로 하늘이 준 보물을 팽개치고 있는 듯하다. 더구나 상생의 손에 밀리고 있으니 딱할 뿐이다.
ⓒ 정태현
최근 포항시의 한 의원이 낙조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낙조대 건립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까구리계 개발도 요원한 일만은 아닐 수 있게 됐다. 마침 이곳에는 1인당 숙박비 1만 원에 한 끼 식사 4천 원짜리인, 저렴하면서도 전망 좋은 쉼터도 있다.

이제 호미곶이 해돋이뿐만 아니라 해넘이의 장소로도 각광받는다면, 그 옛날 밀려들던 청어떼처럼 전국의 수많은 관광객이 호미곶의 까꾸리계로 몰려들지도 모르겠다.

▲ 독수리가 불을 뿜고 있는 듯하다. 아마 대보면이, 포항시가 값을 쳐주지 않아 화가 난 것처럼....새천년맞이의 명소로 알려진 호미곶에는 `일출의 희망’도 볼 수 있지만 낙조가 아름다운`일몰의 아쉬움’도 느낄 수 있는 동해안 유일무이(有一無二)한 곳이다.
ⓒ 정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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