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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편대회 후 찍은 단체사진
송편대회 후 찍은 단체사진 ⓒ 구은희
매년 추석이 되면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더욱 그립고 타국에서 사는 외로움이 더욱 절실했다. 비록 미국이지만 그래도 가족들이 다 이민 온 가정의 경우에는 함께 모여서 음식도 먹고 어떤 가정은 제사도 드리기도 하기 때문에 이날만큼은 가족이나 친척들끼리 모이는 것이 보통이므로 필자처럼 유학생으로 와서 양가가 모두 한국에 계시는 경우에는 추석 기분조차 느끼지 못 하고 지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송편을 만들면서 즐거워하는 정성운 씨
송편을 만들면서 즐거워하는 정성운 씨 ⓒ 구은희
그러나 올해에는 추석이 되기도 전부터 음식을 장만하느라 바쁜 하루하루를 보냈다. 녹두 빈대떡에, 돼지갈비 구이, 닭구이, 도토리묵, 청포묵, 골뱅이무침까지 그야말로 평소에 음식을 잘 하지 않는 필자가 모처럼 솜씨를 발휘하여 마련한 추석상이었다.

이 음식들은 모두 필자가 가르치고 있는 한국어 클래스 학생들과 그 가족들을 위한 것이었다. 이번 추석에는 학생들과 그 가족들을 초대해서 추석 잔치를 함께 했다. 대부분 한국 부인이나 남편하고 결혼한 학생들이기에 더욱 뜻 깊었다.

먼저 준비된 음식들을 함께 나누고 그 이후에는 필자가 미리 준비한 송편 반죽을 가지고 송편 만들기 대회를 열었다. 지난 한국 방문 때 구입한 예쁜 상보와, 붉은 악마 티셔츠, 그리고 한국식 주머니들이 상품이었다. 대부분 전에 송편을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아주 신기해하면서도 재미있어했다.

함께 송편을 만들고 있으니 '이게 바로 가족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송편 만들기 대회에서는 전통적인 모양으로 송편을 만들지 않고 학교에 오는 길에 보았다는 강아지에 영감을 받아서 강아지 모양으로 송편을 빚은 일본인 학생 유경호씨가 1등을 차지했다.

만든 송편은 각자 가져가서 찐 뒤 아직까지 송편을 먹어보지 못 한 지인들에게 먹어보게 한 후 그 감상을 적어오게 했다.

윷놀이하는 장면
윷놀이하는 장면 ⓒ 구은희
송편 만들기 대회를 마친 후, 장소를 2층으로 옮겨 여자들은 한복으로 갈아입고 절하는 방법을 배웠으며 윷놀이에 관하여 설명하여 주었다. 한국에서는 오히려 윷놀이를 별로 하지 않고 화투를 많이 한다고 하는데 윷놀이야말로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우리의 전통놀이가 아닌가 싶다.

팀을 나누어서 윷놀이를 하고 이긴 팀에는 상품을 주었다. 처음에는 규칙도 잘 모르고 그냥 윷만 던지던 외국인들도 말판에 자기 팀의 말들이 앞으로 나가기 시작하면서부터 '윷'이나 '모'를 외치기도 했다. 팀을 네 팀으로 나눠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윷판은 결혼한 지 35년 된 한국 부인과 미국 남편 팀에 승리의 기쁨을 안겨주었다. 모두들 한 가족처럼 즐겁게 보낸 추석 저녁이었다.

추석 잔치를 즐겁게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둥근 보름달을 볼 수 있었다. 맑은 가을 하늘에 청아한 모습을 드러낸 추석 달은 보는 이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 주었다. 그 달을 보면서 한국어 교육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였다.

윷놀이를 마친 후 기념촬영하는 어드로이트 가족들
윷놀이를 마친 후 기념촬영하는 어드로이트 가족들 ⓒ 구은희

덧붙이는 글 | *구은희 기자는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 어드로이트 칼리지 학장이자 교수, 시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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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국어 및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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