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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산 중턱에서 본 양화마을과 들녘.
전월산 중턱에서 본 양화마을과 들녘. ⓒ 김문창
행정수도 이전하는데 중심 되는 충남 연기군 남면 전월산(轉月山)에는 용천(龍泉)과 며느리바위 이야기가 전설로 내려오고 있는데, 행정수도 이전공사가 시작되는 내년에도 이 전설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월산은 굽이치는 금강을 끼고 우측에 있는 양화면 넓은 들 위에 우뚝 솟아있는 산으로 260m의 나지막한 산이지만, 행정수도가 옮겨오는 중심 되는 산이다.

승천하지 못하고 버드나무가 된 이무기의 이야기

버드나무가 된 이무기와 용담.
버드나무가 된 이무기와 용담. ⓒ 김문창
금강을 끼고 넓은 들판을 바라보며 전월산 꼭대기에 올라가면, 사시사철 마르지 않는 샘과 버드나무 한그루가 서 있다. 이 샘을 용천이라 부르고 버드나무는 이무기라 부르는데, 여기에는 흥미로운 전설이 전해온다.

'아주 먼 옛날 금강의 맑은 물에서 자라던 이무기가 승천을 위하여 이곳 전월산 정상에 굴을 파고 올라와 100년을 기도하면 옥황상제의 부름을 받고 승천하게 된다'는 것. 이 전설은 고려초엽부터 전해온다.

전월산 용천에 올라온 이무기는 승천하기 전까지는 몸가짐을 깨끗이 하여 티끌 하나 없이 맑음이 있어야 하고, 용천 밖에는 나와서는 안 되며, 아이를 밴 여자가 보면 안 된다는 옥황상제의 주문이 있었다.

이무기가 살았다는 용천.
이무기가 살았다는 용천. ⓒ 김문창
마침내 승천하는 날이 되어 비구름과 함께 옥황상제의 승천하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무기는 하늘에서 내려온 물줄기를 타고 승천하는데 갑자기 물줄기가 끊겼다. 이무기는 어쩔 수 없이 다시 땅에 내려와 하늘을 쳐다보니, 하늘에서 "건넛마을 반곡에서 임산부가 너를 쳐다봐서 승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소리를 들은 이무기는 낙담을 하여 이곳 용천으로 떨어져 버드나무가 되었다.

버드나무가 된 이무기는 봄이 되어 나뭇가지를 무럭무럭 자라나게 했고, 자란 나무가 금강 건너 반곡마을을 쳐다보면 반곡마을 처자들이 바람이 나 가출을 하고, 전월산 밑에 있는 양화마을을 쳐다보면 양화마을이 복을 받게 된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이 버드나무 전설 때문인지, 버드나무가 잎이 나오는 봄이 되면 양화마을과 반곡마을은 한바탕 전쟁을 치르게 된다. 양화마을은 버드나무를 베지 못하게 막고, 반곡마을은 여인네들의 바람을 잠재우기 위해 청년들이 밤에 몰래 가서 버드나무 가지를 모두 베어내면 신비롭게도 반곡마을 여인들이 바람기가 잠잠해진단다.

착한 며느리가 바위가 된 이야기

착한 며느리바위.
착한 며느리바위. ⓒ 김문창
전월산 중턱에는 마치 여인이 어린아이를 업고 마을을 바라고 있는 듯한 형상의 며느리바위가 있다.

전월산 중턱 마을에 장자소라는 못 옆에 한 인심 고약한 부자(富者)가 살고 있는데, 마음씨 착한 며느리가 들어와 이웃사람들에게 온정을 베풀고 어려운 일을 슬기롭게 해결해 주며 살고 있었단다.

하루는 스님이 시주를 하러 왔는데, 고약한 부자가 바랑에다 두엄을 한 삽 떠 넣어주는 것이었다. 이를 본 며느리는 시아버지 행동에 용서를 빌고 쌀 한 되박을 시주 하자, 스님은 며느리에게 고맙다면서 "내일모래 전월산 정상에 올라가보시오. 가는 도중 어떤 소리가 나도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고 올라가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며느리는 아이를 업고 스님이 가르쳐준 날에 전월산에 오르는데, 갑자기 천둥번개와 비바람이 치면서 마을에 엄청난 비가는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도 며느리는 스님 말이 생각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산 중턱쯤 올라가는데, 자기 집 쪽에서 사람의 비명소리가 들려 그만 뒤를 돌아보고 말았다. 온 마을은 물에 잠기고, 바다가 되어 마을과 시댁은 보이지 않게 되었단다.

그때 되돌아본 며느리는 서서히 바위가 되어 전월산 중턱에 우뚝 서 있다. 훗날 사람들은 이 바위를 며느리바위라 부르고, 소원을 이루고자 하는 일이 있으면 바위 밑에 와서 치성(致誠)을 드리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전해져 오고 있다.

금강 옆에서 바라본 전월산 전경.
금강 옆에서 바라본 전월산 전경. ⓒ 김문창
내년부터 행정수도 이전계획에 따라 양화마을과 반곡마을 주민들이 모두 떠나게 된다. 이 두 마을이 수백 년의 이어온 버드나무가 된 이무기 용천 전설과 며느리바위의 이야기는 남게 되겠지만, 애환을 함께 나눈 주민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됐다.

새롭게 들어오는 행정수도 주민들은 이 용천 전설의 애환과 며느리바위의 교훈을 자기들의 것으로 되새길 수 있을까?

전월산 정상에는 그 당시의 이야기를 전하듯 용천과 버드나무가 가을 산들바람에 가지를 휘날리고 서 있고, 중턱에는 며느리바위는 넓은 들과 떠나갈 양화마을 그리운 고향을 그리는 듯 바라보고 있다.

내려오는 길에 커다란 바위 위에 앉아 양화마을을 바라보며 단소 한 자락을 부는 함허이기석 선생의 단소소리에 시름을 달래봤지만, 왠지 수백 년 살아온 터전을 떠나는 주민을 생각하자 무거운 발걸음은 어쩔 수 없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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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청지역에서 노동분야와 사회분야 취재를 10여년동안해왔습니다. 인터넷을 통한 빠른소식을 전할수 있는게기가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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