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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옥

새롭게 꾸민 만날고개.
새롭게 꾸민 만날고개. ⓒ 김연옥

고려 말엽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만날고개의 전설은 집안의 가난으로 돈에 팔려 반신불수에 벙어리인, 감천골 부잣집 외아들에게 시집갔던 착한 딸과 친정 어머니의 눈물겨운 만남에 관한 이야기이다.

만나지 못해 늘 그리워하던 그들이 한번은 이심전심으로 그 고갯길에서 만나게 되어 서로 얼싸안고 정담을 나누게 되었다 한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그곳을 만날고개라고 이름을 짓고 그 이야기도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게 되었다. 그날이 마침 음력 팔월 열이렛날이라 해마다 그날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보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그 고개로 찾아들었다 한다.

정겨운 돌담 길.
정겨운 돌담 길. ⓒ 김연옥

올해로 24회째를 맞은 만날제 행사는 새로이 만날공원을 조성하면서 여느 해보다 큰 잔치를 벌였다. 나는 이번 축제로 새로 생겨난 산뜻한 길이 왠지 낯설어 만날고개 옆으로 있는 대곡산(516m) 산행을 나설 때마다 지나다니던 돌담 길로 걸어 올라갔다.

그 정겨운 돌담 길은 시골 풍경처럼 내 마음을 늘 포근하게 해 준다.그래서 어느 날 갑자기 그 돌담 길이 사라질까봐 지나갈 때마다 디카에 담아 두고 싶었다.

'엄마, 아빠와 함께 탈을 만들어요' 체험장에서.
'엄마, 아빠와 함께 탈을 만들어요' 체험장에서. ⓒ 김연옥

ⓒ 김연옥

나는 어린이들이 많이 참여하는 체험장을 좋아해 엄마,아빠와 함께 탈을 만드는 곳으로 먼저 갔다. 지점토를 조금씩 떼어 준비해 둔 틀에 붙이는 작업으로 손바닥으로 정성껏 두드리며 붙여야 탈 모양이 제대로 나온다. 그러니까 정성을 들인 만큼 예쁜 탈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도토리 인형을 만드는 어린이들.
도토리 인형을 만드는 어린이들. ⓒ 김연옥

나무 향기 나는 동물 이야기.
나무 향기 나는 동물 이야기. ⓒ 김연옥

나는 나무와 도토리를 이용하여 도토리 인형을 만드는 체험장에도 들렀다. 거기에는 주로 아카시아나무에 검은콩, 녹두 등 곡물과 호박씨, 도토리를 이용하여 물방개, 사슴벌레, 장수풍뎅이와 같은 곤충과 귀여운 동물들을 만들어 전시하고 있었다.

마산 할머니 댁에 놀러왔다는 안진성(부산 송수초등학교 4년) 어린이는 천광우(진주시 파랑새공방)씨의 친절한 도움을 받으며 도토리 인형을 예쁘게도 만들었다. 그 도토리 인형에 '부모님 오래오래 사세요'라고 소원을 적으며 몹시 즐거워했다. 그리고 곧장 전통 농기구 체험장으로 가서 엄마와 함께 벼 타작 체험을 신나게 하는 모습에 내 마음도 훈훈해졌다.

전통 농기구 체험장에서. 벼 타작도 재미있어요!
전통 농기구 체험장에서. 벼 타작도 재미있어요! ⓒ 김연옥

허수아비도 보고 시도 감상하고.
허수아비도 보고 시도 감상하고. ⓒ 김연옥

마침 허수아비와 어우러져 깔끔하게 전시되어 있는 여러 시들이 내 발길을 붙잡았다. 그 가운데 이석의 '마산에서의 봄'이란 시를 찬찬히 읽어 보았다. 그 시는 국립3.15민주묘지(경남 마산시 구암동)에 있는 3.15의거 기념 시비에도 적혀 있다.

3월에서 4월
계절은 봄이 있지만
꽃이 피었던지 새가 울었는지
그것보다는 가도(街道) 에 뿌려진 붉은 피
그 피가 봄을 상징해야 하던 슬픔의 봄이었다
- 이석의 '마산에서의 봄 - 민주 승리의 날에' 일부


이승만 자유당 정권의 3.15부정선거에 반발하여 이곳 마산에서 일어난 3.15의거는 바로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역사적 사건이 아닌가. 지금도 3.15의거를 기념하는 여러 행사들이 있지만, 무엇보다 그때 그 정신을 잊지 않는 게 더 중요할 것이다. 그런데 내 고향 마산을 생각하면 종종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건 왜 그럴까.

보름달이 휘영청 떠 있는 밤에 만날고개로 올라가고 있는 사람들.
보름달이 휘영청 떠 있는 밤에 만날고개로 올라가고 있는 사람들. ⓒ 김연옥

어느새 밤하늘 위에 보름달이 휘영청 밝게 떴다. 마산 바다 위에 아른거리는 달빛이 아름다웠다.

함박웃음 같은 큰 보름달을 보며 어떤 소원을 간절히 빌어 볼까? 행복한 나라, 행복한 도시, 행복한 사람을 빌고 싶은 마음이 나는 문득 들었다.

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 길>
남해고속도로 서마산I.C→산복도로→경남대 후문 쪽 육교→만날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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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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