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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3일 <동아일보>는 '땅값 집값 뛰게 해 경제 더 흔든 부동산 정책'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하늘이 두 쪽 나도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던 정부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전국 땅값이 3년 사이에 평균 16.4% 올랐고, 2003년 10.29대책 이후 올해 8월 말까지 서울 강남구의 집값은 전국 평균 상승률을 훨씬 초과하는 상승세를 보였다는 사실이 정책 실패를 단정하는 주요 논거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에는 칭찬할 점도 있고 비판할 점도 있다. <동아일보>가 지적한 대로 부동산 값에 대한 과도한 단언을 남발하고도 부동산 값 하향 안정화라는 성과를 못 거두고 있으니 비판을 받을 만하다. 부동산 값은 정책이나 의지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며 정책 당국자가 100%의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 영역도 아니다.

과도한 단언을 남발했다는 문제 외에, 정책의 내용과 추진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 10.29대책을 입법화 단계까지 일관성 있게 추진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정책을 후퇴시킨 것, 8.31대책 수립시 보유세 실효세율을 1%로 높여서 선진국형 부동산 조세구조를 만들겠다던 목표를 스스로 포기한 것, 보유세 강화와 함께 패키지로 추진했어야 할 거래세 부담 인하를 적기(適期)에 하지 못한 것 등이 대표적인 문제들이다. 토지보유세를 중심으로 보유세를 강화해야 함에도, 토지와 건물을 구별하지 않고 보유세를 강화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진정 부동산 값 안정 바란다면 투기 근절 대책 강화 주문했어야

부동산 값 폭등은 투기적 가수요 때문에 발생한다. 단기에 공급을 변화시키기 어려운 물건의 경우 수요가 가격을 결정한다는 것은 경제학의 상식이다. 투기적 가수요는 땅과 집을 갖고 있기만 해도 다른 자산에 투자할 때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가 조성될 때 생겨난다. 이 투기적 가수요를 제어하지 않으면 부동산 값 폭등은 막을 길이 없다.

투기적 가수요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토지보유세를 강화하여 투기적 이익을 차단하거나 양도세를 중과하고 개발이익 환수제도를 강화하여 투기적 이익을 정부가 환수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부동산 소유에서 얻는 투기적 이익은 경제에 엄청난 해악을 끼치는 대표적인 악성 불로소득이다. <동아일보>는 "소수의 지주만 더 큰 부자로 만들어 줘, 땅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간의 양극화를 심화시킨" 것에 대해 비난하고 있으니 투기적 이익의 해악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참여정부의 8.31대책과 3.30대책은 보유세 강화, 양도세 중과, 개발이익 환수제도 강화 등 부동산 불로소득의 차단 내지는 환수를 통해 투기를 억제하려는 정책이다. 부동산 투기의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고 올바른 방향의 처방을 내렸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문제는 보유세 강화의 장기 목표를 너무 낮게 잡았을 뿐 아니라, 5.31 지방선거 이후 공시가격 6억 이하 주택에 대해서 재산세 부담 증가를 완화하는 조치를 취한 데서 드러나듯이 정치 논리에 밀려 정책을 후퇴시키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임으로써 올바른 방향의 정책을 확실하게 밀고 나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다시 무분별한 공급확대 주문인가?

<동아일보>가 진정으로 부동산 값 안정을 바랐다면 투기적 이익과 투기적 가수요를 근절할 수 있도록 보다 확실한 대책을 시행하라고 요구했어야 한다. 그런데 <동아>는 그 정책은 방향이 잘못되었으니 수정하고, "수요공급 원리와 보통 사람들의 심리에 부응하는 정책"을 시행하라고 요구한다.

이 정책은 아마도 투기적 가수요는 건드리지 말고 공급을 확대하여 수요에 부응하라는 소위 '공급확대론'을 가리키는 듯하다. 이 공급확대론이 얼마나 잘못된 주장인지는 지금까지 우리 '부동산보도모니터팀'이 논평을 통해 여러 차례 밝혔으므로 여기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동아일보>가 공급확대를 주장하면서도 공급확대의 위험과 폐해를 부지불식간에 보여주고 있다는 점만 지적하고자 한다. <동아일보>는 지방 건설 경기가 위축되어 올 7월 현재 전국의 미분양 주택이 7년 만에 가장 많은 7만여 채가 되었다고 하면서 이를 참여정부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동아일보>는 미분양 주택의 증가를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는 증거로 제시하지만, 이것은 오히려 투기적 가수요가 존재할 때 무분별한 공급확대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투기적 가수요는 실수요와 달라서 순식간에 몇 배로 불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는 가변성을 갖고 있다. 실수요에 대한 면밀한 판단 없이 무작정 공급을 확대했다가는, 투기적 가수요가 사라진 다음 주택 공급이 과잉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부동산 거품이 발생하는 시기에 주택 공급이 급증하고 거품이 꺼지면서 집값이 폭락했던 사례가 허다하다. 지금 지방 부동산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미분양 사태는 그 동안의 무분별한 공급확대가 초래한 결과이다.

'헨리 조지' 이론이 세계 어디서도 안 통한다고?

<동아일보>는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시장친화적 토지 공개념'을 제시한 헨리 조지와 그 학파 탓으로 돌리고 있다. "21세기 세계 어디서도 안 통하는 이런 이론의 신봉자들이 대통령에 영향을 미쳤던 모양"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하여 투기를 근절할 것을 주장하는 헨리 조지의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 사상은 세계 여러 나라의 부동산 정책 속에 스며들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대만, 홍콩, 싱가포르, 미국의 펜실베니아 주 도시들, 호주, 뉴질랜드, 스웨덴, 핀란드 등 모범적인 자본주의 국가들에서 다양한 형태로 헨리 조지의 사상과 부합하는 부동산 제도를 정착시키고 있다.

1990년 윌리엄 비크리(William Vickrey), 프랑코 모딜리아니(Franco Modigliani), 로버트 솔로우(Robert Solow), 제임스 토빈(James Tobin) 등 4명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은 미국의 쟁쟁한 경제학자들과 함께 헨리 조지의 사상에 부합하는 토지제도를 수립하라고 권하는 공개서한을 구 소련 대통령 고르바초프에게 보내기도 했다.

아무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경제사상을 단칼에 매도하는 '용기'(?)가 놀랍지만, 그 바로 뒤에 "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조지의 이론을 잘못 적용했다"는 곽태원 서강대 교수의 글을 인용하며 헨리 조지의 이론을 가지고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자가당착을 아무렇지 않게 범하고 있는 것은 더욱 놀랍다.

<동아일보>는 '잘못된 헨리 조지의 사상'을 부동산 정책에 적용한 것이 문제라는 주장인지, 아니면 헨지 조지의 사상을 부동산 정책에 '잘못 적용'한 것이 문제라는 주장인지, 최소한의 기준과 논리적 일관성을 갖고 사설을 써주기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사)민주언론시민연합과 토지정의시민연대는 지난 7월6일 '부동산보도모니터팀'을 구성해 총 9개(경향, 국민, 동아, 서울, 세계, 조선, 중앙, 한겨레, 한국) 일간신문의 부동산 관련 보도를 모니터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일부 언론들은 집값이 폭등할 때는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요구하다가 막상 부동산 대책이 나오면 '세금 폭탄' 등의 자극적인 용어를 사용하며 부동산 대책을 흔드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또 시장경제논리를 가장한 반(反)시장경제논리로 부동산 투기를 잠재우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정책을 반대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은 언론의 보도태도는 실효성 있는 부동산 정책 수립과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합니다. 

이에 민언련과 토지정의시민연대는 주요 일간지들의 부동산 관련 보도를 지속적으로 분석·비판해 그 문제점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올바른 부동산 정책이 마련되고 시행될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논평은 두 단체의 홈페이지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민언련 www.ccdm.or.kr/ 토지정의시민연대 www.landjustic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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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는 우리사회에 부동산 및 경제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일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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