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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인 6일은 딸아이의 생일이기도 하여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강화도로 훌쩍 길을 떠났다. 강화도는 나중에 내가 터를 잡고 살고 싶을 정도로 산과 바다 그리고 역사와 현실이 아름답게 공존하는 곳이다. 갈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전해주는 요술 같은 섬... 그래서 나는 강화가 참 좋다.



조금은 밀려있는 길을 뚫고 초지대교를 건너 함허동천으로 달렸다. 함허동천 앞에서 조금만 더 달려가면 우측으로 정수사입구라는 표지판이 나온다. 강화도의 보문사, 전등사는 여러 번 가보았지만 정수사는 늘 지나치기만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례 정수사를 목적지로 하고 왔다.

자동차가 올라갈 수 있도록 잘 만들어진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정수사가 나온다. 우리는 초행길이라 자동차를 타고 올라갔는데 나중에 다시 간다면 호젓한 산길을 여유롭게 걸어 올라갈 참이다. 걸어서 올라가면 땀방울이 이마에 송골송골 맺힐 즈음 싱그러운 바람이 달려 나와 땀을 닦아줄 것이다.



속세에 묻은 소음덩어리를 산길을 걸으면서 하나씩 떨어뜨리다가 사찰의 경내에 들어설 때 정숙이라는 푯말을 보게 되면 경건해진다. 정수사의 입구에도 정숙이라는 푯말이 있었다. 옷차림을 다시 매만지고 경건한 마음으로 경내에 들어섰다. 정수사는 생각했던 것보다는 큰 사찰이 아니었지만 마치 어머니품안에서 미소 지으면 잠든 아가의 표정처럼 평안하고 아늑했으며 화려하지 않고 단아하고 정갈한 사찰이었다.



정수사는 강화도 마니산 동남쪽 끝 어머니 품속 같은 산기슭에 자리 잡은 조용한 사찰이다. 선덕여왕 8년(639년) 회정선사가 마니산의 참성단을 참배한 후 이곳의 주위를 둘러보고 불자가 삼매 정수할 곳이라며 절을 세우고 정수사(精修寺)라 하였으나 세종 5년(1423년)에 함허대사가 중창한 후 법당 서쪽에서 맑은 물을 발견하고 정수사(淨水寺)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맑은 물이 나와 정수사라 하니 이곳에 와서 물 한 모금 어찌 안 마실 수 있을까. 시원한 약수 한 모금으로 목을 적신 후 대웅전에 올라갔다.



대웅전에 오르니 가장 먼저 꽃병에 꽃을 담은 화려한 대웅전의 문살이 눈에 띄었다. 단아하고 정갈함이 돋보이는 사찰에 대웅전(보물 161호)의 문살은 너무도 화사하고 아름다웠다. 보통 대웅전의 문살문은 소슬꽃살문인데 정수사의 대웅전의 중앙 사분합은 무늬를 새겨놓은 화병에 꽃을 한가득 꽂아놓은 듯 투각하였다.



오색찬란한 단청의 화려한 채화가 부처님께로 꽃화병 모두를 공양하는 정성이 가득 담겨진 문살문이다. 이 꽃문살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문살로 대표되고 있다고 한다.


이 화려한 꽃문살의 중앙 사분합 문 양쪽으로는 우물문의 문이 상대적으로 소박하게 앉혀져있다



대웅전을 보고 난 뒤 왼쪽으로 난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니 삼성원이 있다. 삼성원을 보고난 뒤에 그 옆 언덕으로 가니 자그마한 탑이 있었는데 이 탑은 원래 대웅전 앞 경내에 있던 것인데 옮긴 것이라고 한다.



탑 근처에 올라가니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강화의 바다가 한눈에 펼쳐지는데 절로 감탄이 터져 나왔다.


속세를 벗어나 속세를 바라보는 느낌으로 눈앞에 펼쳐지는 바다를 바라보며 좁아진 마음을 애써 넓혀본다. 탑을 보고 내려와 다시 탑을 바라보니 어느 여인이 탑을 바라보고 두 손을 모으고 있다.



절의 뒤쪽으로 넓은 공터가 있는데 그곳에 요사채를 지을 것이라고 한다. 스님들 요사채에 쓰일 기와에 우리 가족의 소원을 넣고 기와불사를 했다(가족건강, 가족화목, 학업성취, 사업번창). 맘 같아서는 로또대박이라고 쓰고 싶었지만 큰 욕심은 부리는 것이 아니라고 하였으니 그저 가족이 건강하고 화목하게 살기 바랄뿐이다.


그리고 무료로 제공 하는 다원에서 공양주보살님이 직접 끓어주신 쌍화차를 마셨다. 다원의 천정에 주지스님 아이디어라고 하는데 조명아래에 매달은 창호지문으로 은은한 빛이 스며 나오니 분위기가 참으로 좋았다. 다원의 유리창으로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있자니 문득 겨울에 다시 오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다원에서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면서 내리는 눈을 바라본다면 참으로 멋질 것 같다.




차를 마시고 난 뒤 경내에서 본 처음처럼이란 글귀를 되새기며 늘 새롭게 새로운 마음으로 새날을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속세로 다시 내려왔다.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고 일어서는 새싹처럼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저녁무렵에도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다시 새날을 시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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