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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실험을 하겠다"는 북한 외무성의 10월 3일 성명 발표로 북한 핵 문제가 막판 위기단계에 들어서고 말았다.

아직은 북한의 의사표현일 따름이지 실제 핵실험 강행은 아니기 때문에 '파국 단계'라고 말하기엔 이르지만, 결코 심상치 않은 위기 상황임은 분명하다.

우선 미국과 일본의 강경한 움직임이 예사롭지가 않다. 미국은 북한의 핵실험 강행 의사 천명을 국제사회에 대한 강력한 도발이자 위협으로 보고 이를 용인하지 않을 태세다.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도 북한의 핵실험을 용서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러시아를 비롯한 국제사회 모두가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유엔헌장 7조를 근거로 한 대북 무력제재론까지 등장하기도 한다.

한 단계씩 높아지더니... 결국 선을 넘는 북핵

▲ 제5차 북핵6자회담 사흘째인 지난해 11월 11일 오후 중국 베이징 댜오이타이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우다웨이 중국측 수석대표가 의장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옥현
어떻든 북한의 핵실험은 '금지선'을 넘는 것으로 간주될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엄중한 응징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그 응징이 해상봉쇄를 포함한 무력제재로 이어질지는 속단할 수 없지만, 북한 선박에 대한 추적·조사·검색 등 북한 고립을 겨냥한 제재조치가 취해질 게 뻔하다.

이런 상황조차 언제라도 무력사태로 터지게 될 지 모를 폭발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 핵 문제가 터진 이후 한 단계씩 위기가 높아질 때마다 작금의 상황 전개를 내다보며 우려했지만, 끝내 이 지경에 이르고 말아 답답하고 안타깝다.

그럼에도 북한의 핵실험 강행에 앞선 '계획 선언'이라는 점을 우선 주목하고 싶다. 북한도 한반도 비핵화라는 원칙적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혀 대화와 협상의 가능성을 남겨 두었기 때문이다.

위기를 기회로 삼을 지혜와 노력의 발휘가 매우 절실하다. 북한과 미국 모두 상대방에 대한 더 이상의 기대를 포기할지 모를 막판의 형국이다.

우리 민족으로서는 전쟁 위기를 막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는 것이야말로 지상과제요, 목표다. 상호 불신과 기세 싸움으로 경쟁적으로 상황을 악화시켜온 북한과 미국에 끌려 파국적 결과를 그냥 두고볼 처지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한민족의 생존 문제인 만큼 한국 정부가 주도적 해결을 위해 모든 수단과 노력을 다해야 한다. 북한과 미국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말로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극우에게는 북한이 고맙다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북한은 핵실험 계획을 취소해야 한다. 미국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인지 몰라도 그 결과는 전혀 다르다. 미국과 일본 등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물샐 틈 없는 고립과 봉쇄 조치만이 불보듯 뻔하다.

북한의 핵실험 카드가 미국에 대한 협상력을 높여주기는커녕 남북간 화해와 협력의 길마저 어렵게 만들고 한민족의 전쟁 위기만을 자초할 뿐이다.

또다른 문제는 지난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때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핵실험 카드는 오히려 미국과 일본의 전략적 노림수에 휘말려 거꾸로 이용당하는 꼴이 된다는 점이다.

북한과 궁극적으로는 중국을 겨냥한 미국과 일본의 미사일방어체제 추진, 미일 군사동맹 강화가 북한의 미사일 실험으로 한층 활발해졌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미사일 실험이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과 군사대국화 전략 추진에도 상당한 도움을 주고 말았다. 오죽하면 일본의 극우 인사가 북한에게 고맙다는 표현을 썼을까.

사실상 항복을 의미하는 북한의 양보만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다시피 해온 미국의 책임 또한 크다. '핵 카드'밖에 없는 북한에게 유일한 협상 무기이자 생존 수단을 미국 요구대로 북한이 먼저 내놓을 수 있겠는가. 북한이 먼저 양보한 뒤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북한으로서는 아무 대책이 없지 않은가.

미국은 금융제재 뿐만이 아니라 군사적 측면에서도 북한에게 압박을 가했다. 지난 3월 한미합동군사훈련은 북한 기습, 점령 계획, 심지어는 북한 도발 유도 계획도 포함돼 북한으로서는 군사적 위협을 느낄 만큼 공격적인 것이었다.

주한미군이 북한의 대공포 사정권 밖인 한강 이남으로 옮긴다는 것도 북한에게는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 위협으로 비칠 것이다. '생명'의 위협을 느껴 '핵 카드'를 들고 나온 북한에게 군사적 압박만 가한다면, 오히려 북한에게 마지막 생존 수단으로서의 '핵 카드' 명분만 주게 되지 않겠는가.

지난 2002년 10월 북한 핵 문제가 터진 후 미국은 '외교적 해결'이라며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그 때마다 북한도 미국에 맞서 대응 수위를 높여 그 결과는 북한의 핵 개발 진행으로 나타났다.

결국 미국의 압박이 북한의 핵실험 카드까지 불러낸 셈이다. 그 다음 단계는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의 등장이다.

▲ 지난해 9월 19일 제4차 6자회담 전체회의가 성공적으로 끝나 북한 김계관 수석대표(오른쪽)와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수석대표(왼쪽)가 송민순 수석대표(가운데)를 사이에 두고 악수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악수가 있은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미국은 방코 델타 아시아의 북한계좌 동결 조치를 발표했고 6자회담은 공전됐다.
ⓒ 연합뉴스 성연재
냉전 혹은 평화... 미국의 선택은

여기서 미국의 선택은 무엇인가. 북한에 대한 무력제재와 그에 따른 한반도 전쟁, 신냉전인가, 아니면 진정한 의미의 평화적 해결을 통한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 평화체제의 실현인가.

미국의 '평화의지'가 판가름나게 되는 선택이다. 미국은 한반도를 한반도 전쟁과 신냉전을 위해 적대적 관리 대상으로 삼을 것인지,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를 위한 평화적 관리 대상으로 해야 할지 한반도에 대한 전략적 의도가 드러나게 된다는 뜻이다.

우리 민족으로서 분명한 과제는 더 이상의 상황 악화를 막고, 북한 핵 문제의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교착상태를 타개할 실마리를 찾는 일이다.

그 실마리는 한국 정부의 주도적 노력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지속적으로 상황을 악화시켜온 북한과 미국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확고한 구상과 원칙, 이를 위한 전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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