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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컵을 뒤집습니다.
일단 컵을 뒤집습니다. ⓒ 양중모
물론 벌레가 제 말을 알아들을 리 없습니다. 그래서 결국 바퀴 벌레 한두 마리 정도는 같이 살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바퀴벌레를 잡거나 죽이는 것보다 낫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커다란 바퀴벌레를 죽이지 않은 것이 잘못이었습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서랍에서도 화장실 변기에서도 심지어 냉장고에서까지 바퀴벌레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보다 더 심각한 건 커다란 바퀴벌레가 알을 깠는지 조그만 바퀴벌레들이 자주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결국 저는 더 참지 못하고 바퀴벌레를 잡을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화장실에 있는 바퀴벌레들을 잡는 건 비교적 쉬웠습니다. 변기에 있을 때는 물을 내려버리면 되고, 그렇지 않더라도 샤워기 등을 이용해 잡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퀴벌레들에게는 좀 미안한 일이었지만 인간도 때때로 홍수나 폭우 피해를 입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독하게 먹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화장실이 아닌 방바닥을 기어 다니는 바퀴벌레들이 문제였습니다. 제 손을 직접 대기는 싫고 그렇다고 그냥 두자니 바퀴벌레 천국이 될 것 같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택한 방법이 일회용 컵을 이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일회용 컵을 이용하기로 독하게 마음을 먹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바퀴벌레가 방바닥을 기어가고 있는데 어떻게든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순간적으로 일회용 컵으로 그 바퀴벌레를 덮어 버렸습니다.

컵을 다시 뒤집어 변기에 버립니다. 바퀴벌레는 잡기 힘든 관계로 찍지 않았습니다.
컵을 다시 뒤집어 변기에 버립니다. 바퀴벌레는 잡기 힘든 관계로 찍지 않았습니다. ⓒ 양중모
그랬더니 바퀴벌레가 그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계속해서 위 아래로 왔다 갔다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 좋은 생각이 났습니다. 바퀴벌레가 컵의 윗 부분에 오를 때 컵을 뒤집어 변기에다 바퀴벌레를 떨어뜨리고 물을 내리는 것이었습니다.

끊임없이 번식하는 바퀴벌레를 잡기 위해서 택한 어쩔 수 없이 택한 방법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때때로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바퀴벌레를 보면 좀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곤 합니다.

어쩌면 그렇게 살려고 발버둥 치는 바퀴벌레 모습이 현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과도 닯았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바퀴벌레는 싫지만 자신이 잡히는 절망적인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살려고 노력하는 바퀴벌레 모습을 보면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안 잡히려고 노력하는 바퀴벌레 들 중에도 탈출하는 녀석들도 물론 있습니다.

사람도 되든 안되든 미리 포기하는 이보다 끝까지 노력하는 이에게 기회가 남는 것이 아닐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제가 지금 살고 있는 하루가 어제 죽은 이에게는 그토록 갈망하던 내일이었을 테니까요.

덧붙이는 글 | 바퀴벌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끝까지 아둥바둥 하는 것을 보면 안쓰러운 생각도 많이 듭니다. 어쩌면 인간들도 누군가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을까요? 그나저나 이제는 컵에서 탈출하는 바퀴벌레들 속도도 빨라져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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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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