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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 지식의풍경
'지식의 풍경'에서 나온 <마음이 자라는 특별한 여행> 시리즈다. 같은 시리즈의 다른 책은 <올가와 외투의 비밀> <오디세우스.com>이 있다.

<이누이트 형제의 모험>은 캐나다 북부 이누이투 족의 두 소년이 떠나는 모험을 그렸다. 북극 탐험가이자 인류학자인 저자 프랑수아 베아제가 실제로 15년 동안 이들과 살면서 체험한 삶이 생생히 녹아있다. 어린이를 독자로 하는 동화로, 준비부터 집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여정에 따라 열 다섯개의 목차로 나누어진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쉬우면서도 구체적인 묘사가 박진감있는 여정에 따라 펼쳐진다.

이타크와 케니는 형제이다. 이들은 눈보라가 몰아치는 3월, 쿠아크타크 마을을 떠나 아크파토크 섬으로 향한다. 흰 곰인 나누크가 어슬렁거리는 위험한 곳으로 떠나며 열 여섯 마리의 개들을 데리고 간다. 아크파토크 섬의 비밀을 알아내는 것이 모험의 목표이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시놉시스라고? 그렇다. 게임이나 영화에 나올 법한 모험 이야기이다.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시공간을 찾아서 떠나며 시련에 부딪치고 결국 원하는 것을 얻어내어 따뜻한 집으로 돌아오는 모험담은 언제나 인기있는 주제이다.

모험을 떠나는 이들은 언제나 현실에서 풀어야할 과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현실의 조건이 이들이 배불리 먹기에 불충분하거나, 사랑하기에 모자라거나, 자신보다 강한 누군가에게 핍박을 받거나 등이다. 문제가 설정되면, 이것을 해결해야 하는데 주어진 현실을 바꾸는 것은 이들에게 벅차다. 아직 주인공은 어리거나, 가난하거나, 남들이 인정할 만한 경험도 지혜도 부족하다.

그래서 이들은 현실이 아닌 어딘가로 떠난다. 고전적인 모험담에서 여기에는 주로 사람들의 상상력을 총동원해낸 가장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괴물이 반대항으로 설정된다. 작은 시련들을 이겨내면 마지막에는 가장 강한 적과 싸워야 한다. 최후의 관문을 넘어선 주인공이 비로소 당당하게 원래의 집으로 돌아온다. 최초의 출발지와 같은 공간이지만, 주인공은 여정을 통해 성장했기에 시작에서와 같은 불안감은 없다. 결핍은 해결되었으며 이들은 욕망을 이룰 수 있다.

실제적이고 강한 인상을 남겨 지역적으로 계승되는 모험담은 시대를 지나며 각색되어 더욱 신비해져서 신화를 구성하기도 한다. 현실의 조건을 뛰어넘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한 초인적인 주인공은 다음 역사를 여는 신화적 인물이 된다. 이처럼 어느 시대, 어느 장소, 누구에게나 굶주림은 있다. 정신적이든 물질적이든 더 채우고 더 성장하고자 하는 기본적인 욕구가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마저 채우지 못한 욕망을 상상의 영역으로 옮겨 이야기를 만든다. 그래서 사람이 있는 곳에는 이야기가 있다.

할리우드의 유명배우 이름을 누구나 알듯 작은 마을의 이름없는 영웅을 누구나 알지는 못한다. 사람들은 곧잘 승자에 집중하느라 열심히 노력한 대다수의 선수들을 잊곤 한다. 미국 대통령인 조지 W 부시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알아도, 캐나다 북부의 퀘벡 지역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사는지, 그들이 무엇을 마음 속에 믿고 있는지, 어떤 집에서 사는지 알지 못한다.

이와 같은 무지는 종종 소수 인종에 대한 오해와 그에 기반한 이유없는 반감을 가져온다. 역사 속에서 소수 인종은 그들의 집단이 약하다는 이유로 정치적 박해를 받곤 했다. 살아가는 방식과 종교를 바꿔야 하기도 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인디오 학살의 역사가 있었고, 르완다에서는 투치족 학살이 있었다.

그러나 잊혀진 그들에게도 우리 모두가 꿈꾸는 영웅서사시가 있다. 전통적인 생활방식과 종교를 이어가며 반복해온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다. <이누이트 형제의 모험>은 아메리카 대부분을 지배하게된 백인들이 '에스키모'라고 이름붙인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에스키모는 '날고기를 먹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비하하는 어조를 담고 있다. 이 사람들은 '인간'이라는 뜻을 가진 '이누이트'라고 자신들을 칭한다.

"아이야, 아이야, 아이야, 샤먼이 우리를 보호한다. 그는 저 높은 곳에서 우리를 지켜본다. 아마도 언젠가 내가 샤먼이 되리라." (이타크가 부르는 이누이트의 노래)

이타크와 케니가 크레바스를 건너 바다표범을 잡아 개들에게 먹이고, 우두머리 사향소와 대결하는 모험 이야기에는 이들이 추운 눈보라에 맞서 이글루를 지어 몸을 보온하는 법과 날고기로 영양을 보충하는 법 등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이타크와 케니의 모험을 재미있게 따라갔던 아이들은 알게 될 것이다. 세상의 묻혀진 이야기에 관대해지는 법,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람들과 인종이나 민족을 초월해 친구가 되는 법. 그것이 <이누이트 형제의 모험> 안에 있다.

덧붙이는 글 | 알라딘 서재에도 실은 리뷰입니다.


이누이트 형제의 모험 - 마음이 자라는 특별한 여행

프랑수아 베이제 지음, 양희영 옮김, 지식의풍경(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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