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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이라는 작품명을 가진 사진
'공존'이라는 작품명을 가진 사진 ⓒ 박준규
"거미줄 쳐진 나뭇가지 위에 잠자리 한 마리, 거미와 등지고 휴식을 취하고 있네"

하이쿠라는 장르로 구분 짓고 쓴 시다. 허나 하이쿠의 5.7.5조, 17자로는 표현하기 힘들 때 한 줄로 써버리는 방법도 있다. 이런 형식의 시를 한줄 시 또는 외줄 시, 단시(短詩) 라고도 일컫는다.

위의 시는 ‘공존’이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추고 쓴 시다. 하지만 그 외적으로 표현된 그 어떤 구사도 없다. 즉, 주변상황들이 설명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바로 이 생략된 부분(상황·배경)을 독자들의 몫으로 돌려주는 것이 하이쿠(짧은 시)의 큰 매력인 것이다. 따라서 위 시의 주제는 공존이지만 생략된 부분을 어찌 상상하느냐에 따라 또 다른 주제가 담긴 시로 거듭날 수 있다.

일본 시(詩) 라서 갖는 편견을 버리자

하이쿠 시의 파생국은 일본이다. 한·일 관계를 볼 때 그리 호감 가는 나라의 시 장르는 아니다. 솔직히 기자도 이 부분에 있어 납득시키고픈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덧붙여 가져 본다. 이 하이쿠란 시는 일본에서 파생 돼 온 것이지만 이미 우리나라 기성 작가들도 짧은 시를 썼다. 그러므로 꼭 짧은 시를 '일본 파생 시'라고 색 안경을 쓰고 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럼 중 윤보영이라는 작가의 짧은 시 두 편을 살펴보자.

사랑이란, 눈감아도 보이고
눈을 떠도 보이는 마음이 부리는 요술. - <마음의 요술>

세상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은
내 가슴에 활짝 핀 '그대'라는 꽃입니다.
지지 않고 늘 피어 있는. - <좋아하는 꽃>



위 시들은 하이쿠 형식에 맞춘 것은 아니지만 읽고 여운으로 남는 그 무엇이 있지 않은가?

짧은 시는 여운의 연장이다. 시란 읽는 그 자리에서 모두 이해하고 그 자리에서 잊는 작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 두고두고 내 마음 한 구석에 자리하고 그 무언가를 느낄 수 있게 해 주어야 그것이 나만의 참된 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짧은 시는 매력이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파생된 작품이라 일부에선 편견의 시선으로 읽어 짧은 시에 대한 이미지를 흐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자는 이런 말을 건네고 싶다.

문학도 하나의 세계 언어다. 음악과 영화와 같은 지구촌 모든 사람의 가슴을 울릴 수 있는 들리지 않는 언어라고 말하고 싶다. 비록 짧은 시의 파생 국이 일본이라도 시들의 내용은 우리들만의 정서로 바꾸어 쓸 수 있는 것이므로 만일 짧은 시, 하이쿠 시를 읽는다 해도 편견 없는 마음의 눈으로 읽고 그 작품에 빠져 본다면 또 하나의 새로운 문학 장르에 매료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더 이상 "하이쿠시는 일본 것"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반감을 갖지 말고 "짧은 시의 작품들 중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그 날이 오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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